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 컬럼] 50년의 방산, 100년의 항공우주 LIG D&A의 과제

한국 방위산업의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한국은 무기를 수입해 쓰는 나라였다. 총과 포, 전투기와 미사일까지 대부분 외국에 의존했다. 그러나 지난 50년 동안 한국은 놀라운 변화를 만들어냈다. 이제 한국은 전차와 자주포, 미사일과 방공체계까지 스스로 개발하고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


그 변화의 중심에 있는 기업 가운데 하나가 바로 LIG넥스원이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이 회사는 최근 새로운 결정을 내렸다. 사명을 ‘LIG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LIG Defense & Aerospace)’로 바꾸기로 했다.


이 결정은 단순한 간판 교체가 아니다. 한국 방위산업이 어디까지 왔고,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칼리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국제방산전시회WDS 2026에서 LIG넥스원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칼리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국제방산전시회(WDS) 2026'에서 LIG넥스원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사일 기업으로 성장한 50년



LIG넥스원의 출발은 1976년 금성정밀공업이다. 당시 한국은 자주국방을 목표로 방위산업 기반을 구축하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이후 회사는 LG그룹 방산 부문을 거쳐 LIG그룹으로 이어지며 한국 방산의 핵심 기술 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유도무기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했다.

대표적인 무기체계로는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 함대함 미사일 ‘해성’, 대전차 미사일 ‘현궁’ 등이 있다. 이 무기들은 한국군의 핵심 전력일 뿐 아니라 최근 세계 방산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현대 전쟁에서 미사일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다. 전쟁의 판도를 바꾸는 전략 자산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은 이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정밀 유도무기와 방공 체계가 전장의 승패를 좌우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 점에서 LIG넥스원은 단순한 방산 기업이 아니라 한국 미사일 기술의 핵심 축이라 할 수 있다.



세계 방산 기업들의 공통된 길



LIG넥스원의 사명 변경은 세계 방산 산업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이다. 이 회사는 전투기 제조사 록히드와 미사일 기업 마틴 마리에타가 합병해 탄생했다. 이후 전투기, 미사일, 위성, 우주기술까지 아우르는 세계 최대 방산 기업으로 성장했다.


또 다른 사례는 Raytheon이다. 미사일과 레이더 기술로 출발한 이 기업은 최근 항공우주와 첨단 센서 기술을 결합하며 글로벌 방위기술 기업으로 진화했다. 현재는 RTX Corporation이라는 새로운 이름 아래 항공우주와 방산 기술을 동시에 다루는 기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


유럽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영국의 BAE Systems과 유럽 공동 기업 Airbus 역시 방산과 항공우주 기술을 결합한 종합 기업이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미사일 기업에서 항공우주 기업으로 진화했다는 점이다.



사명 변경의 의미



LIG넥스원이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라는 이름을 선택한 것도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이 이름에는 세 가지 메시지가 담겨 있다.

첫째, 방산 기업에서 항공우주 기업으로의 확장이다.

둘째,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기업 정체성이다.

셋째, 기술 중심 기업으로의 전환이다.


오늘날 방산 산업의 경쟁력은 생산 능력보다 기술 혁신 속도에서 결정된다. 미사일, 위성, 전자전, 무인체계 같은 기술이 미래 전쟁의 핵심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LIG넥스원이 제시한 ‘글로벌 기반 구축’과 ‘연구개발 속도 혁신’이라는 경영 방침도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하고 있다.



전쟁이 바꾸는 산업



최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분쟁은 방산 산업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값비싼 전투기보다 드론과 미사일이 전장의 판도를 바꾸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중동에서도 미사일 방어 체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전쟁의 방식이 변하면 방산 산업도 변한다.

미래 전쟁의 핵심 기술은 이미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 인공지능 기반 전투 체계

  • 무인 전투 시스템

  • 전자전과 사이버전

  • 우주 기반 군사 기술

이 모든 분야는 미사일·전자·우주 기술을 동시에 필요로 한다. 바로 LIG넥스원이 강점을 가진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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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노트북LM]


K-방산의 새로운 기회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방산은 세계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폴란드와의 대규모 방산 계약을 비롯해 중동과 동유럽 시장에서 한국 무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가격 경쟁력과 빠른 납기, 그리고 검증된 성능이 강점이다.

이른바 K-방산이라는 새로운 산업 브랜드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LIG넥스원 역시 유도무기와 방공 체계를 중심으로 수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름보다 중요한 것



물론 기업의 이름을 바꾼다고 미래가 자동으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경쟁력은 결국 기술과 연구개발 투자에서 나온다.

그러나 이름은 방향을 보여준다.



LIG넥스원의 사명 변경은 이 기업이 미사일 기업을 넘어 항공우주 기술 기업으로 진화하려 한다는 선언이다.



한국 방산의 다음 50년



창립 50주년을 맞은 LIG넥스원은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다.

지난 50년이 방위산업의 기반을 구축하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50년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방산 산업은 더 이상 단순한 제조 산업이 아니다. 그것은 첨단 기술 산업이자 국가 전략 산업이다.

따라서 방산 기업의 경쟁력은 곧 국가 기술력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새로운 이름이 던지는 질문



LIG넥스원의 사명 변경은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한국은 과연 세계 방위기술 강국으로 도약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기업은 이미 방향을 정했다. 이제 남은 것은 국가 전략이다.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라는 새로운 이름은 단순한 기업 브랜드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 방위산업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을 가리키는 하나의 좌표다.

한국 방산의 다음 50년은 그 좌표를 얼마나 정확히 따라가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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