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 한양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겸임교수]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렸던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결국 결렬되었다. 양측 요구조건의 간극이 컸다. 미국 메시지는 명확하다.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하겠다”는 분명한 의사를 표명하는 것이다. 또한, 호르무즈해협을 즉각 개방하라는 것이었다. 반면 이란 측에서는 최종 합의가 이뤄진 다음 호르무즈해협을 개방한다는 입장이며, 평화적인 원자력 사용의 권리를 내세우고 있다. 미국·이란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회담이 종료된 이후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미국은 이란에 레드라인을 제시했으며, 이란이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란 측은 “미국의 과도한 요구로 결렬되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란 간 회담 중, “합의하든, 안 하든 차이가 없다. 우리가 승리한 것이다”라는 말을 하였다. 이미 회담 결과를 예상한 것으로 보였다.
밴스 대통령이 이란과 마라톤회담을 진행하는 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버지니아주에 있는 자신 소유 골프장에서 골프를 하였으며, 그 후 마이애미로 가서 UFC(종합격투기)를 관람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려는 의도였다. 격투기장에 간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격투기 팬이기도 하지만, 트럼프가 “종전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에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인지 분석해보자.
트럼프 정부가 수확한 것은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 등 주요 인사들을 제거했으며, 이란의 군사시설 등을 파괴했다는 점이다. 또한, 미국의 군사력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란은 여전히 신정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정권은 교체되지 않았다.
오히려 트럼프 정부는 이란 전쟁을 시작했던 원인인 이란의 핵 개발 의지를 완전하게 제거하지 못했다. 고농축 우라늄 440kg도 여전히 핵시설 땅속에 묻혀 있다. 이란은 협상 중에도 핵개발 포기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잃은 것은 상당히 많다. 첫째,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이 이란에 넘어갔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장악함으로써 미국 발목을 잡았으며, 세계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뒤늦게 깨달았다.
둘째, 미국과 동맹국 간 관계도 훼손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가 호르무즈해협에 군함을 보내지 않은 데에 “종이호랑이”에 비유하면서 조롱하였고, 보복 차원에서 독일·스페인에 주둔해 있는 미군 병력을 폴란드 등 다른 나토국가에 이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노출하고 있다.
셋째, 미국에서 거세지는 반전 운동이 트럼프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지난 3월 28일 미국 전역에서 약 800만 명이 참석한 노킹스(No Kings) 시위가 벌어졌으며, 미국 마가(MAGA) 등 보수진영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공습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터커 칼슨, 메긴 켈리 등 보수세력의 여론 주도 인물들도 트럼프의 “이란 문명 소멸” 발언 등을 문제 삼고 있으며,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을 “아이큐가 낮다. 멍청이”라고 비난하는 등 양측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넷째,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군사작전을 중지시키기 위해 민주당 상·하원에서 결의안이 계속 시도되고 있다. 공화당 저지로 무산은 되었으나 정치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타격을 입게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필요성도 제기되었으며, 존 브레넌 전 CIA 국장과 민주당 인사들을 중심으로 수정헌법 제25조에 따라 트럼프의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키자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물론 실현될 가능성은 적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공화당과 보수진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전쟁으로 인해 유가도 급격히 오르는 등 미국 유권자들의 경제 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상당히 우려감을 표명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21일 휴전 종료 이후, 이란의 민간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공습할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만일 휴전 이전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석기시대로 만들겠다. 문명을 파괴하겠다”는 발언을 실천한다면, 중동지역은 물론 세계 경제는 겉잡을 수없는 심각한 양상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란도 거센 반격을 가할 것은 분명하다. 예상되는 이란의 시나리오는 이렇다. 중동지역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첫째, 이란 모즈타바 정권은 호르무즈해협을 지속 장악하고, 통행료를 부과할 것이다. 이미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를 보였다. 다른 해협에서도 유사한 일들이 벌어질 소지가 있다.
둘째, 이란 신정체제가 예멘의 후티 반군과 연계하여 바브엘만데브해협까지 통제하려 들 것이다. 중동지역에서 후티 반군과 모즈타바 정권이 동시에 두 곳에서 해협을 봉쇄할 경우, 그 파급영향은 매우 클 것이다. “일(1) 더하기 일(1)이 백(100) 또는 천(1000)”이 되는 엄청난 파장을 초래할 것이다”.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 원유 20%의 수송통로이며, 바브엘만데브해협은 10%를 담당한다. 바브엘만데브해협에서는 원자재 등 글로벌 공급망의 중요 길목이기도 하다.
셋째, 이란이 트럼프 정부의 인프라 공격에 앙심을 품고 보복 차원에서 인근 걸프국가들의 석유·담수·상업 시설 등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할 경우, 사우디아라비아·UAE 등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이란을 대상으로 전쟁을 선포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중동 전 지역에서 걸프전쟁으로 확산한다면, 세계 경제에 미칠 충격은 상당할 것이다.
넷째, 이란 정부가 최고 지도자 모즈타바 명의로 “제2전선을 구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저항의 축인 후티 반군,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왔다. 그들에게 무기와 재정지원을 해왔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지하드를 강조하고 있다. 과거 빈 라덴의 알카에다가 미국 뉴욕에서 9.11 테러를 자행했듯이, 이란이 비대칭 전술인 테러를 미국 본토를 향해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란은 미국과의 협상 시간을 끌면서 자신에 유리한 국면으로 몰고 갈 것이다. 이란 지도부는 북한처럼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할 경우,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섣불리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기에, 핵무기 개발의 유혹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봉착해 있다. 미국·이란 전쟁을 승리로 이끌 명분을 확보하는 것이 현재 가장 중요하다. 오는 5월 미중정상회담도 목전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 현명하게 이 국면을 돌파하는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미국과 이란 전쟁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닫지 말고, 잘 매듭 짓기를 기대한다.
엄태윤 필자 주요 이력
△한국외국어대 국제관계학 박사 △Pace 대학 경영학 박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주미 한국대사관 참사관 △주 보스턴 총영사관 영사 △통일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제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