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법정으로 옮겨질 전망이다. 유권자들의 참정권 침해에 따른 헌법소원이 제기된 가운데, 낙선 후보자들의 선거무효 소송과 국가배상 청구 등 전방위적 법적 공방으로 비화될 모양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전날 일반 시민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낸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위헌확인' 헌법소원 사건을 접수했다. 피청구인은 선관위로 기재됐다. 해당 시민은 선관위가 투표용지를 충분히 구비하지 않아 국민의 신성한 기본권인 선거권을 침해했다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해 헌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피청구인 측 변호인으로 참여한 바 있는 보수성향의 도태우 변호사 역시 선관위를 상대로 헌법소원과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헌재는 우선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에서 헌법소원이 법적 요건을 갖췄는지 살펴본 뒤, 청구가 적법하다고 판단되면 재판관 9명이 심리하는 전원재판부에 회부할 예정이다.
시민단체의 형사 고발도 신속하게 이뤄졌다. 지난 3일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과 허철훈 사무총장 등 선관위 고위 간부들을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오는 8일 고발인 조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번 사태가 법적 공방으로 비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고의성이 명백히 입증되지 않는 한 형사 책임까지 묻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장 치열한 법적 쟁점은 낙선 후보자들이 제기할 선거 관련 소송이다. 앞서 선관위는 이번 사태에 대해 재투표나 재선거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공직선거법에 따라 후보자나 정당은 선거일로부터 2주 이내에 선거소청을 거쳐 선거무효 또는 당선무효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관건은 '투표용지 부족이 선거 결과에 실제 영향을 미쳤는가'에 달려있다.
선거법 전문가인 정병실 변호사(법무법인 YK·전 장흥군선거관리위원장)는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선거가 무효가 되지는 않는다"며 "위법의 구체성과 범위, 그리고 실제 투표를 포기하고 돌아간 유권자의 규모가 후보 간 당락을 바꿀 정도였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정 변호사는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시장이 당선된 이상 국민의 힘 측에서 개표 중단을 더 이상 요구할 실익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서울시의원이나 구의원의 경우에는 서울시장 선거와 상관없이, 자신의 당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된다면 별도로 선거무효소송이나 당선무효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불과 수십~수백표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구의원이나 시의원 등 기초·광역의원 선거로 넘어오면 상황은 달라진다. 미처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의 수가 득표 차보다 크다면, 하자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2021년 독일 베를린 지방선거 당시 투표용지 부족 등 '구조적 결함'을 이유로 이듬해 재선거 명령이 내려진 해외 사례가 국내 기초의원 선거에서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서초구의 한 변호사는 "언급된 해외 사례는 우리나라 법체계와 다르고, 발생한 사항 자체도 우리나라 상황과 여러모로 달라서 실제 소송이 진행되더라도 서울시장 선거 결과가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고 답했다.
소송을 통한 선거 결과 번복과 별개로, 기본권을 침해당한 유권자 개인들의 민사상 국가배상 청구는 실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정 변호사는 "선거무효 및 당선무효 결론과 관계없이, 투표용지를 받지 못한 유권자는 참정권 침해를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를 제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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