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사실상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공격과 통제 조치가 이어지며 글로벌 해상 물류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 수천척의 선박과 수만명의 선원이 해협에 묶인 가운데 국제 사회가 개방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군사적 해법은 사실상 막힌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외교 공조와 함께 법률 대응 지원을 강화하며 기업 피해 확산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선박 공격이 20건 넘게 발생했고, 2000척 이상의 선박과 2만명에 달하는 선원이 발이 묶인 상태다. 일부 선박은 연료와 보급 부족 문제까지 겪으며 해상 물류 차질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해상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통로가 막히면서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 사회는 외교적 해법 마련에 나섰다. 한국을 포함한 40여개국은 최근 외교장관회의를 열고, 해협 개방을 위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항행 재개를 위한 결의안이 추진됐지만, 상임이사국 간 이견으로 채택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국제해사기구(IMO) 역시 긴급회의를 통해 인도주의 항로 확보와 선박 안전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군사적 대응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이 동맹국들에 군사적 지원을 요청했지만, 주요국이 전쟁 개입에 선을 그으면서 다국적 군사 개입은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탈퇴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동맹 균열이 노출된 점도 군사 해법의 한계를 보여준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외교 협력을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호르무즈 해협 내 안전한 해상 수송로 확보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주요국이 군사 개입 대신 외교적 압박과 공조에 무게를 두는 흐름 속에서 한국 역시 다자 협의체 참여와 정보 공유를 통해 대응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법무부는 '해외진출기업 국제법무지원단'을 통해 해협 통항 제한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실시간 상담과 서면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물류 차질과 비용 증가로 계약 분쟁 가능성이 커지자 법률적 대응 지원 필요성이 커진 데 따른 조치다.
특히 기업들이 가장 주의해야 할 쟁점으로는 국제 계약상 '불가항력' 조항이 꼽힌다. 전쟁이나 해상 봉쇄가 계약 이행 불능 사유로 인정될 경우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지만, 요건과 절차를 충족하지 못하면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계약서별로 발동 조건과 통지 방식, 적용 기한이 달라 사전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물품매매계약에 적용되는 유엔 협약(CISG) 여부도 변수다. 해당 협약은 국내법에 우선 적용될 수 있어 기업들이 이를 간과할 경우 법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 운송로 확보, 이행 노력 기록 등 사전 대응을 철저히 해야 분쟁 발생 시 유리한 입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란은 해협 통행을 단순히 제한하는 수준을 넘어 통제 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통과 선박에 대해 사전 승인 절차를 요구하고, 비적대 국가 선박에 한해 선별적으로 통행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일부 선박에는 수백만달러 수준의 통행료가 부과된 것으로 전해지며 '허가제 통행'이 도입된 상황이다.
이란은 오만과 함께 새로운 통항 규칙 마련도 추진하고 있다. 전쟁 이후에는 기존과 같은 자유항행 질서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며 해협 관리 체계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질서가 이전 상태로 완전히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해협을 둘러싼 군사·외교적 긴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 모두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한 대응 전략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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