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영의 재테크루] 무지출 챌린지 다음은 '뇌 속이기'…2030 절약 재테크 변천사

  • 고물가에 커피값·배달비부터 지출 방어

  • 청년 재테크, 투자보다 '새는 돈 막기' 우선

사진챗GPT
[사진=챗GPT]
#서울에서 일하는 직장인 김모씨(28)는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면 ‘거지맵’부터 켠다. 예전에는 회사 근처 맛집이나 배달앱을 먼저 살폈지만, 최근에는 1만원 이하로 저녁을 해결할 수 있는지가 우선이다. 김씨는 이용자들이 직접 올린 가격 정보를 보고 식당을 고른다. 그는 “퇴근 후 피곤하면 배달앱부터 켰는데, 요즘은 배달비까지 붙으면 한 끼에 1만5000원은 금방 넘는다”며 “하루 몇천 원이라도 아끼려고 일부러 가성비 식당을 찾아간다”고 말했다.
지속되는 고물가에...무지출 챌린지가 '시작'
장기화된 고물가와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 2030세대의 절약 재테크가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하루 지출을 ‘0원’으로 묶어두고 소비를 무작정 참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정보기술(IT)과 집단지성을 활용해 소비 욕구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단순히 덜 쓰는 것을 넘어 쓰고 싶은 마음 자체를 다스리는 쪽으로 절약의 개념이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절약이 의지력 싸움에서 환경 설계의 문제로 바뀐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여전히 높은 체감 물가가 있다. 5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체감 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3.3%, 식품 이외 생활물가는 4.2% 뛰었다.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들이 자주 구입하는 생필품 가격 변동을 반영한 보조지표로, 소비자가 체감하는 장바구니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높은 물가가 일상을 짓누르기 시작한 2~3년 전, '무지출 챌린지'가 청년층 사이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고물가 여파가 본격화되면서 청년들은 SNS에 하루 지출 내역을 인증하며 소비를 줄였다. 점심값과 커피값, 배달비 등 일상 지출을 끊고 ‘오늘도 0원 지출에 성공했다’는 식으로 절약 과정을 공유하는 방식이었다. 이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중심으로 등장한 ‘거지방’은 절약에 집단성을 더했다. 참여자들이 영수증이나 결제 내역을 올리면 다른 이용자들이 불필요한 소비 여부를 지적하는 방식으로 혼자 버티는 절약의 부담을 함께 나눴다.

이후 꼭 필요한 물건만 사고 이미 가진 것을 오래 쓰는 ‘저소비 코어’가 확산했다. 낡은 가방이나 다 쓴 화장품, 오래된 옷을 SNS에 인증하며 과소비를 경계하는 문화다. 절약을 궁상맞은 행위가 아니라 하나의 취향이자 태도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음식이안와요 화면 사진음식이안와요
음식이안와요 화면. [사진=음식이안와요]
 
거지맵에서 음식이안와요까지…절약 환경 설계하는 2030
최근에는 IT와 집단지성을 결합한 형태의 절약법이 두드러진다. 1만원 이하 식당 정보를 이용자들이 직접 등록·수정하는 ‘거지맵’과 실제 결제 없이 배달 주문 과정을 체험하는 가짜 배달앱 ‘음식만안와요’가 대표적이다. 거지맵은 외식비 부담이 커지면서 맛집보다 먼저 ‘가성비 동선’을 찾는 소비 행태를 반영한다.

대학생 개발자가 만든 ‘음식만안와요’는 실제 배달은 이뤄지지 않지만 음식 선택부터 주문 과정까지 그대로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배달 주문에서 얻는 만족감은 남기고 실제 지출은 차단하는 일종의 ‘뇌 속이기’ 절약법이다. 단순한 절약 도구를 넘어 배달 습관 자체를 바꾸는 수단으로도 주목받으며, 다이어트나 배달비 절감을 원하는 이용자들 사이에서 재미와 실용성을 동시에 갖춘 도구로 관심을 받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청년층의 재테크 우선순위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정비와 생활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새는 돈을 먼저 막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배달비·커피값·점심값처럼 반복되는 소액 지출은 한 번에 큰돈이 나가지 않지만, 한 달 단위로 보면 결코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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