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챙긴다. 새삼 이 속담이 떠오르는 것은 쿠팡 사태가 그 구조를 너무도 선명하게 닮았기 때문이다.
한국 소비자 3500만 명이 깔아준 물류망 위에서, 한국 노동자들이 새벽을 달려 배달하고, 한국 자영업자들이 입점 수수료를 감당하며 키워낸 플랫폼이 지난해 매출 45조4555억 원, 영업이익 2조2883억 원, 당기순이익 1조5891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은 40.9%, 순이익은 37% 증가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한국 사회 전체가 술렁이던 그해에 거둔 성과다.
그렇게 번 돈으로 쿠팡 한국법인은 100% 모회사인 미국 쿠팡 주식회사에 1조4659억 원을 중간배당했다. 순이익의 90%를 넘는 규모다.
쿠팡 측은 이를 주주 현금배당이 아니라 대만 등 글로벌 성장사업 재투자를 위한 자금 이동이라 해명하며, 재원 역시 한국 영업이익이 아니라 과거 해외 투자자가 납입한 주식발행초과금 일부라고 설명한다. 회계적으로 반박 불가능한 논리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이 묻는 것은 그 너머에 있다. 데이터 유출로 발생한 신뢰 비용은 고스란히 한국 이용자와 사회가 떠안았는데, 정작 수익은 대서양 건너로 흘러가는 이 구조가 과연 상식의 언어로 설명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그 파장은 곧 서울로 되돌아왔다.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54명이 강경화 주미대사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한국 정부가 쿠팡 등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고 주장했다. 3500만 명의 데이터가 유출된 사건을 그들은 "민감도가 낮은 정보 유출"이라 표현했다. 한국에서 쿠팡은 이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 인프라다. 그 플랫폼에 종속된 수천만 명의 일상을 가볍게 표현하는 인식 자체가, 이 논란의 본질을 압축한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 기업 분쟁이 핵추진잠수함, 우라늄 농축·재처리 등 한미 안보 협의와 뒤엉키는 흐름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쿠팡은 기업의 문제인데, 이 문제가 한미 간 안보 협의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연결"이라고 선을 그은 것은 옳다. 기업의 위법 여부는 법과 절차로 다루고, 안보 협상은 안보의 논리로 다뤄야 한다. 두 영역이 한 테이블에 오르는 순간, 법치는 외교 흥정의 패가 되고 동맹은 거래로 오해받는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한국 정부와 정치권이 이 사안을 감정으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 반미도, 반기업도, 민족 정서도 답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냉정한 팩트의 배열이다. 쿠팡이 한국에서 얼마를 벌었는지, 얼마를 배당했는지, 로비 자금이 언제부터 얼마나 늘었는지, 로비 대상이 어디까지 확장됐는지, 개인정보 유출의 피해 규모와 사후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숫자 하나하나로 제시해야 한다.
외국 기업이라서 불리하게 대우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미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예외를 허용해서도 안 된다. 성숙한 동맹일수록 각자의 법과 제도를 상호 존중하는 데서 신뢰가 쌓인다. 동맹은 법치를 무력화하는 방패가 될 수 없다.
재주는 한국이 부렸다. 그 값을 법치로 청구하는 것, 그것이 감정이 아니라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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