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계획이 사실상 미뤄진 것과 관련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성을 다시 한 번 드러낸 사례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3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이란 전쟁 대응을 이유로 회담 일정을 한 달 정도 연기해 달라고 중국 측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방중 연기 사유도 처음에는 중국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완화 협조 여부를 거론했다가, 이후에는 물류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을 바꿔 혼선을 키웠다.
이에 대해 쑨청하오 칭화대 국제안보전략센터 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트럼프식 외교 아래에서는 매우 중요한 정상 간 회담조차 외부 위기와 내부 분열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은 물론 주요 동맹국까지 압박해 호르무즈 해협 재개를 지원하도록 한 점을 들어, “중국 방문을 단순한 양자 정상외교가 아니라 보다 포괄적인 외교 거래의 일부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현 단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방중 일정에 전략적으로 집중해 충분히 준비·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뜻이다.
현재 중국 외교부는 트럼프 방중 계획 연기 요청과 관련해 "미국과 소통하며 일정을 논의 중"이라며 "정상 외교는 중미 관계에 있어 대체할 수 없는 전략적 지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와 관련, 쑨 연구원은 중국이 여전히 정상회담을 희망하면서도 기대 수준은 낮아졌을 것으로 봤다. 그는 “현재 미국의 의사결정 방식 아래에서는 정상 외교의 정치적 의미와 실질적 준비가 모두 쉽게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대외 환경과 미국의 의사결정 논리, 회담 의제가 2017년 방중 당시보다 더 파편화되고 거래적이어서 예측하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은 “명확한 의제와 기대 가능한 성과를 갖춘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는 게 쑨 연구원의 진단이다. 실제로 앞서 외신들은 미국 측이 방중 준비를 촉박하게 진행하면서 중국의 불만을 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페이링 왕 조지아공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SCMP에 이같은 불확실성은 “상당한 이견과 심각한 입장 차이를 보여준다”며 "어느 한쪽이 정상회담 자체를 다른 쪽보다 더 중요하게 여길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데이비드 아라세 존스홉킨스-난징센터 국제 정치학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상호 합의된 안정적인 기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여전히 중요한 과제"라고 보면서도 현재 이란 위기와 쿠바 점령 위협이 그의 "주의력을 분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 두 가지가 해결된 후, 시 주석과 회담에서 더 큰 협상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미군의 안전이 이란에서 위협받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우호국인 중국을 방문해 환대받는 모습이 미국 내 여론에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연기 배경으로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방중 연기가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의 부담이 커지면서 중국의 협상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것.
다만 리하이둥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글로벌타임스에 이번 연기가 중국이 아닌, 미국 측의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미중 관계의 구조적 동력이 여전히 강한 만큼, 방중 연기가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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