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10시, 경상남도가 야심 차게 내놓은 ‘경남도민연금’ 추가 모집이 시작되자마자 도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창원시와 도내 10개 군 지역을 대상으로 한 첫날 모집에서 오후 3시 기준 모집 인원의 99%인 4068명이 신청을 완료했다. 사실상 ‘당일 마감’에 가까운 성적표다.
경남도민연금의 인기 비결은 철저히 ‘실리’에 기반한다. 국민연금 수령 연령이 상향되면서 은퇴 후 연금을 받기 전까지 소득이 단절되는 이른바 ‘데드 브릿지(Dead Bridge)’ 구간에 대한 공포를 정확히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이 연금은 도민이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를 통해 자산을 형성하면, 경남도가 금융기관과 협력해 파격적인 우대 금리나 추가 지원금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특히 이번 1차 모집 대상인 연 소득 5455만원 이하 가구는 물론, 다음 주 예정된 9352만원 이하 중산층까지 범위를 넓힌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노후 보장을 중앙정부의 국민연금에만 맡기지 않고 지자체가 직접 나서는 현상은 전국적인 추세다. 하지만 경남도의 정책은 타 지자체와 궤를 달리한다.
전남 해남군이나 전북 정읍시 등이 시행 중인 ‘농민수당’이나 ‘마을연금’은 복지 성격이 강하고 수혜 대상이 농민이나 특정 고령층에 한정돼 있다. 반면 경남도민연금은 ‘소득 기준’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중장년층을 정조준했다. 금융권(NH농협, BNK경남은행)과의 민관 협력을 통해 단순 보조금 지급을 넘어선 ‘수익형 자산 관리’ 모델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훨씬 공격적인 행정이라는 분석이다.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연금 모집에 나서는 이유로 ‘지역 소멸 방지’와 ‘로컬 복지 경쟁’을 꼽는다. 국민연금 고갈 우려와 수령 시기 연장으로 인한 불신을 지자체가 직접 메워줌으로써 은퇴 세대의 타 지역 유출을 막는 ‘경제적 족쇄(Lock-in)’ 효과를 노린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 은행을 이용하게 함으로써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을 막는 부수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정소영 경상남도 인구정책사무관은 “이번 신청 결과는 소득 공백기 해소에 대한 도민들의 절실한 수요가 반영된 결과”라며 “단순한 현금 지원을 넘어 도민의 노후 불안을 덜어주는 실질적인 정책으로 발전시키고, 남은 모집 일정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열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오는 22일과 23일에는 진주, 김해, 양산 등 7개 시 지역의 모집이 시작된다. 이어 27일부터는 2차 모집으로 연 소득 9352만원 이하 구간 1만 589명을 순차 모집할 계획이다.
신청자가 가입 완료 통보를 받은 후에는 5월 4일부터 7월 31일 사이에 반드시 지정 은행(NH농협, BNK경남은행)에서 IRP 계좌를 개설해야 최종 가입자로 확정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신청 기간 내 모집이 미달된 시군은 5월 6일부터 8일까지 재모집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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