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트럼프 방중 후폭풍…미·중은 '휴전'했지만 세계는 더 불안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겉으로는 화해와 협력의 장면으로 연출됐다. 양국 정상은 웃으며 손을 맞잡았고, 관세와 공급망, 투자 문제에서 “대화 확대”를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미·중 갈등이 완화 국면으로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나왔다. 그러나 회담이 끝난 뒤 드러난 국제사회의 반응은 오히려 반대에 가까웠다. 세계는 안도하기보다 더 큰 긴장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분위기다.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은 갈등 해소가 아니라 갈등 관리였다. 미국과 중국 모두 정면 충돌의 비용이 너무 커졌다는 현실을 확인했을 뿐이다. 미국은 고금리와 물가 부담, 대선을 앞둔 경제 변수 관리가 절실하고, 중국 역시 부동산 침체와 소비 부진, 청년 실업 문제 속에서 대외 충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양국 모두 잠시 숨을 고를 필요가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휴전과 신뢰는 전혀 다른 문제다. 실제로 회담 이후 발표된 메시지들을 보면 양국은 핵심 이해관계에서 거의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분야의 대중국 통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고, 중국은 희토류와 공급망 문제에서 전략적 우위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드러냈다. 대만 문제 역시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 눈에 띈 것은 ‘경제의 안보화’가 완전히 굳어졌다는 점이다. 과거 정상외교가 외교와 군사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반도체와 AI, 희토류와 에너지, 항공기와 공급망이 외교의 핵심 의제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들을 대거 동행시킨 것도 상징적 장면이었다. 기업과 산업이 국가 전략의 일부가 된 시대다.
 
이 변화는 세계 경제 질서에도 큰 파장을 미치고 있다. 미·중 양국은 서로 충돌하면서도 동시에 거래한다. 경쟁하면서도 협력한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세계 시장의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상징적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에서 중국 의존도를 더 높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유럽 역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점을 찾지 못한 채 흔들리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지만, 동시에 미국의 안보 질서에서도 이탈할 수 없다. 세계 주요국 대부분이 딜레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중동 변수 역시 불안 요소다. 미국과 중국이 관계 관리에 나섰다고 해서 국제 질서 전체가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중이 직접 충돌을 피하는 동안 지역 분쟁은 더 거칠어질 가능성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화 국면에 들어섰고, 중동 역시 언제든 재폭발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국제사회가 다극 체제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통제되지 않는 균열이 동시에 커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국제 질서의 기준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자유무역과 글로벌 공급망, 국제 규범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시대가 빠르게 저물고 있다. 이제는 국가별 이해관계와 전략적 계산이 모든 판단의 우선순위가 되고 있다. 경제 논리보다 안보 논리가 앞서는 시대다. 그 결과 세계 경제는 점점 비효율과 중복 투자, 블록화 구조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은 갈등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국면의 시작이다. 미·중은 충돌을 피하기 위해 손을 잡았지만, 그 손은 언제든 다시 거칠게 맞부딪칠 수 있다. 세계는 지금 안정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더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질서 속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번 회담의 진짜 후폭풍은 바로 거기서 시작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인민대회당에 도착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인민대회당에 도착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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