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장사 광명전기. 업력만 70년이 넘는 중견기업이다. 3년 전까지 이 회사 사정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2022년엔 매출 1382억원, 당기순이익 56억원을 올렸고 재무 상태도 비교적 탄탄했다. 그런데 딱 2년만에 상황이 돌변했다. 경영권이 바뀐 뒤 혼란스런 상황이 이어지다 최근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다. 자본잠식률 71.2%에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매매거래도 정지된 상태다.
갑작스러운 광명전기의 '몰락' 배경에는 오창석 무궁화신탁 회장의 그림자가 짙다. 오 회장은 '무자본 M&A(인수합병)'로 유명한 인물이다. 최근 SK증권에서 비상장주식을 담보로 거액을 대출받아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70년 장수기업' 광명전기는 어쩌다 상폐 위기에 몰렸을까.
몰락의 시작, 2024년 3월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광명전기는 지난 7일 외부감사인 삼덕회계법인 측에서 감사의견 '거절'을 통보받았다. 기업 경영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재무 상태가 나빠서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은 216억6881만원이지만 실제 남은 자본총계는 62억3464만원에 불과하다. 자본잠식률은 71.23%. 1년 전 722억8594만원을 웃돌던 자본총계가 순식간에 10분의 1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몰락이 시작된 시점은 2024년이다. 그해 3월 오창석 무궁화신탁 회장은 개인회사 나반홀딩스를 통해 광명전기 조광식 전 회장 지분을 180억원에 매입했다. 조 전 회장은 지분 매각대금으로 피앤씨테크 지분 전량을 140억원에 매입해 독자경영에 나섰다. 이후 4월 3일 조 전 회장의 피앤씨테크는 오 회장의 무궁화신탁 개인지분 3.65%를 170억원에 사들인다. 그리고 같은 날 나반홀딩스는 이재광 대표 지분 전량을 205억원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나반홀딩스는 광명전기 최대주주(29.98%)로 올라섰다.
인수 한달만에 시작된 '투자금 회수'
여기까지는 전형적인 M&A 거래다. 통상적으로는 새로 사들인 회사를 잘 키워서 높은 값에 재매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오창석 회장과 나반홀딩스는 달랐다. 인수 한 달 만에 본격적인 투자금 회수에 나선 것이다. 2024년 5월 나반홀딩스는 광명전기 지분 중 일부(6%)를 케이와이에이치홀딩스라는 곳에 매각한다. 매각가는 나반홀딩스가 조광식·이재광 대표로부터 사들인 인수가보다 높았다. 같은 달, 나반홀딩스는 광명전기의 자금 60억원을 들여 오창석 회장이 지배하는 코스닥 상장사 MIT(무궁화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이어 넉 달여 뒤인 9월엔 광명전기 지분 15%가량을 MIT에 양도한다. 양도대금은 약 200억원이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나반홀딩스가 회수한 자금은 4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MIT에 광명전기 지분을 양도하려던 계획이 얼마 뒤 무산됐다. MIT의 부실이 문제가 되어서다. 결국 나반홀딩스의 '엑시트'는 2025년으로 넘어간다. 2025년에 접어들면서 나반홀딩스는 다시 본격적인 투자원금 회수에 나선다.
그해 6월, 엠에이치건설에 광명전기 지분 10.41%를 매각했다. 매각가는 주당 3073원. 그런데 엠에이치건설은 한 달 뒤 인수가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주당 1172원가량에 광명전기 지분을 전량 매도한다. 이렇게 다시 매물로 나온 광명전기 지분을 다시 인수한 건 나반홀딩스다. 나반홀딩스는 같은 해 10월 조 전 회장(피앤씨테크) 측에 305억1000만원을 받고 광명전기 지분 전량을 매도했다. 2024년 3월 지분 취득 이후 1년 7개월만에 엑시트를 끝나친 셈이다.
껍데기만 남은 광명전기
오 회장의 나반홀딩스가 회사 지분을 사고팔기를 거듭하면서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동안 광명전기는 빈껍데기만 남게 됐다. 그 결과물이 광명전기의 2025년 감사보고서다. 지난해 광명전기는 681억5498만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부채는 전년 703억9311만원에서 1278억5183만원으로 폭증했다. 특히 1년 내에 갚아야 할 유동부채가 1163억5482만원에 달한다. 자본금은 216억6881만원이지만 실제 남은 자본총계는 62억3464만원에 불과하다. 자본잠식이다. 광명전기는 누적된 재무 부실을 해결하고자 지난 3월16일 5대 1 무상감자도 결정했지만 이달 7일 '의견거절'을 통보받으면서 주식 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광명전기는 지금도 시끄럽다. 나반홀딩스 측에서 지분을 매입한 피앤씨테크(조광식 전 회장)가 경영권을 인수하는 데 대해 광명전기 사측이 올해 초부터 이의를 제기하면서다. 각종 대외 채무 관련 소송전도 이어지는 중이다.
광명전기 상폐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일은 이달 28일이다. 재무구조 개선계획이 받아들이지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파국을 맞는다.
광명전기 측은 "자본 고갈은 과거 공사 현장의 부실이 한꺼번에 반영된 결과"라며 "오는 28일까지 이의신청을 하고 재감사 등을 통해 상장 유지를 위해 사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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