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의 금융기업가정신=정상혁 신한은행장] '신뢰 복원형 리더십'에서 '미래 금융 리더십'으로

정상혁 신한은행장의 리더십은 위기에서 출발했다. 금융권 전반이 내부통제 실패와 소비자 신뢰 훼손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한 시점이었다. 그는 취임 초기부터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그러나 그의 리더십을 단순한 안정형으로 규정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정상혁은 동시에 생산적 금융, 디지털 전환, 새로운 고객 시장 개척이라는 공격적 과제를 병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 네 가지가 서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신뢰를 강화하면 성장 속도는 둔화되고, 성장을 추구하면 리스크는 확대된다. 정상혁 리더십의 본질은 이 모순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하는 데 있다. 그는 지금 ‘관리 금융’의 안정성을 기반으로 ‘판단의 금융’으로 이동하는 과도기 위에 서 있다. 이 전환이 성공한다면 신한은행은 단순한 1등 은행을 넘어 금융의 기준을 다시 정의하는 조직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결국 정상혁의 실험은 한 가지 질문으로 귀결된다. 금융은 과연 신뢰와 성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산업인가.

정상혁 신한은행장맨 오른쪽이 13일 울산에서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가운데 장영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등과 만나 협약에 서명했다 사진신한은행 제공
정상혁 신한은행장(맨 오른쪽)이 13일 울산에서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가운데), 장영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등과 만나 협약에 서명했다. [사진=신한은행 제공]


 신뢰를 다시 세우는 금융, ‘관리’가 아니라 ‘재설계’의 문제다


정상혁 리더십의 출발점은 명확하다. 그는 금융을 단순한 수익 산업이 아니라 ‘신뢰 산업’으로 다시 규정했다. 이 정의는 선언에 머물지 않았다. 내부통제와 소비자 보호를 조직 운영의 중심으로 이동시키며, 금융의 작동 방식을 구조적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특히 포용금융 정책은 그의 철학이 어떻게 실행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자 일부를 원금 상환으로 전환하는 구조는 단순한 금리 조정이 아니라, 금융이 부채 구조 개선에 개입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과거 은행이 대출을 확대하는 데 집중했다면, 정상혁 체제에서는 대출의 ‘질’을 바꾸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 선택은 단기적으로 수익성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고객의 신뢰를 축적하는 효과를 낳는다. 중요한 점은 그가 신뢰를 ‘관리’ 대상으로 보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는 신뢰를 만들어내는 구조 자체를 재설계했다. 이는 전형적인 관리형 접근이 아니라 판단형 접근이다. 정상혁은 금융사고를 개별 사건이 아니라 시스템 문제로 보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과 정책을 동시에 손보고 있다. 이처럼 신뢰를 구조로 전환하려는 시도는 금융기업가정신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다. 결국 그의 리더십은 신뢰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신뢰가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생산적 금융, 자본의 흐름을 미래로 이동시키다


정상혁은 금융의 본질을 자본 배분으로 본다. 그는 은행이 단순히 자금을 공급하는 기관이 아니라, 자본의 방향을 결정하는 주체라고 판단한다. 이러한 인식은 생산적 금융 전략으로 구체화된다. 그는 자금을 부동산과 담보 중심 구조에 묶어두기보다, 기업과 혁신 산업, 미래 성장 영역으로 이동시키려 한다. 이는 정책에 대한 수동적 대응이 아니라, 금융의 역할을 능동적으로 재정의하는 시도다. 은행이 산업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산업을 선도하는 구조로 전환하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상혁은 새로운 고객 시장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 시니어 금융, 외국인 금융, 디지털 자산 등은 단순한 시장 확대가 아니라 고객 구조 자체를 바꾸는 전략이다. 이는 기존 금융이 중산층 개인 고객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던 틀을 넘어서는 시도다. 그는 현재의 수익보다 미래의 고객 기반을 먼저 설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장기적인 성장 구조를 구축하려 한다. 이러한 접근은 단기 성과 중심의 금융 리더십과 분명히 구별된다. 정상혁은 지금 당장의 이익보다 자본이 어디로 흘러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으며, 그 방향을 실제로 바꾸고 있다는 점에서 ‘판단 금융’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디지털 전환, 금융의 ‘접점’을 다시 정의하다


정상혁 리더십에서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다만 그의 접근 방식은 기존 은행들과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그는 단순히 모바일 앱을 개선하거나 IT 투자를 확대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 대신 고객과 금융이 만나는 접점 자체를 다시 설계하려 한다. 이는 금융을 계좌 중심에서 플랫폼 중심으로 이동시키는 작업이다. 금융은 더 이상 지점과 상품 중심으로 운영되지 않으며, 데이터와 서비스, 그리고 고객 경험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정상혁은 이러한 변화를 인식하고, 슈퍼앱 전략과 데이터 기반 서비스 확장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금융이 생활 속으로 들어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는 거래 중심 금융에서 생활 밀착형 금융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과정은 쉽지 않다. 인터넷은행과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플랫폼 경쟁에서 앞서 나가고 있으며, 전통 금융기관은 여전히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정상혁 역시 이러한 경쟁 환경 속에서 완전한 우위를 확보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점은 방향이다. 그는 금융의 미래가 어디로 향하는지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으며, 그 방향에 맞춰 조직과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결국 디지털 전환의 성패는 속도와 실행력에 달려 있으며, 정상혁 리더십은 이제 그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리딩뱅크 경쟁, ‘균형’이라는 가장 어려운 선택


정상혁은 실적 측면에서도 성과를 만들어냈다. 리딩뱅크 탈환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전략이 실제로 작동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그러나 경쟁은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시작 단계에 가깝다. KB국민은행과의 격차는 크지 않으며, 금융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금리 환경과 규제, 디지털 경쟁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은행의 수익 구조는 지속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 여기에 내부통제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경영 환경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상혁 리더십의 핵심은 ‘균형’이다. 신뢰를 강화하면 성장 속도는 둔화되고, 성장을 추구하면 리스크는 확대된다. 디지털 전환은 필수지만 비용 부담이 크고, 단기 성과로 연결되기 어렵다. 이 세 가지 요소를 동시에 관리하는 것은 금융 리더십의 가장 어려운 과제다. 정상혁은 지금 이 균형 위에서 판단을 내리고 있다. 그는 어느 하나를 포기하지 않고, 세 축을 동시에 끌고 가려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는 위험한 선택일 수 있지만, 동시에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결국 그의 리더십은 ‘안정’과 ‘성장’ 사이의 균형이 아니라, 서로 충돌하는 요소들을 하나의 구조로 통합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 SWOT 분석 :

정상혁 리더십은 ‘신뢰 기반 균형형 금융기업가정신’으로 정의된다.
강점(Strength)은 소비자 보호와 포용금융을 통해 신뢰를 복원하면서 동시에 생산적 금융과 디지털 전략을 병행하는 균형감이다. 특히 시니어, 외국인, 디지털 자산 등 미래 고객군을 선제적으로 공략하는 전략은 중장기 성장 기반을 강화하는 요소다. 또한 리딩뱅크 탈환 경험은 조직 실행력과 전략 현실화 능력을 입증한다.

약점(Weakness)은 내부통제 리스크와 성장 속도의 제약이다. 신뢰 중심 전략은 필연적으로 단기 수익성과 충돌하며, 금융사고는 여전히 구조적 위험요인으로 남아 있다. 디지털 경쟁력 역시 빅테크 대비 완전한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기회(Opportunity)는 금융 산업의 구조 변화다. 생산적 금융 확대, 플랫폼 금융, 데이터 기반 서비스는 신한은행이 기존 은행 모델을 넘어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고객 구조 변화에 선제 대응할 경우 시장 주도권 확보가 가능하다.

위협(Threat)은 빅테크, 인터넷은행, 규제 강화, 그리고 신뢰 훼손 리스크다. 금융은 신뢰가 무너지면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산업이다. 단 한 번의 사고가 장기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