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주춤한다는 강남 집값… 부동산 안정된 거 맞나요

홍승우 건설부동산부 차장
홍승우 건설부동산부 차장

요즘 부동산 시장을 보고 있으면 고개가 갸웃해진다. 정부와 시장 일각에서는 강남 아파트 값이 꺾였다며 집값 안정 신호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만 떼어 놓고 보면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다. 강남 3구와 용산 같은 고가 주택 밀집 지역은 최근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통계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값은 4월 둘째 주에도 0.10% 올랐지만 강남 3구 약세는 8주째 이어졌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각각 0.06% 하락했고 송파구도 0.01% 내렸다. 용산구도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겉으로 보면 비싸던 곳부터 식어가는 그림이다.
 
하지만 여기서 “집값이 잡혀가고 있다”고 말하는 건 엄연히 시기상조다. 왜냐하면 서민과 무주택 실수요자가 체감하는 시장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서다. 그들이 애초에 들어갈 수 없던 강남 아파트가 조금 조정받는다고 해서 내 집 마련 문턱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서울 외곽과 비강남의 중저가 아파트, 다시 말해 실수요자가 현실적으로 노려볼 수 있는 가격대의 집이 더 단단해지고 있다. 같은 시기 강북구는 0.27%, 강서구는 0.24%, 동대문구와 성북구는 각각 0.20%, 구로구는 0.17% 올랐다. 시장의 열기가 사라진 게 아니라 다른 곳으로 전이되는 것이다.
 
거래 흐름도 이를 뒷받침한다. 3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742건으로 전월보다 17.7% 줄었지만 15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85.3%까지 올라왔다. 최근 거래량 상위 단지 중 상당수가 외곽 지역에 몰렸고 거래량 상위 50곳 중 43곳이 외곽 자치구에 집중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거래가 줄었다고 하지만 끊긴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가격대로 더 모였다는 뜻이다. 시장 전체가 얼어붙은 것이 아니라 거래의 무게중심이 낮아진 셈이다.
 
실거래가를 보면 체감은 더 분명해진다. 서울시와 한국부동산원 분석에 따르면 2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은 전월보다 1.9%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5.7% 오른 수치다. 더 눈에 띄는 대목은 소형 아파트 가격 흐름이다. 40㎡ 초과~60㎡ 이하 소형 아파트 상승률이 2.95%로 가장 높았다. 전세도 마찬가지다. 2월 서울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는 전월 대비 0.22% 올랐고 동북권은 0.85% 상승했다. 강남의 초고가 주택 몇 곳이 주춤하는 동안 정작 실수요가 몰리는 소형과 중저가, 비강남 지역은 더 빡빡해졌다는 얘기다.
 
이건 우연이 아니다. 정책이 강한 곳을 누르면 수요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동한다. 고가 주택과 투자 수요를 겨냥한 규제가 강화될수록 시장은 대출 가능한 구간과 실거주 가능한 지역으로 쏠린다. 강남 아파트를 살 수 없는 사람은 매수를 포기하는 대신 노원, 구로, 강서, 성북 같은 지역에서 선택지를 다시 찾는 것이다.
 
금리 환경도 이 같은 흐름을 거든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0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금리가 확연히 낮아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금 부담이 갑자기 풀린 것도 아니다. 이런 국면에서는 고가 주택보다 대출 한도 안에 들어오는 중저가 주택에 대한 상대적 선호가 강해진다. 금리가 높고 대출 문턱이 뚜렷할수록 사람들은 ‘좋은 집’보다 ‘살 수 있는 집’으로 움직인다. 시장은 생각보다 냉정하고, 수요는 생각보다 현실적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어떤 숫자를 집값 안정의 근거로 삼느냐에 있다. 비싼 집이 조정받으면 정책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 쉽다. 상징성도 크다. 강남 아파트 값이 내려갔다는 한 줄은 언제나 강한 메시지를 준다. 그러나 서민 주거 안정의 기준은 거기에 있지 않다.

중요한 건 사람들이 실제로 사려는 집, 대출을 끌어서라도 손에 닿을 수 있는 집, 출퇴근과 교육 여건을 감안해 마지막까지 검토하는 집값이 안정됐느냐는 점이다. 이러한 질문 앞에서 누가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됐다고 답할 수 있을까. 실수요 가격대의 집이 오르고 전세까지 따라 오르면 무주택자의 부담은 더 커질 뿐이다. 정책이 정말 서민 주거 안정을 목표로 한다면 강남 몇 곳의 가격 조정만 보고 안도해서는 안 된다.

전문가들은 누누이 말한다. 강남 집값을 잡는 게 우선이 아니라 민간 중심의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지금 필요한 건 ‘어디가 떨어졌느냐’보다 ‘누가 더 힘들어졌느냐’를 보는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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