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둔화·보호 관세·전동화 전환·중동 전쟁 등 '4중고'에 시달리던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줄줄이 구조조정에 돌입하고 있다. 인력 감축과 공장 폐쇄, 비핵심 사업 축소 등을 통해 확보한 현금을 전동화·소프트웨어중심차(SDV) 등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 강화에 투자하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한국은 산업 구조 변화를 외면하고 정년 연장, 해고자 복직 등 시대에 동떨어진 주장만 반복하는 집단 이기주의에 매몰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독일 폭스바겐그룹은 최근 이사회를 개최하고 전 세계 직원 65만7000명의 15%에 해당하는 10만명 이상을 감원하기로 했다. 1991년 미국 제네럴모터스(GM)가 실시했던 7만4000명 감원을 뛰어넘는 기록으로, 자동차 업계 사상 최대 규모다. 독일 공장 4곳을 폐쇄하고, 전체 자동차 모델 라인업을 최대 50% 축소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일본 3대 자동차그룹 중 하나인 혼다도 구조조정 고삐를 죄고 있다. 지난해 약 6900억엔(약 6조4200억원)의 적자를 낸 혼다는 사업 재편의 일환으로 한국 자동차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중국 광저우자동차그룹(GAC)과 공동 운영하는 공장 1곳을 연내 폐쇄하고, 둥펑자동차그룹 합작공장도 내년께 가동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볼보와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에도 감원 칼바람이 부는 상황이다. 볼보는 전체 인력 4만3800명의 7%에 해당하는 3000여명을 감축한 데 이어 최근 볼보트럭이 미국 내 버지니아, 펜실베이니아 등 3곳에서 운영하는 공장에서도 추가 감원을 단행했다. 벤츠는 2027년까지 인력 감축 및 생산기지 이전을 통해 약 20%의 비용을 절감할 예정이며, 아우디는 2029년까지 순차적으로 약 7500명을 감축할 예정이다.
'하투(여름 파업)'가 시작된 국내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의 큰 줄기가 정년 연장·임금인상·AI(인공지능) 휴머노이드 반대 등으로 모아지면서 노사 갈등이 격화하는 중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동화, SDV, AI 도입 등 미래 체질 전환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특히 글로벌 완성차 공급망 재편이 한창인 가운데 파업 리스크가 부각되면 한국의 전략적 가치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현대차와 한국GM, 르노코리아 등은 국내 노조의 파업 강도가 세질 때마다 신차 배정 물량을 해외 공장으로 이전하는 식으로 대응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강성 노조는 기업들로 하여금 차라리 비용이 더 들더라도 해외에 공장을 짓겠다는 결정을 내리게 만드는 최악의 리스크"라며 "'JIT(Just-In-Time·적시생산) 시스템'과 '반중' 블록이라는 최대의 장점도 희석시키는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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