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관련 주요 1심 재판이 대부분 마무리되면서 '노상원 수첩'의 증명력을 둘러싼 법원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수첩의 내용을 인정하느냐에 따라 비상계엄 준비 시점이 2024년 12월 1일부터 2023년까지 달라지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사건 항소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들은 같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두고 서로 다른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비상계엄 준비 시점과 사전 모의 여부에 대한 판단도 사건마다 차이를 보였다.
윤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당시 지귀연 부장판사)는 수첩의 증명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작성 시기를 특정하기 어렵고, 필기 형태와 내용이 조악한 데다 장기간 계엄을 준비한 결정적 증거라면 수사 기관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모친 주거지 책상 위에 그대로 보관했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틀 전인 2024년 12월 1일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비상계엄 준비를 지시한 것으로 봤다.
윤 전 대통령 등의 일반이적 혐의 사건 1심도 수첩의 증명력은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다른 증거를 토대로 김 전 장관이 2024년 9월부터 노 전 사령관과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정보사령부 임무 등을 논의하며 준비를 진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내란 우두머리 사건보다 준비 시점을 약 3개월 앞당겨 인정한 것이다.
반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에서 수첩의 증명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12·3 내란은 즉흥적으로 결정된 것이 아니라 적어도 2023년부터 준비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의 발언을 현장에서 받아 적었기 때문에 필기가 조악하게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수첩이 모친 주거지에서 발견된 점도 친위 쿠데타의 특성상 실패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며 이러한 사정만으로 증명력을 부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수첩에 적힌 출국금지 조치와 구금시설 운용 등 법무부 협조 사항이 계엄 당시 실제 박 전 장관에게 전달된 지시와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엇갈린 판단은 윤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사건 항소심에서도 쟁점으로 다뤄졌다. 지난 25일 재개된 항소심 첫 공판에서 내란 특별검사팀은 노 전 사령관 수첩의 증명력을 인정해야 한다며 비상계엄 준비가 2023년 10월 이전부터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윤 전 대통령 측은 증거 능력이 배제된 자료를 근거로 삼고 있다며 맞섰다.
종합 특별검사팀도 노 전 사령관 수첩을 비상계엄 사전 모의의 핵심 증거로 보고 있다. 특검은 연평도와 제2하나원, 수도방위사령부 시설 등에 대한 현장 검증을 진행하며 수첩 내용과 실제 비상계엄 준비 과정의 연결고리, 작성 경위와 윗선 지시 여부 등을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항소심에서 노 전 사령관 수첩의 증명력과 비상계엄 준비 시기에 대한 판단 기준이 어느 정도 제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증거의 신빙성과 증명력은 재판부의 자유심증에 따라 판단되는 만큼 사건별 결론이 계속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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