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모즈타바 하메네이 '피의 복수'로 심화되는 호르무즈 위기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호르무즈 해협을 압박 수단으로 계속 활용하겠다는 강경 메시지를 내놓자 국제유가는 급등했고, 뉴욕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12일(현지시간)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46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95.70달러 선에서 마감했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 나스닥지수도 모두 1% 이상 하락했다. 시장은 중동의 군사 충돌을 넘어 세계 에너지 공급망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공포를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전략 요충지다. 이 좁은 수로를 둘러싼 긴장은 언제나 국제유가를 뒤흔드는 최대 변수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다만 냉정하게 보면, 현재 상황을 “완전 봉쇄의 현실화”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이란 최고지도자는 해협을 계속 닫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냈지만, 같은 날 이란 유엔대사는 “해협을 닫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현 상황은 실제 봉쇄 여부보다도, 봉쇄 위협과 통항 통제 강화가 시장 불안을 증폭시키는 국면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12일 이란 국영TV에서 발표된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Mojtaba Khamenei의 성명 사진AFP
12일 이란 국영TV에서 발표된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Mojtaba Khamenei)의 성명 [사진=AFP]
 
 
 
문제는 시장이 이런 모순된 신호를 가장 나쁜 방향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데 있다. 유가가 급등하면 물가가 오르고, 물가가 오르면 금리 인하 기대는 멀어진다. 실제로 미국 국채금리는 뛰었고, 기술주와 경기민감주를 가리지 않고 주가가 밀렸다. 전쟁이 총성과 미사일로만 진행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전쟁은 에너지 가격, 해상 물류, 금리, 주식시장까지 동시에 공격한다. 현대 경제에서 원유 공급망은 곧 금융 안정망이기도 하다.
 
 
백악관이 존스법의 한시 면제를 검토하는 것도 이런 현실을 보여준다. 미국 항구 간 운송을 미국 선박으로 제한한 규제를 일시 완화해 원유와 휘발유, 경유, LNG, 비료 등의 이동을 원활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중동 불안이 단순한 외교 현안이 아니라 미국 국내 물가와 민심, 선거 환경까지 흔드는 문제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어디까지나 단기 처방일 뿐이다. 지정학적 불안이 계속되면 유가와 물가는 언제든 다시 출렁일 수밖에 없다.
 
 
한국도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중동산 원유 비중도 절대적이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한국 경제가 가장 먼저 받는 충격은 유가 상승, 운송비 증가, 물가 불안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해상 운송로의 불안은 곧 산업 전반의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환율 변동까지 겹치면 기업과 가계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것은 과장된 공포도, 안이한 낙관도 아니다. 정부는 전략비축유 점검과 수입선 다변화, 에너지 수급 비상계획을 다시 살펴야 한다. 기업도 단기 가격 변동을 넘어서 공급망 리스크 관리 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은 지정학적 불안이 반복될수록 에너지 안보를 산업 정책의 부속물이 아니라 국가 생존 전략의 핵심으로 다뤄야 한다.
 
 
중동의 포성은 멀리서 들리지만, 그 충격은 주유소 가격표와 가계 물가, 기업의 손익계산서로 곧장 전해진다. 호르무즈를 둘러싼 위기는 다시 한 번 상식을 일깨운다. 에너지 수입국에게 평화는 곧 물가 안정이고, 해상 안전은 곧 경제 안보다. 지금 세계가 봐야 할 것은 단순한 유가 숫자가 아니라, 그 뒤에서 흔들리는 공급망과 질서의 균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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