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필리핀에 중고 호위함 수출 추진…韓 방산과 경쟁 가능성

  • 무기수출 규제 완화 후 첫 사례

  • 닛케이 "동남아 정비거점 확보 포석"… 中 견제 속 방산 세일즈 본격화

  • 자위대법 개정도 추진

일본 히로시마에 있는 쿠레 해상자위대 기지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 히로시마에 있는 쿠레 해상자위대 기지[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 정부가 필리핀에 해상자위대의 중고 호위함 수출 협의에 본격 착수했다. 지난달 21일 일본이 살상 능력을 갖춘 방위장비 수출을 사실상 허용한 이후 처음으로 진행되는 함정 수출 협의다. 일본이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방산 수출 확대와 안보 협력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한국 방산업체와 경쟁 가능성도 제기된다.

6일 요미우리신문·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5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길베르토 테오도로 국방장관과 회담을 갖고, 해상자위대의 중고 호위함 수출을 위한 실무협의체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방위장비·기술 협력 확대를 위한 공동성명에도 서명했다.

수출 대상으로는 해상자위대의 '아부쿠마급' 호위함이 거론된다. 이는 1989~1993년 취역한 6척의 함정으로, 대잠·대함 미사일과 어뢰 등을 탑재할 수 있는 다목적 호위함이다. 취역 30년이 지나 일본 방위성은 순차 퇴역을 추진 중이다. 협의체에서는 호위함 외에 해상자위대 연습기 'TC90' 이전 문제와 교육·훈련, 정비·운용 등 포괄적 장비 협력 방안도 함께 논의된다.

이번 협의는 일본 정부가 지난달 21일 방위장비 이전 3원칙 운용지침을 개정해 수출 가능 품목을 '구난·수송·경계·감시·소해' 5개 분야로 제한해 온 이른바 '5유형'을 폐지한 이후 처음 이뤄지는 본격 사례다. 개정으로 살상 능력을 갖춘 호위함 수출이 원칙적으로 가능해졌다.

수출이 실현될 경우 규제 완화 이후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회담에서 제도 개정과 관련해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일본의 기여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고, 테오도로 장관은 이에 대한 지지와 기대를 나타냈다.

양국이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중국의 해양 진출 확대가 있다. 일본과 필리핀은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직접 거론하며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의 "위압적 활동"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공유한다고 밝혔다. 양국은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 강하게 반대한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한편 닛케이는 이번 협력이 단순 무기 수출을 넘어 일본의 전략적 거점 확대와도 연결된다고 분석했다. 필리핀이 일본 호위함을 도입하면 자위대 함정을 정비할 수 있는 시설을 현지에 구축할 수 있어, 동남아시아에서 해상자위대의 활동 기반이 확대된다는 것이다. 유사시 자위대 전력을 분산 운용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최근 필리핀과 안보 협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일본이 '정부안보능력강화지원(OSA)'을 통해 제공한 연안 감시 레이더는 올해 필리핀에 배치됐으며, 현재는 정보처리·지휘통제 시스템 수출도 조율 중이라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필리핀은 적 항공기와 순항미사일을 요격하는 일본 육상자위대의 '03식 중거리 지대공 유도탄'에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수출 실현까지는 제도적 과제가 남아 있다. 필리핀 측은 무상 또는 염가 양도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경우 자위대법 개정이 필요하다. 일본 정부는 내년 정기국회에서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요미우리·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일본의 안보 협력 확대는 필리핀에 그치지 않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호주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일본의 '모가미급' 호위함(개량형)을 기반으로 호주 해군 신형함을 공동 개발하는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기로 했다. 같은 날 필리핀 북부에서는 미국과 필리핀의 대규모 합동훈련 '바리카탄'에 자위대가 올해 처음으로 본격 참가했다. 일본·미국·필리핀에 호주, 뉴질랜드, 프랑스, 캐나다까지 7개국에서 총 1만 7000명이 참가했고, 자위대는 약 1400명을 파견했다.

일본의 방산 수출 확대가 한국 방산업계와의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사히신문이 인용한 레나토 데카스트로 필리핀 데라살대 교수는 "일본 제품은 비싼 데다 한국 방산업계가 이미 필리핀에서 발판을 굳히고 있어 경쟁이 불가피하다"며 "수출한 무기의 정비 체계도 과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그간 FA-50 경공격기와 호위함 등을 필리핀에 수출하며 방산 협력을 확대해왔다.

다만 일본 내부에서는 무기 수출에 적극적인 정권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헌법기념일인 지난 3일 열린 호헌파 집회에서 다무라 도모코 공산당 위원장은 일본이 "죽음의 상인 국가"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평화헌법 아래 유지돼 온 전후 일본의 '전수방위'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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