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전쟁 50일, 시장서 74조원 규모 원유 증발

이란 케심 섬 해안의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들이 보이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이란 케심 섬 해안의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들이 보이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미·이란 전쟁 50일 만에 글로벌 원유 시장에서 5억배럴이 넘는 원유·콘덴세이트가 이탈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장이 더 경계하는 건 유가 급등보다 공급 충격의 장기화다. 생산 차질과 재고 감소, 정제·액화천연가스(LNG) 설비 복구 지연이 겹치면서 에너지 부담이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쟁이 2월 말 시작된 뒤 글로벌 시장에서 이탈한 원유·콘덴세이트는 5억배럴을 넘었다. 로이터는 케플러 자료를 인용해 이를 현대사 최대 규모의 에너지 공급 차질로 평가했다. 전쟁 이후 평균 유가를 배럴당 100달러(약 14만7000원)로 잡으면 생산되지 못한 물량의 가치는 약 500억달러(약 74조원)에 이른다.
 
우드맥킨지의 이언 모왓 분석가는 5억배럴이 ‘전 세계 항공 수요 10주치’, ‘전 세계 차량 운행 11일치’, ‘세계 경제 5일치 석유 사용량’에 맞먹는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해당 물량에 대해 “미국의 거의 한 달치 석유 수요, 유럽 전체가 한 달 넘게 사용할 수 있는 규모와 비슷하다”고 전했다.
 
공급 차질은 걸프 산유국에 집중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걸프 아랍국들의 3월 원유 생산 손실은 하루 800만배럴 수준이다. 미국 초대형 석유회사인 엑손모빌과 셰브런의 하루 생산량을 합친 규모에 맞먹는다.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바레인·오만의 항공유 수출도 2월 1960만배럴에서 3~4월 누적 410만배럴로 급감했다.
 
문제는 해협이 다시 열려도 회복이 바로 시작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로이터는 4월 들어 전 세계 육상 원유 재고가 약 4500만배럴 줄었고, 3월 말 이후 생산 차질 규모는 하루 1200만배럴에 달했다고 전했다. 케플러의 요하네스 라우발 선임 분석가는 “쿠웨이트와 이라크의 중질유 유전이 정상 가동 수준을 회복하는 데 4~5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봤다.
 
카타르 라스라판 LNG 단지와 정제 설비 피해까지 감안하면 역내 에너지 인프라가 완전히 정상화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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