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의 AI지표] AI 직접투자 시대 열리자…반도체 '대리전' 끝났다

  • 3사 합산 공모 최대 306조원…반도체·기술주엔 장기 악재

  • 美 시총 2000조 증발...韓 코스피도 8일 8.29% 폭락·서킷브레이커

AI로 만든 이미지 사진제미나이
AI로 만든 이미지 [사진=제미나이]


스페이스X·오픈AI·앤트로픽 등 초대형 AI 기업의 증시 상장이 현실화되면서 반도체와 빅테크 중심의 'AI 간접 수혜주'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진단이 월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주 미국 증시 폭락이 단순한 기술주 조정이 아니라 AI 투자 지형의 구조적 재편 신호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9일 IT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종합지수는 4.18% 급락해 2025년 4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S&P500과 다우존스도 각각 2.64%, 1.35% 하락했으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0.26% 폭락했다. 하루 만에 미국 증시에서 사라진 시가총액은 약 1조3000억 달러(약 1990조원)에 달했다. 마이크론(-13.25%), 마블(-16.7%), AMD(-10.86%), 인텔(-11.28%), 브로드컴(-7.92%) 등 반도체 종목들이 집중 타격을 받았다.

8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하며 추가 하락을 일부 방어했다. 다우존스는 방어주·금융주 중심으로 소폭 지지됐지만 반도체주는 약세를 이어갔다. 브로드컴이 4% 추가 하락했고, 마이크론과 엔비디아도 각각 4%, 2% 내렸다. 5일부터 이틀간 나스닥의 주간 낙폭은 4.7%에 달했다.

표면적인 트리거는 브로드컴의 실적 실망과 예상치를 크게 웃돈 5월 미국 고용지표였다. 비농업 일자리가 17만2000명 증가해 시장 전망치(8만명)의 두 배를 넘어서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급부상했고,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4.5%를 돌파하면서 고밸류에이션 기술주에 직격탄이 됐다. 다만 시장의 시각은 단순한 매크로 충격 그 이상을 가리키고 있다.

월가에서 더 주목하는 것은 이른바 '대리 수혜주 프리미엄'의 붕괴다. 투자자들은 수년간 AI 기업에 직접 접근할 수 없어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을 AI 노출의 대안으로 보유해왔다. '엔비디아·MS·아마존 대신 직접 AI를 살 수 있다'는 심리가 기존 수혜주의 가치를 깎는 구조다.

이 같은 구도 변화를 촉발한 것은 스페이스X·앤트로픽·오픈AI의 상장 3연타다. 스페이스X는 이미 지난주 로드쇼를 시작해 오는 12일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업가치 1조7500억 달러에 최대 750억 달러(약 114조6000억원) 조달을 목표로 하는 사상 최대 규모 IPO다. 앤트로픽은 지난 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밀 S-1을 제출했으며, 기업가치 9000억 달러에 최대 500억 달러(약 76조5000억원) 조달을 타깃으로 10월 상장을 추진 중이다.

오픈AI는 8일(현지시간) 기밀 S-1 제출 사실을 직접 공식 발표했다. 오픈AI는 이날 성명에서 "최근 기밀 S-1을 제출했다. 유출될 것으로 예상해 먼저 발표하는 것"이라며 "아직 상장 시점을 결정하지 않았다. 비공개 기업으로 하기 더 쉬운 일들이 있어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조건이 맞으면 더 빨리 상장하는 선택지를 열어두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가치는 8520억 달러(약 1303조원)이며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주관사로 참여한다. 앤트로픽이 S-1을 제출한 지 정확히 1주일 만에, 두 회사가 나란히 상장 레이스에 뛰어든 셈이다.

세 기업의 공모 조달 목표를 합산하면 최대 2000억 달러(약 306조원)에 달한다. 역대 IPO 규모 1·2·3위를 나란히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수급이다. 미국 IPO 시장이 2025년 한 해 동안 조달한 전체 금액이 450억 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그 4배가 넘는 신주가 시장에 풀리는 셈이다. IB(투자은행)들이 신주 흡수를 위한 포지션 조정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증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8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76.18포인트(8.29%) 폭락한 7484.41에 마감하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올 들어 세 번째다. 삼성전자가 10.18% 급락한 29만5500원에, SK하이닉스도 7.68% 하락한 191만100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도 9.08% 내린 911.39로 주저앉았다.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매도가 달러·원 환율 급등과 맞물리며 하루 만에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554조원이 증발했다. 다만 9일에는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며 코스피가 8000선을 재탈환했다.

문제는 한국 증시의 구조적 취약성이다. 국내에는 AI 기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글로벌 규모의 순수 AI 종목이 사실상 전무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가 코스피 상승의 사실상 유일한 엔진인 상황에서, 스페이스X·오픈AI·앤트로픽 상장이 본격화될수록 글로벌 AI 자금이 한국 반도체 대신 미국 직상장 AI 기업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 deVere Group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직접 자산을 살 수 없어 수년간 대리 주식을 사왔지만, 오픈AI를 직접 소유할 수 있게 되면 그 관계에 붙어 있던 희소성 프리미엄은 필연적으로 희석된다"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