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국내에 있을 때보다 해외에 나가보면 안방에서 생각하는 이상으로 한국의 위상이 매우 높다는 점을 실감한다. 이로 인해 한국인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때로는 우쭐하기도 한다. 폐허에서 시작된 한국의 기적에 대해 세계인들이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러한 호평이 만들어진 배경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해 보면 씁쓸해진다. 단적인 예로 지구촌 변방을 가보면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몰라도 우리 간판 기업이나 상품에 대해서는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이만큼 국력이 이만큼 커진 기여도를 평가하면 민간 기업이나 근로자의 몫이 크나 상대적으로 정치를 비롯한 공공 부문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여전히 정치는 후진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잘 나가는 기업의 발목을 잡아채지 못해 안달이다.
나라 안을 보면 바깥에서는 떵떵거리는 기업도 정치권의 눈치를 보고 이들을 뒤치다꺼리하느라 분주하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공공과 민간 부문의 불균형이 궤도를 벗어난 지 오래되었다. 특히 공공 부문의 세상 흐름에 대한 무지와 혁신과 동떨어진 엇박자를 내면서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들도 해외에 나가보면 경쟁자들이 어떤 전략적 사고와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는지 눈과 귀가 있으면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일이다. 강자와 약자, 부자와 빈자, 그리고 지역을 편 가르기를 하면서 진영을 만들어 스크럼을 짠다. 이에 더해 쉴새 없이 기업과 국민이 어렵게 벌어 낸 혈세를 빼먹지 못해 안달이다. 최근 우리 2030 청년들이 분노하고 있는 이유도 이들의 불공정과 부조리가 도를 한참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제 다시 경제의 시간이다. 지루하게 끌던 중동 전쟁도 막바지다. 지방 선거의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정치보다는 경제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민생을 살리자고 목청을 높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 해법이다. 글로벌 경제가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향후 생겨날 기회를 선점하기 위한 국가 간 물밑 경쟁은 벌써 시작되었다. 고물가와 고환율이라는 복병이 경제 운용에 제동을 걸 수 있지만 나라 밖의 기회를 잘 활용하면 이의 극복이 가능하다. 다만 경제를 방만하게 운용하지 않고 실물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상에서 최대한 긴축이 필요하다. 지금부터의 국가별 경쟁은 누가 외부 충격에 견디면서 실질 구매력 감소와 경기 위축을 방어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질 것이다.
최근 미국 중요한 활용법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한국을 두 번이나 다녀가 숱한 화제를 남겼다. 국내 대표 총수와의 만남에 더해 그의 파격적인 행보가 더 눈길을 끌었다. 세계 최대 AI 반도체 기업이 왜 한국 기업에 그렇게 눈독을 들이고 있는지 행간을 읽으면 한국의 살길이 명확하게 보인다. 단지 생성형 AI 붐으로 그칠 뻔했던 인공지능의 물꼬가 현실 공간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피지컬(Physical) AI’ 쪽으로 빠르게 선회한다. 누가 이 부문에 경쟁의 우위에 서는가 하는 것이 최대의 관심사다. 대표적인 피지컬 AI 분야가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스마트 팩토리 등이라고 간주한다면 제조 기술에서 우위를 가진 국가가 당연히 강점을 지닌다. 홀로서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강자 간의 합종연횡이 자연스럽게 줄을 잇는다.
일본마저 부러워하는 한국 간판 기업, 기술 중소기업 배출에도 긍정적 영향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한국은 우수한 AI 인적 자산과 반도체·전자·제어·정밀 제조 기술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어 구조적으로 강점을 지닌 국가라는 평가가 인색하지 않다. 대만계로 미국 이민 1세이면서 갖은 역경을 딛고 AI 황제로 등극하였지만, 그는 여전히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비(非)주류이다. 중국계이지만 대만은 전반적인 제조 기반이 한국보다 취약하고, 중국은 제조업이 다양하나 제조 기술이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연히 한국 기업이 최적의 파트너가 되고 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지나친 경계감도 중국 기업과의 적극적인 제휴에 제동을 걸고 있는 중요한 원인이다. 젠슨 황의 증후군이나 쇼맨십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국가나 기업이 우리가 가진 소중한 역량을 어떻게 확대하고 미래 경쟁력의 원천으로 만들어가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요즘 한국에서는 ‘삼전·닉스’ 같은 대기업 기업이 한국 경제를 먹여 살린다고 한다. 반도체가 워낙 호황이다 보니 수출과 증시에서 단연 압도적이다. 이에 대한 항간의 우려도 만만치 않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들마저 없다면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경제가 어떻게 되겠나.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이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제2의 ‘삼전·닉스’ 같은 기업을 더 만들어내야 한다. 지구촌 분쟁이 끊이지 않으면서 생겨나는 한국 방산 대체 수요와 에너지 다변화로 수요가 확대일로에 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 가스선·LNG로 대표되는 조선이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외에도 한류를 등에 업고 식품·화장품 등도 해외 시장에서 가속 페달을 밟는 중이다.
한국 경제가 지속해서 승승장구하려면 국가 대표 간판 기업이 계속 나와야 한다. 서유럽의 강소국을 보면 대표 간판 기업 1〜2개가 국가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그들은 그 기업을 애지중지하고 자랑스러워한다.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기업을 우습게 보던 일본에는 현재 ‘삼전·닉스’와 같은 스타 기업이 없어졌다. 일본 경제가 추락 이후 부활하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 이유다. 일본 100대 기업의 수익이 삼성전자보다 못하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이를 자칫 대기업만 키우고 중소기업은 죽이자는 이야기로 곡해하면 안 된다. 국가는 대기업이 잘 나갈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고, 중소기업은 될성부른 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해 상생의 길을 터주어야 한다. 말로만 초격차 산업 강국이 아닌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국가 대표 간판 기업이 더 많이 등장할 수 있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년)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