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가 총파업 위기는 피했지만 영업이익 일부를 장기간 성과급 재원으로 묶는 잠정 합의안을 수용하면서 한국 기업 보상 체계 전반에 새로운 압박 기준이 될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전날 오후 10시 30분쯤 총파업을 유보하고 임금 및 성과급 잠정 합의안에 극적 합의를 이뤘다. 합의안은 23~28일 조합원 찬반 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이날 예고됐던 창사 이래 첫 파업은 제동이 걸렸다. 다만 합의안이 조합원 투표를 통과하면 삼성전자는 향후 10년간 최소 영업이익 기준 달성 시 매년 특별경영성과급을 지급하게 됐다. 영업 성과 일부를 장기 보상 재원으로 사실상 제도화했다.
적자 사업부 보상 허용은 더 큰 문제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 노사는 적자 사업부에 대해서도 일정 수준의 배분을 인정하되 페널티 적용을 1년 유예하는 방향으로 접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이 마지막까지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 원칙을 고수했지만 결국 백기를 들고 만 셈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적자 상태에서 성과급 지급을 제도화하는 것은 성과주의 원칙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며 "보상은 성과의 결과여야 하는데, 적자 상황까지 폭넓게 인정하면 자칫 '도덕적 해이'와 비용 경직성을 키우고 기업의 투자 여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재계에선 삼성을 벤치마킹하는 우리나라 기업 문화 특성상 이번 합의가 국내 노사 관계의 '뉴노멀'로 작용할 가능성을 경계한다. 노조가 요구하면 기업 이익을 제도적으로 내놓아야 하는 선례가 생긴 탓이다.
정부 중재에도 노조에 기운 합의안이 도출되면서 향후 저성과·적자 사업장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확산할 공산이 크다. 특히 정유, 조선, 배터리, 자동차, 철강 등 경기 순환성이 큰 산업에서는 고점 실적을 기준으로 한 성과급 제도화가 기업 경영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한국 제조업 보상 체계에서 사실상 기준점 역할을 해왔다"며 "이번 합의가 다른 대기업 노사 협상에서 '삼성도 했는데 왜 우리는 안 되느냐'는 식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잠정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투표가 가결되면 총파업은 철회 수순에 돌입하겠지만 '삼성 사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다. 성과급을 둘러싼 기업 내부의 배분 갈등과 산업 전반의 보상 압박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출신인 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는 "업황 개선에 따른 일시적 성과를 10년짜리 제도로 고정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며, 특히 적자 사업부에도 성과급을 배분하는 구조는 전 조직의 동기 부여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만든 보상 구조는 다른 기업 노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앞으로는 적자가 나더라도 최소 보상을 제도화하라는 요구가 다른 산업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