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청년 주택 대출을 풀까, 조일까?…그 질문부터 틀렸다

  • 집값과 가계부채 사이…금융당국의 해법은 '풀까 조일까'뿐인가

이서영 기자
이서영 기자
"부모 찬스가 없으면 집을 살 수 없습니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개최한 부동산금융 토론회에서 나온 말이다. 이날 두 시간가량 이어진 논의를 가장 정확하게 요약한 문장이기도 했다. 청년 참석자는 정책대출의 소득·자산 기준 때문에 정작 지원이 필요한 사람이 대상에서 빠진다며 문턱을 낮춰 달라고 토로했다.

답변은 예상 가능한 범위에 있었다. 대출을 늘리면 집값과 가계부채를 자극할 수 있다는 반론이 곧바로 나왔다. 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 구매자금만 더 얹어주면 결국 집주인 좋은 일만 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대출을 풀면 집값이 오른다. 그렇다고 조이면 청년이 집을 못 산다.

몇 년째 반복되는 딜레마다. 둘 다 맞는 말이라 서글픔은 배가된다. 현재 집값을 월급만 모아 감당하기 어려운 청년에게 대출은 사실상 유일한 내 집 마련 수단이다. 동시에 대출이 늘어날수록 주택시장으로 더 많은 돈이 흘러들어 집값을 떠받치는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정부도 이 모순을 모를 리 없다. 규제를 조이면 '서민의 주거 사다리를 걷어찼다'는 비판을 받고, 예외를 넓히면 '빚으로 집값을 부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느 쪽을 택해도 부작용이 생긴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고민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런데 토론을 지켜보는 내내 기묘한 이질감이 들었다. 정부는 청년에게 얼마까지 빚을 내줄지를 고민했다. 반면 청년은 애초에 왜 그만큼의 빚을 져야만 하는지를 물었다. 같은 자리에서 서로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었던 것이다.

정책대출 한도를 늘리면 당장 집을 살 가능성은 높아진다. 하지만 집값이 그대로라면 청년이 평생 갚아야 할 원리금 부담도 함께 늘어난다. 내 집 마련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이후 삶이 대출 상환에 붙들릴 수 있다. 결혼과 출산, 이직과 창업 같은 선택이 원리금 납부일 뒤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대출을 일률적으로 조이면 현금이 부족한 사람부터 시장에서 밀려난다. 부모에게 수억 원을 지원받을 수 있는 사람은 버티고 그렇지 못한 사람만 탈락한다. 소득은 있지만 초기 자산이 부족한 청년에게 대출 규제는 사실상 진입 금지선이 된다. 대출 규제가 '부모 찬스'를 막기는커녕 오히려 자산 격차를 공고히 하는 무기가 되는 격이다.

그렇다고 대출 규제를 모두 풀자는 얘기는 아니다. 투기 수요와 상환 능력을 벗어난 차입은 당연히 막아야 한다. 다만 모든 대출을 같은 위험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다주택자의 추가 매입 자금과 무주택자의 첫 주택 구입 자금은 목적부터 다르다. 실거주 여부와 소득 흐름, 생애주기, 주택가격을 구분하지 않은 획일적인 규제로는 투기를 막으면서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어렵다.

정책대출 역시 한도만 높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집을 살 때는 돈을 빌려주고, 이후에는 과도한 원리금 부담에 짓눌리도록 방치한다면 온전한 주거 지원이라고 보기 어렵다. 장기 고정금리 확대와 상환 구조 개선, 청년의 자산 형성 지원 등 빚을 감당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장치가 함께 따라야 한다.

금융정책은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지 주거정책 그 자체가 아니다. 대출 한도를 늘리는 것은 사다리를 놓는 일이 아니라 더 무거운 짐을 지운 채 올라가 보라고 떠미는 일일 수 있다. 반대로 대출을 막는 것은 사다리 입구부터 폐쇄하는 처사다.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빚을 더 많이 낼 권리가 아니다. 부모의 통장 잔액과 무관하게 자신의 소득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물어야 할 것도 '대출을 풀까, 조일까'가 아니다. '왜 빚 없이는 집을 살 수 없는 구조가 됐는가'여야 한다. 질문이 틀리면 답도 틀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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