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이 잇따라 증권신고서 보완을 요구하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일정이 줄줄이 미뤄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주주가치 희석 논란이 커진 가운데 금감원의 심사 문턱까지 높아지면서 '유상증자 잔혹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감원은 전날 에코프로비엠이 제출한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해당 증권신고서는 정정신고서가 제출돼 다시 효력이 정지됐다.
금감원은 해당 신고서가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거나 중요사항이 누락·불분명해 투자자의 합리적인 판단을 저해할 수 있는 경우 등 법정 정정 요구 사유 가운데 하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보완하라고 요구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에코프로비엠이 유상증자 규모를 줄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회사가 지난달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금융부채는 2조1855억원에 달한다. 반면 당장 사용할 수 있는 현금성자산은 3417억원으로 1년 이내 금융부채의 6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고객사에서 받아야 할 매출채권도 3342억원가량 있지만 이를 현금으로 회수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지난해 21.2일에서 올해 1분기 36.6일로 길어졌다. 공장 가동률이 회복되면서 원재료 구입과 재고 확보 등에 들어가는 자금도 다시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2조1855억원을 모두 당장 갚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는 금융부채 상당 부분을 기존 금융기관을 통해 차환할 예정이며 일부 투자자와는 만기 연장을 협의하고 있다. 다만 보유 현금이 충분하지 않은 데다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 등 추가 투자도 예정돼 있어 당초 제시한 유상증자 규모를 큰 폭으로 낮출 여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앞서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했던 한화그룹 계열사들도 금감원의 제동에 애를 먹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3월 27일과 4월 17일 두 차례 정정 요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유상증자 규모를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줄였고 이후 금감원 심사를 통과해 청약과 신주 상장까지 마쳤다. 신주 상장일은 6월 24일에서 7월 21일로 27일 미뤄졌다.
한화솔루션은 이른바 '유증 삼수' 끝에 금감원 문턱을 넘었다. 지난 4월 9일과 30일 두 차례 정정 요구를 받은 뒤 세 번째로 제출한 정정신고서가 지난달 효력을 얻었다. 유상증자 규모도 최초 2조4000억원에서 약 1조7000억원으로 축소됐다.
정정 절차가 반복되면서 일정도 한 달가량 밀렸다. 당초 7월 10일로 예정됐던 신주 상장일은 8월 11일로 32일 늦춰졌다. 현재는 금감원 심사를 통과해 증자 절차가 재개된 상태로 16일 최종 발행가액을 결정한 뒤 오는 22~23일 구주주 청약과 27~28일 일반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유상증자를 철회하지 않고 주주들의 이해를 높이는 방향으로 증권신고서를 보완해 다시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정신고서를 새로 제출해 금감원 심사를 거쳐야 하는 만큼 당초 11월 5일로 예정된 신주 상장 일정도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에코프로비엠이 앞서 거듭된 정정 요구 끝에 증자 규모를 낮춘 한화그룹 계열사들과 다르게 유상증자 규모 축소 없이 절차를 마무리 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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