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개헌, 독주로 바꿀 수 없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을 제외한 여야 6당과 우원식 국회의장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3일 개헌안을 공동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야 의원 187명이 발의한 '대한민국 헌법 개정안'을 오는 5월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당 차원에서 지방선거 동시 개헌 투표에 반대하고 있다. 개헌안의 국회 의결을 위해서는 재적 의원 3분의 2(295명 중 197명) 이상 찬성이 필요한데 국민의힘을 제외한 의석은 188석이다. 9표 이상 이탈표가 나와야 통과가 가능한 상황이다.

개헌안의 핵심은 계엄에 대한 국회 통제 강화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면 지체 없이 국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승인이 부결되거나 계엄을 선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승인이 이뤄지지 않으면 해당 계엄을 즉시 무효화하는 조항이 추가됐다.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할 경우에도 효력이 곧바로 상실되도록 했다. 헌법 전문에는 '부마 민주 항쟁과 5·18 민주화 운동 정신을 잇는다'는 내용도 명시됐다.

개헌안만 보면 국민의힘이 적극적으로 반대할 내용은 전혀 없다. 국민의힘도 "이견이 없다"며 '개헌 선거'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에 맞춰 실시한다면 개헌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 때문에 개헌 선거가 된다는 주장이다. 여야 합의가 전제돼야 할 개헌을 두고 야당의 동의를 당연시하는 태도는 협치가 아닌 정치적 압박이라는 것이다.

일방적 개헌 추진은 갈등을 증폭시키는 지름길이다. 권력 구조 개편은 필연적으로 이해 관계를 건드린다. 이런 사안을 협의 없이 밀어붙이면 정치적 충돌과 함께 사회적 분열까지 번질 가능성이 크다. 개헌 이후 안정적 운영을 생각한다면 과정에서의 타협과 설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국가의 기본 질서를 규정하는 최고 규범을 바꾸는 일인 만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용 이전에 '합의'다.

그러나 이번 추진 방식의 속도는 개헌을 국가적 과제가 아닌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이 과정에서 제1야당은 배제됐다. 시점 또한 부적절하다. 지방선거를 앞둔 개헌안 발의는 아무리 명분을 강조해도 선거와의 연관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선거 국면과 결합되는 순간 국민은 순수성을 믿기 어렵다. 결국 개헌은 '미래를 위한 설계'보다 '현재를 위한 전략'으로 읽히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반드시 여야 간 충분한 합의를 전제로 이뤄졌어야 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공론화의 부재다. 개헌은 국민적 토론과 숙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축적해가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축적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충분한 논의 없이 '정치권 내부 합의'만으로 진행됐다.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고, 늦더라도 제대로 가야 하는 문제다. 독주는 순간의 성과를 만들 수 있을지 몰라도 오래 지속될 헌정 질서를 만들지는 못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정치가 아니다. 끝까지 설득하고 타협하는 정치다.

답은 명확하다. 배제된 세력을 다시 논의의 장으로 불러들이고, 충분한 시간과 공론화를 거쳐야 한다. 이번 개헌 시도는 그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고 있다. 여야 합의 없는 개헌은 없다. 단순한 원칙을 외면한다면 개헌은 성공할 수 없다. 독주가 아닌 합의로 마련돼야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헌법이 될 수 있다.
 
조현정 정치사회부 차장
조현정 정치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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