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조원 수출 신기록에도…웃지 못하는 K-콘텐츠 업계

  • 작년 K-콘텐츠 수출액 149억 달러…역대 최고

  • K-컬처 정점 찍었나…하락 국면 우려도

  • 해외 OTT 의존도 심화 "IP 축적에 난항"

  • 일드·중드 등 인기 확산…콘텐츠 소비 패턴 등도 변수

  • "업계 호황 아니야…투자 위축세"

사진문체부
[사진=문체부]


K-컬처가 국가 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부상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K-콘텐츠가 성장의 정점을 지나 하락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이른바 '정점론'도 제기된다. 해외 OTT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핵심 자산인 지식재산권(IP)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데다, 중국계 숏드라마 플랫폼이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으로 빠르게 세를 확장하며 신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K-콘텐츠 수출액은 149억 달러(약 22조5660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K-컬처 확산에 힘입어 방한 외래관광객도 1894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정부는 콘텐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2026년 모태펀드 문화·영화 계정을 역대 최대 규모인 7318억 원으로 조성하고 있으며, 해외 자본 기반의 글로벌리그 펀드도 1500억 원 규모로 마련 중이다. 올해 1월에는 웹툰 제작비 세액공제를 신설했고,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일몰기한도 2028년까지로 연장했다.

K-콘텐츠의 성장은 관광, 뷰티, 식품 등 K-컬처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콘텐츠를 통해 형성된 한국을 향한 관심이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소비재와 관광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문체부에 따르면 뷰티와 푸드 수출액 등을 포함할 경우 K-컬처 수출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718억 달러(잠정치)에 달한다. 반도체(1734억 달러), 자동차(720억 달러)에 이은 국내 3대 수출 산업 규모다.

그러나 업계 분위기는 마냥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글로벌 OTT와의 경쟁 심화, 제작비 상승, 불법 유통 확산 등으로 콘텐츠 산업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어서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당시 '어쩌면 K-컬처가 정점을 찍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 바 있다"며 "민간과 정부 모두 (지금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힘을 모아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 제게는 큰 힘이자 성과"라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로는 해외 OTT 의존도가 꼽힌다. K-콘텐츠의 세계적 위상은 높아졌지만 방송산업 재원 감소와 제작비 급등, 광고 기반 수익모델 한계 등과 함께 국내 플랫폼 경쟁력 약화가 콘텐츠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글로벌 OTT들은 제작비 전액 투자 등을 조건으로 콘텐츠 IP를 독점하는 이른바 '매절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 구조에서는 작품이 세계적으로 흥행하더라도 국내 제작사는 라이선싱 수익이나 2차 사업 권리를 확보하기 어렵다.

업계는 K-콘텐츠 산업이 '글로벌 플랫폼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넷플릭스에 일드와 중드가 많이 올라오고 있다. 이들 나라는 한국에 비해 제작비가 적게 드는 게 사실"이라며 "축옥: 옥을 찾아서'가 기대 이상의 흥행을 이끄는 등 중드가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 소비 패턴 변화도 새로운 변수다.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중국발 숏드라마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롱폼 중심의 기존 스트리밍 생태계가 변화의 압력을 받고 있다. 중국계 숏드라마 플랫폼인 리얼쇼트와 드라마박스 등은 자국 시장 포화에 대응해 2023년 말부터 해외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그 결과 지난해 1분기 기준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수는 3억7000만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K-콘텐츠에 대한 해외 시장의 관심과 수요는 여전히 높은 편이지만, 산업 내부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콘텐츠가 제작되더라도 판매와 투자 유치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일부 지표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해서 업계 전반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어려운 상황"이라며 "제작비 상승과 OTT 중심 시장 재편 등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리스크 관리에 신중해졌고, 기존 레거시 미디어들도 제작을 줄이는 등 콘텐츠 투자 자체가 위축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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