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가 인종 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21일 중화망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영화 개봉을 앞두고 공개된 영상이 중국인 비하 요소를 담고 있다는 비판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됐다.
논란의 중심에는 중국계 배우 선위톈이 연기한 보조 캐릭터 친저우가 있다. 중국 온라인상에서는 친저우의 발음이 과거 서구권에서 중국인을 조롱할 때 쓰이던 비하 표현 '칭총'(Ching Chong)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나왔다.
여기에 안경과 체크 셔츠 차림, 과장된 표정과 어수룩한 행동, 상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거나 스스로를 과시하는 장면 등이 더해지며 '아시아계는 공부는 잘하지만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고정관념을 반복한 것 아니냐는 반발로 이어졌다.
이번 논란은 한 캐릭터가 우스꽝스럽게 그려졌다는 문제만은 아니다. 영화 속 인물은 얼마든지 어설프고 과장되며 모난 성격을 가질 수 있다. 코미디와 풍자 장르에서 이런 인물은 서사의 활력을 만드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다만 특정 인종적 배경을 가진 캐릭터에게 이름, 외형, 행동 방식까지 오랫동안 반복돼 온 편견의 요소가 겹쳐질 경우, 관객은 이를 단순한 캐릭터성으로만 받아들이기 어렵다.
중국 관객의 반발도 이 지점에서 비롯된다. 중국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상업영화가 중국계 인물을 등장시키면서도, 그 인물이 독립적인 서사나 입체적 매력보다 희화화된 보조 캐릭터처럼 소비된다면 불쾌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할리우드 영화에서 아시아계 인물이 오랫동안 '공부 잘하는 너드', '사회성 부족한 조력자', '이국적 장식' 등으로 소비돼 왔다는 문제의식이 남아 있는 만큼, 이번 논란은 개별 장면을 넘어 재현의 방식 전체를 묻는 사안으로 확장되고 있다.
물론 현재 공개된 일부 영상만으로 제작진의 의도를 인종차별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캐릭터의 전체 서사와 영화 안에서의 기능을 확인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대형 글로벌 영화라면 의도 못지않게 수용 방식 역시 중요하다. 특정 표현이 어떤 역사적 맥락을 갖고 있고, 다른 문화권 관객에게 어떻게 읽힐 수 있는지 점검하는 과정은 이제 기본적인 제작 책임에 가깝다.
영화가 모든 논란의 가능성을 피해 무난한 인물만 만들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중요한 건 개성을 지우는 게 아니라 입체성을 더하는 일이다. 캐릭터가 특정 인종이나 배경을 대표하는 기호처럼 소비되지 않도록 그 인물의 욕망, 능력, 관계, 맥락을 충분히 설계해야 한다. 우스운 인물도, 모난 인물도 될 수 있다. 다만 그 특성이 인종적 클리셰에 기대지 않고, 이야기 안에서 설득력 있게 형성돼야 한다.
결국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가 직면한 논란은 할리우드가 중국 시장을 대하는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거대한 소비 시장으로서 중국을 의식하면서도, 중국계 인물의 재현에는 세심함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영화가 진정으로 세계 시장을 겨냥한다면, 흥행 규모만큼이나 문화적 감수성도 확장돼야 한다.
이번 논란은 한 편의 영화가 중국에서 흥행 부담을 안게 됐다는 차원을 넘어, 글로벌 영화 산업이 인종과 문화권을 어떻게 바라보고 재현해야 하는지를 되묻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