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합의에 흔들리는 네타냐후…'미국 조율자' 이미지 타격

네타냐후 총리 사진연합뉴스
네타냐후 총리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정치적 입지를 흔들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수십 년간 내세워온 ‘미국을 움직일 수 있는 이스라엘 지도자’라는 정치적 자산이 이번 합의로 타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전직 관료와 외교관, 중동 전문가들은 미·이란 합의의 최대 정치적 피해자가 네타냐후 총리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략 자체보다, 워싱턴의 대이란 정책을 자신이 이끌 수 있다는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브랜드가 더 큰 시험대에 올랐다는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오랫동안 자신만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략을 일치시킬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공화당과 긴밀한 관계를 쌓았고, 미국 의회를 여러 차례 찾아 이란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장했다. 2015년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에도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미국 정치권 내 영향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이 같은 구도를 흔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을 끝내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은 이란과 직접 협상하고, 레바논에서 벌어진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충돌까지 합의 구조에 포함시켰다. 로이터는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이 핵심 결정 과정에서 밀려났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국내 정치적으로도 선택지가 좁아졌다. 전직 미국 관리 데니스 로스는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 종식을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레바논 등에서 양보를 반대하는 국내 지지층 사이에 갇혀 있다”고 진단했다. 군사 압박을 낮추면 강경 지지층의 반발을 피하기 어렵고, 압박을 이어가면 미국과 충돌할 수 있다는 뜻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과의 전쟁에서 약속한 성과도 뚜렷하지 않다. 그는 개전 초기 ‘완전한 승리’를 약속했지만 이란 정권 붕괴, 헤즈볼라 격퇴, 이스라엘 북부 주민들의 안전한 귀환 중 어느 것도 실현하지 못했다. 네타냐후 전 보좌관 아비브 부신스키는 로이터에 “미·이란 합의는 네타냐후에게 결정적 타격”이라며 “그는 이란과의 전쟁에서 졌을 뿐 아니라 트럼프라는 친구도 잃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균열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백악관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가 강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당국자도 “이스라엘 안보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철통같다”며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양측의 목표 차이는 공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의 또 다른 전쟁에서 빠져나가려는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과 헤즈볼라에 대한 압박을 이스라엘 안보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한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무언가를 하라고 하면 그는 한다”고 말해 이스라엘의 우선순위보다 미국의 이익을 앞세울 수 있음을 시사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안전판이던 공화당 지지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그동안 공화당의 지지를 활용해 민주당 행정부와의 갈등을 상쇄해왔다. 그러나 미국 전문가들은 공화당이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하면서까지 네타냐후 총리를 지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이란 합의는 네타냐후 총리의 외교 구상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그는 이란 정권을 약화시키고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아브라함 협정을 확대하는 데 정치적 미래를 걸어왔다. 그러나 이란 지도부는 전쟁 이후에도 권력을 유지하고 있고,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도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는 “걸프 소식통을 인용해 가자 전쟁과 서안지구 병합 문제, 네타냐후 정부가 지역 질서에서 자산보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맞물리면서 아브라함 협정의 기반이 약해졌다”고 전했다. 일부 국가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속도를 늦추는 한편 이란과의 접촉을 재개하고 있다.
 
이란 측은 이번 합의를 네타냐후 총리의 실패로 부각하고 있다. 한 이란 당국자는 로이터에 “이는 단순한 이란의 승리가 아니라 네타냐후의 실패”라며 “이란은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더 영향력 있는 지역 행위자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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