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휴전은 합의, 호르무즈 통제권은 넘겨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협상 시한을 불과 90분 남기고 이란과의 2주 휴전에 합의했다. 파국 직전에서 급제동을 건 결정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즉각적 개방을 조건으로 미국은 공격을 중단했고, 양측은 사실상 10개항 제안 전반에 대한 협상 틀에 합의했다. 

표면적으로는 전면전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한 ‘성과’다. 국제 유가가 급락하고 글로벌 증시가 반등한 것도 시장이 이를 그렇게 해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합의를 단순한 외교적 성과로 보는 것은 지나치게 안이하다. 이번 합의의 본질은 전쟁의 종결이 아니라 통제권의 재배치에 가깝다. 

핵심은 호르무즈 해협이다.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이 좁은 해협은 이번 협상의 중심축이었다. 문제는 ‘개방’의 조건이다. 이란은 해협 통과를 허용하되 자국 군의 ‘조정(coordination)’ 하에 이루어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봉쇄의 해제가 아니라, 통제된 개방, 다시 말해 통과 권한의 실질적 귀속이 이란에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은 해협을 직접 사용하지 않는 국가다. 수입 구조상 의존도도 낮다. 그런 미국이 ‘개방’을 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역설적으로 이 해협의 부담을 이용국에 전가하는 구조를 용인한 셈이다. 글로벌 에너지 수급의 이해당사자인 한국, 일본, 유럽에는 훨씬 더 직접적인 리스크다. 이 점에서 이번 합의는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부담의 이동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방식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문명 전체가 사라질 것”이라는 극단적 위협은 국제 규범을 넘어선 발언이었고, 결국 스스로 출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을 자초했다. 결과적으로 시한 직전의 합의는 그 출구를 마련한 셈이지만, 그 과정에서 미국의 협상 목표가 얼마나 유지됐는지는 불분명하다. 

이란이 제시한 10개항에는 제재 해제, 핵 활동 인정, 해협 관리 권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의 출발점 자체가 이미 양측의 간극을 드러낸다. 2주라는 짧은 유예 기간 안에 구조적 갈등이 해소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결국 이번 합의는 ‘전쟁을 멈춘 것’이 아니라 다음 국면을 유예한 것에 가깝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제부터다. 

호르무즈 해협이 ‘열렸는가’가 아니라, 누가 언제 어떤 조건으로 통과를 결정하는가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서는 물량보다 도착의 확실성, 계약보다 항로의 안정성이 더 중요한 문제가 됐다.

공급은 약속될 수 있지만, 통과는 허가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 정부는 위기를  ‘경로’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물가 압력이 본격화되기 전에 이를 차단하는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동시에 기대 인플레이션 심리를 선제적으로 억제하지 못한다면, 이번 사태는 단순한 외부 충격을 넘어 구조적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시한 정치가 만들어낸 것은 평화가 아니라 불확실성의 구조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안도감이 아니라, 그 구조를 읽는 냉정한 판단이다. 

이란 수도 테헤란 엔겔랍 광장에서 8일현지시간 시민들이 휴전 소식에 반응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한 공격 시한을 약 1시간 앞두고 2주간의 휴전에 전격 합의했으며 이에 따라 이란은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일시적으로 재개방하기로 했다 AFP연합뉴스
이란 수도 테헤란 엔겔랍 광장에서 8일(현지시간) 시민들이 휴전 소식에 반응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한 공격 시한을 약 1시간 앞두고 2주간의 휴전에 전격 합의했으며, 이에 따라 이란은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일시적으로 재개방하기로 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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