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이제 중국 시장에 대한 불필요한 마케팅 역량 집중 자제해야

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올해 들어 한·중·일 3국의 대외 수출이 동반 호조다. 한국 수출은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한 자동차, 석유화학, 기계 등 주력 품목별로 명암이 매우 대조적인 것은 아쉬운 점이다. 반면 같은 수준의 수출 폭증을 보이는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범용 반도체 등 하이테크 제품의 수출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단순 가성비가 아닌 기술 중심 수출국으로 변신하는 체질 개선이 가히 놀랍다. 고질적 내수 부진에 따른 공급 과잉 물량이 해외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생겨난 기록적인 수출 행진이 계속되면서 글로벌 무역 불균형을 한층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망 리스크가 글로벌 상품 수출입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이 선다.
 
중국과의 상품 교역에서는 작년까지 지난 3년간 무역적자를 보였다. 올해에는 2월 말 기준반도체 수출 증가로 일시적 흑자로 돌아섰지만, 상황적으로 보면 적자로 반전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대일(對日)·대중(對中) 쌍둥이 무역적자가 300억 불이 넘고 있는 이러한 교역구조가 만성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 답보 상태에 있는 기술경쟁력이 지연되고 있는 산업구조 고도화를 고려하면 앞으로 개선되기보다 악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50개 국가전략 기술 중에 중국에 앞선 것이 고작 6개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갈수록 우월적 분야가 사라지고 있고, 이제 우리가 추격자 신세라는 것을 솔직하게 시인해야 한다. 중국 기업과 부딪히면 이익이 나기는커녕 손해를 보는 것이 불편한 진리다.
 
주요국 수출 1위 품목 수를 보더라도 중국의 위력은 압도적이다. 2024년 기준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중국 상품은 2,087개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위 독일이 520개이니 격차가 엄청나다. 경쟁국 일본은 5년 사이 159개에서 118개로 줄었으며, 겨우 10위에 턱걸이한 한국은 81개를 가까스로 유지했다. 한편 중국의 글로벌 신차 판매량이 25년 만에 일본을 제치고 수위에 올랐다. 2,700만대로 일본의 2,500만대를 제쳤다. 전기차를 앞세워 유럽과 동남아 시장을 집중해 공략하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성장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중국산 메모리 칩도 공급난 틈을 이용, 주가를 올리며 글로벌 공급망을 흔든다. 태양광·드론·로봇 등 가긍할 중국 제조 위세는 꺾일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한국 내수 시장에서도 중국산의 공습은 예외가 아니다.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이유가 다 있다. 중국산 로봇 청소기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하면서 안방을 주무른다. 국내 전기차 시장 중국산 비중이 34%까지 치고 올라왔다. 재고 떨이 중국산 테슬라도 보조금 2,000억 원을 챙길 정도로 한국 시장 내에서 가격경쟁력을 높였다. 중국산 소비재 브랜드의 시장 진입도 속속 늘어나는 추세다. 촌스럽다고 외면하던 국내 소비자도 가성비에다 개성까지 있다며 지갑을 연다. 중국 온라인 쇼핑몰의 화장품 직구 판매액이 작년에 14%나 증가(4,217억 원)했다. 중국 상품이 소비자들의 일상을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거부감도 점진적으로 희석되고 있다. 정치·외교와 소비는 다른 양상이 특히 한국에서 두드러진다.
 
대중(對中) 무역적자 해소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중국 상품의 무차별 공세로 인해 주요국 제조업 기반이 휘청한다. 전통 제조 강국인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과 일본·한국 등이 대표적인 나라다. 안방 시장이 유린당함은 물론이고 해외 시장에서 중국산이 밀려나 점점 설 자리를 잃는 중이다. 중국 상품에 수입 규제 강화는 비단 미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EU는 저가 중국산 소포(150유로 미만)에 대한 면세 혜택 폐지와 관세 부과, 전기차에 최대 35% 추가 관세 부과, 철강 수입 규제 강화, 의료기기 입찰 제한 등 불공정 무역 관행을 근거로 수입 규제를 크게 강화하고 있다. 국내 지방 제조업 클러스터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는 이유도 안팎의 시장에서 중국산에 맥을 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중국 시장에 재도전하자는 슬로건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탈(脫)중국 대신 다시 뛰어 들어가는 이른바 ‘China 2.0’으로 만리장성을 넘자는 취지다. 바닥까지 떨어진 자사 상품의 중국 시장 점유율을 만회하기 위해 일부 대기업 위주로 나타나고 있는 움직임이다. 중국을 이기려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고, 중국 기업과 손잡고 제3국 시장에 공동 진출한다는 그럴듯한 구상까지 내놓는다. 이에 덩달아 중소기업 상품의 중국 시장 진출을 재확대 한다는 차원에서 관계 부처와 수출 지원 기관이 다시 마케팅 역량을 집중시키려는 모양이다. 과연 의도대로 될까? 지나간 직전 과거를 구태여 소환시키지 않더라도 또 하나의 패착이 되지 않을지 심히 걱정스럽다. 그것이 정치와 연관되어 있다면 더욱 위험하다.
 
중국 시장에서 소비재는 물론이고 소재나 부품, 장비에 이르기까지 중국산이 전체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홍색 공급망’이 마치 철옹성 같다. 외국산이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매우 좁다. 해외 시장에서는 중국 기업과 같은 배를 타고 파트너라고 하면 오히려 역공당할 수도 있는 분위기다. 자칫 경제적 실익이 없는 시장에서 헛발질만 하다가 정작 이익이 있는 곳에서는 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일본은 전쟁 중에도 미국과 경제·군사 동맹 체제를 강화한다. 일본은 소형모듈원자로(SMR), 천연가스 화력발전소에 730억 달러 투자에 더해 ‘일본판 마스가(MASGA)’에 불을 붙이며 조선업 재건까지 도모한다. 대부분 우리 이익과 첨예하게 맞물린 사안이다. 새롭게 파이가 모이는 시장에 힘을 쏟는 것이 순리적이다. 시장의 원리에 작동해 이루어지는 중국과의 무역이나 투자와 별개로 불필요한 역량을 과도하게 집중시켜 기업을 오도하는 행위는 이제 줄여야 할 때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년)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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