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를 둘러싼 논란이 온라인을 뒤흔든 건, 유명 번역가의 과거가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30일 황석희가 2005년과 2014년 각각 강제추행치상, 준유사강간 등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황석희는 같은 날 SNS를 통해 "변호사와 검토 중"이라며 사실과 다른 부분이나 법적 판단 범위를 벗어난 표현이 있다면 정정 및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데드풀', '보헤미안 랩소디' 등으로 이름을 알렸고 최근 개봉한 '프로젝트 헤일메리' 번역도 맡았던 만큼, 파장은 더 크게 번졌다.
황석희는 대중과 소통하고 방송에도 출연하며 '스타 번역가'라는 공적 이미지를 구축해온 인물이다. 그래서 이번 논란은 개인의 과거 문제를 넘어, 대중이 믿고 소비해온 이름과 얼굴이 어떤 전력을 감춘 채 유통돼 왔는지를 되묻게 만든다. 실제로 온라인에서는 번역작 보이콧 움직임이 번지고 있고, 그가 출연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전지적 참견 시점' 클립 및 VOD까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성범죄가 다른 논란과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음주운전이나 막말, 사생활 논란처럼 이미지 차원의 흠결로 소비되는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가 분명히 존재하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중은 "실력은 인정하자"거나 "작품과 사람은 분리해서 보자"는 말에 쉽게 동의하지 않는다. 성범죄가 드러나는 순간 무너지는 것은 호감도가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 활동할 자격에 대한 신뢰다.
이런 상황은 처음이 아니다. 고영욱은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폭행·강제추행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 전자발찌 부착 3년, 정보공개 5년을 확정받았다.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지만, 그의 이름은 복귀보다 '전자발찌 연예인 1호'라는 상징으로 더 오래 남았다. 법적 처벌이 끝났다고 해서 대중의 거부감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정준영과 최종훈 역시 비슷한 결말을 보여준다. 대법원은 술에 취한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정준영에게 징역 5년, 최종훈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확정했다. 이들은 사건 이전까지 음악과 예능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쌓아왔지만, 범죄 사실이 드러난 뒤 커리어는 사실상 붕괴했다. 대중은 이들의 재능이나 과거 인기를 따로 떼어 평가하지 않았다.
해외라고 다르지 않다. 미국 가수 R. 켈리는 성매매·갈취 관련 유죄가 2025년 항소심에서도 유지됐고, 30년형을 복역 중이다. 중국계 캐나다 팝스타 크리스 우(우이판)도 강간 등 혐의로 선고된 13년형에 대한 항소가 기각됐다. 한때 대형 팬덤과 상업적 성공을 누렸던 인물들이지만, 성범죄가 확인된 뒤 남은 것은 히트곡이나 스타성이 아니라 범죄 이력과 추락의 기록이었다.
황석희 논란이 더 뼈아픈 건, 그가 오랜 시간 '감각적인 언어를 다루는 사람', '관객의 정서를 잘 읽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로 소비돼 왔기 때문이다. 대중은 예술가나 창작자에게 성인군자를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최소한 타인의 존엄을 침해하지 않는 사람일 것이라는 선은 기대한다. 성범죄는 그 최소선을 무너뜨린다. 실력은 감탄을 살 수 있어도, 신뢰를 대신할 순 없다.
그래서 황석희를 둘러싼 반응은 단순한 실망이 아니다. "이 사람의 번역을 계속 소비해도 되느냐"는 질문이 따라붙는 순간, 작품은 더 이상 작품만으로 남지 않는다. '프로젝트 헤일메리'와 향후 작업들이 불똥을 맞는 것도 그 때문이다. 황석희 측은 보도 내용 중 일부 표현과 사실관계를 문제 삼을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적어도 이날 공개된 입장문에서 보도된 전력을 정면으로 부인하지는 않았다. 이 지점이야말로 이번 사안이 단순 해프닝으로 끝나기 어려운 이유다.
결국 성범죄 앞에서 무너지는 건 커리어의 한 챕터가 아니다. 대중과 맺어온 공적 계약 전체다. 그리고 그 계약이 한 번 깨진 뒤에는, 재능도 유명세도 팬덤도 예전처럼 작동하지 않는다. 황석희 논란이 다시 보여준 건 그 단순하고도 냉혹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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