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덮친 '원가 쇼크'] 한국경제, 고유가 늪에 '허우적'…물가·환율·금리까지 자극한다

  • 비용 상승 압력에 원가 오르고·수익성 악화… 자금 조달도 부담

지난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과 주가지수가 표시돼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과 주가지수가 표시돼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내 기업이 중동발 유가 급등과 원·달러 환율 상승, 금융비용 확대가 동시에 겹치는 ‘삼중고’에 직면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이 생산자물가를 밀어 올리고 환율 상승이 수입 물가를 자극하는 가운데 시장금리까지 뛰어오르며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비용 상승 압력은 기업의 원가 부담을 키우며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내수 회복세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정부의 물가 관리 기조까지 더해지면서 기업들이 비용 증가분을 제품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마진 압박’ 구조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6% 상승한 123.2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연속 상승세다. 지난해 2월과 비교하면 상승률은 2.4%로 2024년 7월(2.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생산자물가는 금융·보험서비스와 석탄·석유제품 가격 상승이 견인했다. 금융·보험서비스 물가는 주가 상승에 따른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상승 영향을 받았고, 석유제품 가격은 두바이유가 1월보다 약 10% 오른 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원재료와 중간재 가격이 생산 단계 전반에서 상승하고 있음에도 최종재 가격 상승은 제한되면서 비용 증가분이 기업 내부에 머무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수입품을 포함한 국내공급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5% 상승했지만 원재료(0.7%)와 중간재(0.6%) 상승 폭에 비해 최종재(0.2%) 상승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다. 이는 기업들이 비용은 오르지만 가격은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마진 압박’은 단순한 수익성 저하를 넘어 투자와 고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원가 부담이 커진 기업들이 설비투자 축소나 신규 사업 지연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 인건비 조정 등을 통해 비용 절감에 나서면 고용 여건 역시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원가 상승을 흡수할 여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경영 압박이 먼저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

3월 생산자물가 역시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3월 들어 20일까지 두바이유 평균 가격과 원·달러 평균 환율이 2월 평균과 비교해 각각 82.9%, 2.0% 높은 상태”라며 “국제 유가와 환율 상승이 3월 생산자물가에도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중동산 원유 가격 벤치마크인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달 배럴당 평균 61.56달러였던 두바이유 가격은 이달 23일까지 평균 127.90달러로 상승했고, 23일에는 169.75달러까지 치솟으며 170달러 선에 육박했다. 중동산 원유는 국내 원유 수입 가운데 약 72%를 차지하는 만큼 유가 상승 충격은 국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두바이유 선물 가격 역시 지난달 평균 67.72달러에서 이달 평균 112.29달러로 크게 올랐다.

유가 상승은 환율도 자극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1500원을 넘어서는 등 심리적 저항선을 돌파하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7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유가와 환율 상승은 수입 원가를 끌어올리고 이는 생산자물가를 통해 소비자물가로 이어지는 경로를 형성한다. 일각에서는 경기 둔화 속에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제기된다.

금리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연내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으며 이미 국채 금리는 큰 폭으로 상승한 상태다. 전날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3.617%,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3.879%로 각각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달 들어 각각 57.6bp(1bp=0.01%포인트), 43.3bp 급등하며 두 차례 이상 금리 인상을 선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금리 상승은 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을 높이고 투자 위축을 초래하는 동시에 취약 기업을 중심으로 신용 리스크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고환율·고금리 환경이 장기화하면 한계기업을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지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선물시장에 반영된 수준으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이 이어진다면 올해 경제성장률에 약 0.4%포인트 하방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며 “공사비 상승과 환율 상승, 심리 위축이 겹치면서 건설투자와 비IT 설비투자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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