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한국 기업들의 법률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중동 물류의 핵심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은 계약·해상 운송·보험·글로벌 공급망 전반에서 복합적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기업은 로펌에 법적 검토를 요청하고 있고, 로펌은 국제분쟁팀·통상산업팀·중동TF 등이 주축이 돼 대응에 나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28일 이란 군사시설 등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시작했다. 이에 대응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하고, 통과하려는 상선에 대한 공격을 시도했다. 전쟁이 시작된 지 어느덧 한 달이 넘은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2일 대국민 연설에서 "앞으로 2~3주 이란을 강하게 타격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중동 전쟁으로 인한 위기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로펌에는 중동 리스크와 관련한 자문 요청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해상 운송과 계약에 따른 책임에 대한 문의가 집중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리스크로 인한 물류의 운송 지연, 선박의 항로 변경, 대체항 하역 등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추가 비용과 손해를 어느 당사자가 부담할지에 대한 분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용선 계약(Charter Party)상 불가항력 조항의 원용 가능성과 그 법적 요건, 항만 접근 불능(Port Inaccessibility)에 따른 계약 해제권과 손해배상 책임 범위, 선박 손상 시 선주와 용선자 간 책임 배분 분재 등이 해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보험 리스크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전쟁 위험도와 항로 변경 등의 보험 조건 변경으로 인해 법률적으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기존 보험 계약의 적용 범위와 면책 조항을 재검토하고 있다.
에너지 등의 공급망 문제도 기업의 법률 자문의 핵심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인해 원유 수급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현재 나프타 등의 공급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향후 국가 첨단 산업 생산에도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세진 법무법인 세종 선임외국변호사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헬륨의 상당량을 카타르에 의존해 수입하고 있다"며 "전쟁이 길어져 헬륨 공급 자체가 되지 않게 된다면 반도체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로펌들은 중동 에너지 의존도 분산을 위한 공급망 재편 전략, 대체 에너지원·공급선 다변화 방안 등을 기업과 함께 설계하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과 함께 러시아산 석유 수입 가능 여부도 중요한 쟁점이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지난달 중순 러시아·이란산 원유 또는 석유 상품의 판매·인도·하역 관련 모든 거래를 한시적으로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 OFAC의 일반 허가(General License)와 관련해 적용 범위·유효 기간·거래 상대방 요건을 검토하고, 기존 계약과의 정합성을 확인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유럽에서 인기를 끌던 방산은 중동에서도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이에 따른 기업의 자문도 많아지고 있다. 김혁중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주로 폴란드, 노르웨이 등의 수출 비중이 높았지만, 이란 분쟁 이후에는 중동 수출 비중이 많아졌다"며 "계약 단계에서도 우리가 초안을 먼저 작성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완성 방산업체의 계약 자문과 더불어 방산 공급망에 참여하는 부품·소재 등의 중소·중견 공급사들도 수출 통제와 재수출 규제의 적용에 대해 문의하고 있다.
중동 전쟁 여파로 다양한 분야에서 법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국내 로펌들은 분야별 전문가를 결집해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 기업 맞춤형 비공개 세미나, 대응 전략 설명회, 뉴스레터 발간 등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법조 시장에서는 향후 군사적 긴장이 다소 완화하더라도 기업 리스크는 상당 기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라 기업은 사후 대응보다 거래 전 제재 점검, 핵심 계약 조항 재검토, 운송·보험 리스크 등을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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