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설 | 기본·원칙·상식] 北 인권결의안 참여 후폭풍…대북·대중 외교 긴장 커질 수도
아주경제 입력 2026-03-2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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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유엔 인권이사회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참여했다. 인권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이제 우리의 외교 역량을 발휘하여 그에 따른 파장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이번 결정의 본질은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단순 참여가 아니다. 상반기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 인권이사회는 실질적 인권 압박의 공간이다. 반면 하반기 뉴욕의 유엔 총회는 정치적 메시지와 여론 형성의 무대다. 총회가 ‘말’의 영역이라면, 인권이사회는 ‘제도’의 영역이다. 이번 선택은 그 제도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과거 흐름을 보면, 한국은 한동안 북한 인권결의안에 참여했다가 남북 관계를 이유로 빠졌고, 다시 복귀했다. 그 과정에서 참여 여부 자체가 논쟁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단순히 이름을 올리는 문제가 아니라, 보다 직접적인 압박 구조에 편입되는 선택이다. 선언에서 행동으로 한 단계 올라간 셈이다.
정부 판단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북한은 이미 한국을 적대 국가로 규정했다. 인권결의안 참여 여부가 남북 관계를 좌우한다는 전제는 현실과 맞지 않는다. 오히려 원칙을 미루는 것이 외교적 신뢰를 깎는다. 국제사회에서 인권 문제에 대해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이다.
그러나 타이밍과 파장은 별개의 문제다. 다음 주 외교 환경은 거칠어질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반발은 확실하다. 인권 문제는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안이다. 강한 언어적 대응은 물론, 남북 간 대화 채널은 더욱 경직될 수 있다. 여기까지는 예측 가능한 범위다.
더 중요한 변수는 중국이다. 인권이사회라는 무대의 성격상 이 문제는 더 이상 남북 관계에 머물지 않는다. 중국은 일관되게 인권 문제의 국제적 압박을 ‘내정 간섭’으로 규정해 왔다. 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한 것은 서방 중심의 인권 프레임에 보다 명확히 들어갔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한국은 안보에서는 미국과 공조하고, 경제에서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구조다. 이미 반도체와 공급망, 기술 규제 문제로 긴장이 누적된 상황에서 인권 이슈까지 더해지면 외교 공간은 더욱 좁아질 수도 있다. 특히 인권이사회는 총회보다 구속력과 후속 조치가 강하다. 단순한 비판을 넘어 조사, 보고, 국제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사안의 핵심은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로 우리의 방향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그러나 외교는 방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북한의 반발은 일정 부분 감수해야 한다. 대신 중국 변수는 관리 대상이다. 공개적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외교 채널을 통해 충분히 설명하고, 경제와 안보 이슈를 분리하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또 하나 짚어야 할 점은 일관성이다. 인권 문제는 정권에 따라 흔들릴 사안이 아니다. 참여했다가 빠지고, 다시 돌아오는 반복은 외교의 신뢰를 약화시킨다. 이번 결정이 의미를 가지려면 단발성이 아니라 지속성이 뒤따라야 한다. 공동제안국 참여는 출발점일 뿐이다. 이후 어떤 행동으로 이어지는지가 더 중요하다.
야당에서도 이번 참여 자체를 두고 ‘늦었지만 필요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맞는 평가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면 의미가 없다. 이름을 올리는 것과 실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인권은 구호가 아니라 정책이어야 한다.
외교는 선택과 부담이 동시에 따라오는 영역이다. 이번 선택은 분명 원칙에 가까웠다. 이제 남은 것은 그 부담을 어떻게 감당하느냐다. 준비 없이 맞으면 리스크가 되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면 신뢰가 된다.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중동 상황 관련 안보리 긴급회의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