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 9박 10일간의 유럽 순방도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 대통령은 순방 기간 동안 벨기에, 유럽연합(EU), 이탈리아, 바티칸,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및 기관 정상들과 잇따라 만나 국제 정세와 인공지능(AI), 반도체, 우주항공, 방산, 문화 등 전방위적인 협력 확대를 논의했다. 이번 순방은 민주주의와 법치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유럽과 미래를 위한 연대를 대폭 강화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순방의 의미를 유럽에만 국한해서는 안 된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한국이 이탈리아의 아프리카 개발 프로젝트인 '마테이 플랜'에 참여하기로 한 결정이다. 마테이 플랜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2024년부터 역점으로 추진해 온 대규모 아프리카 협력 사업으로, 에너지와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투자를 통해 아프리카의 경제 성장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유럽이 직면한 난민 문제와 자원 안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현재 마테이 플랜에 참여하는 아프리카 국가는 18개국까지 확대되면서 유럽의 주요 아프리카 프로젝트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아프리카와 마주하고 있는 이탈리아는 유럽의 대표적인 대아프리카 관문 국가로, 아프리카와 오랜 역사적·경제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에 아프리카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한국 입장에서는 유럽 국가들과의 협력이 아프리카 진출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에밀리아 가토 주한 이탈리아 대사 역시 지난 1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이탈리아가 함께 아프리카 진출 시, 핵심 광물과 공급망 협력 분야에서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사실 한국은 아프리카 경쟁에서 다소 늦은 출발을 했다. 중국은 이미 2000년대 초부터 대규모 차관과 인프라 투자 등을 통해 아프리카 전역에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최근에는 수교국 53개국을 대상으로 무관세 조치를 확대하며 경제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역시 90년대부터 도쿄아프리카개발국제회의(TICAD)를 개최하며 꾸준히 아프리카와의 관계를 다져왔다. 반면 한국은 2024년 사상 최초의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했지만 이후 12·3 내란 및 정권 교체 등 대내외적으로 여러 중대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대아프리카 외교가 다소 뒷전으로 밀린 측면이 있다.
최근 모로코를 방문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발언은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산 부품과 장비에는 최대 30%의 비특혜 관세가 부과되는 반면,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유럽 기업들은 무관세 혜택을 누리고 있어 모로코를 유럽 수출 거점으로 활용하려 해도 상업적 실현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에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대아프리카 외교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우리와 FTA 혹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체결한 아프리카 국가가 없는 만큼, 통상 외교에 속도를 내며 접점을 늘려가야 한다. 모로코, 이집트 등 현재 CEPA 협정이 진행되고 있는 북아프리카 국가들을 첫 교두보로 삼아 각국과의 통상 네트워크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미·중 전략 경쟁이 격화되고 핵심 광물 확보 경쟁이 국가 안보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는 시대다. 각종 핵심 자원의 보고(寶庫)인 아프리카는 글로벌 공급망과 미래 성장동력을 좌우할 전략적 공간인 만큼 우리 역시 지리적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소홀히 할 수 없는 지역이다. 따라서 유럽과의 관계 강화를 발판으로 아프리카까지 외교의 지평을 넓히는 것, 그것이 이번 순방이 남긴 가장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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