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일부터 3박 4일간 싱가포르·필리핀을 국빈 방문했다. 이번 동남아 순방을 통해 인공지능(AI)과 원전 등 미래 전략 산업 협력을 강화하는 성과를 도출했다. 특히 싱가포르와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을 개시하고, 각종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국내 기업의 아세안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이러한 대통령의 ‘성과’가 매번 여당발 잡음 속에서 온전히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순방에서도 출국 전후로 불거진 ‘악수 패싱’ 음모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대통령과 당 대표의 악수 장면이 의도적으로 편집됐다는 이른바 ‘KTV 편집 논란’이 확산되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외교 성과가 아닌 내부 갈등으로 쏠렸다.
논란은 대통령 지지자 커뮤니티에서의 퇴출 논쟁으로까지 이어지며 잡음을 키웠다. 대통령의 순방 일정과는 무관한 잡음이 확산되면서 정작 대통령의 외교 성과에 대한 주목도는 떨어지게 됐다.
이 같은 여당발 ‘성과 가리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이 대통령이 7박 10일 일정으로 중동·아프리카 4개국을 순방하며 세일즈 외교 성과를 거두던 시기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비중을 동일하게 조정하는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했다. 당내 반발이 커진 탓에 일정이 조정됐지만, 여당발 내홍이 정치권의 주요 이슈로 부각돼 대통령의 외교·경제 메시지를 잠식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 청와대 관계자는 잡음이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 “대통령의 순방에 쏠려야 할 이목이 엉뚱하게도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다”며 불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외교뿐 아니라 정책·경제 성과 국면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됐다. 지난 1월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던 ‘코스피 5000’ 달성이 현실화된 날에도 정치권의 시선은 다른 곳으로 향했다.
같은 날 정 대표가 조국혁신당과 합당을 제안하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합당 논쟁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충분한 논의 없이 발표된 합당 제안은 당내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여당 내부에서도 국정 성과를 부각할 ‘무대’를 스스로 걷어차 버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 대표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너무나 비상식적”이라며 “국민의힘 측에서는 '그게 되겠나', '불가능하다'고 비웃었던 부분인데, 집권 8개월 만에 해냈다"며 "그런 잔칫날 굳이 합당 제안을 해야 했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의 국정 파트너인 여당은 대통령의 성과를 정치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위치에 있다. 그러나 성과가 주목받아야 할 순간마다 오히려 잡음을 키우며 이목을 분산시키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여당에 ‘말줄임표’가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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