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업계 내 중국 자본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중국 자본은 국내 주요 게임사의 지분을 꾸준히 확보하는 데 그쳤지만 위메이드처럼 경영권 확보에 나서며 국내 게임 시장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위메이드 최대주주인 박관호 대표는 지난 30일 투자 플랫폼 네오펄스와 약 9200억원 규모의 지분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박 대표가 보유한 위메이드 지분 전량을 넘기는 내용으로, 오는 10월 30일 거래가 완료되면 네오펄스는 기존 보유 지분을 포함해 위메이드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위메이드 사례는 중국 자본의 국내 게임사 투자 방식이 변화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동안 텐센트를 비롯한 중국 자본은 자회사나 투자 전문 법인을 통해 국내 주요 게임사 지분을 확보해 왔다. 텐센트는 넷마블 지분 약 17.52%, 크래프톤 지분 약 14.40%, 시프트업 지분 약 34.46%, 카카오게임즈 지분 3% 등을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은 2대 주주 또는 주요 주주 지위에 머물렀다. 경영권을 확보한 네오펄스의 경우 홍콩 소재 쉔송 인베스트먼트가 지분 전량을 보유한 투자 플랫폼 회사다. 대표인 첸 웨이는 알리바바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네오펄스의 위메이드 지분 확보 배경에는 위메이드가 보유한 지식재산권(IP) ‘미르’의 가치가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미르의 전설2’는 중국에서 ‘열혈전기’로 서비스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중국 내에서 ‘전기류’라는 장르가 형성될 정도로 여전히 위메이드와 중국 게임업계에서 영향력이 큰 IP로 평가된다.
위메이드가 중국 게임업체와 미르 IP를 두고 저작권 갈등 및 소송을 장기간 이어온 것도 이 때문이다. 위메이드는 2023년 8월 액토즈소프트와 5년간 매년 1000억원씩 총 5000억원을 지급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는 중국 자본의 국내 게임사 경영권 확대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위메이드 사례를 선례로, 다른 국내 게임사들도 비슷한 선택을 할 가능성에 대해서 우려하고 있다.
과거 중국은 한국 게임의 주요 소비 시장이었다. 하지만 2016년 한한령 이후 한국 게임의 중국 진출이 판호 문제로 제한되는 사이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중국 게임사들은 대규모 내수 시장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자체 개발력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특히 ‘원신’, ‘검은 신화: 오공’ 등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하는 게임 타이틀이 출시되면서 중국산 게임이 한국 게임을 이미 앞섰다는 평가도 있다.
때문에 중국 자본의 국내 게임사 지분 확대를 단순한 투자 유치로만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자본이 국내 게임사의 경영권까지 확보할 경우 한국 게임산업이 축적해 온 게임 운영·개발 노하우가 중국 자본 영향권에 더 깊게 침투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기업 간 지분 거래가 아니라 산업 정책 차원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게임 IP와 개발 역량이 기술, 콘텐츠, 글로벌 플랫폼 경쟁력이 결합된 전략 자산이라는 이유에서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는 “게임은 단순 오락 상품을 넘어 사회적·문화적 기능을 갖는 산업이라는 점에서 공공재적 관점의 접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게임산업을 단순 콘텐츠 산업이 아니라 기술과 IP, 글로벌 플랫폼 경쟁력이 결합된 국가 전략 산업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또 “AI 시대에는 하드웨어 못지않게 이를 채울 콘텐츠가 중요하다”며 “게임은 기술과 콘텐츠, 상호작용 설계가 결합되는 분야인 만큼 한국이 경쟁력을 지켜야 할 핵심 산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나 인공지능(AI) 인프라처럼 게임 IP와 개발 역량 역시 국가 경쟁력과 연결되는 자산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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