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경쟁력 강화?…현대차그룹 비용 줄이는 속내는 [김수지의 Moving Q]

  • 27년까지 원가 줄일 방안 제출하라…"노사정 협의체 촉구"

  • 美 관세 25%, 中 저가 공세까지…가격에 비용 반영 못 해

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그룹 양재 사옥 [사진=현대차그룹]

수익성 방어에 나선 현대자동차그룹이 비용 절감의 고삐를 죄며 협력사와 마찰을 빚고 있다. 그동안 내실화에 그쳤던 비용 절감 추진을 공급망 전반으로 확대하면서다. 미국 관세 부담에 중국산 자동차의 저가 공세까지 겹치자, 현대차그룹의 경영 압박이 밖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다.

현대차그룹 1차 협력사들은 21일 정부에 노사정 협의체 구성을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현대차그룹이 큰 폭의 원가 절감을 요구하는 데 대해 관련 부처가 실태 파악을 위한 고강도 직권조사에 착수하라는 게 골자다.

앞서 지난 4월 현대차그룹은 1차 협력사 대상으로 내년까지 최대 20%의 원가를 절감할 방안을 제출하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은 부품을 납품받는 고객사인 만큼 통상적으로 비용을 포함한 여러 조건에 대해 협력사와 수시로 소통한다.

다만 이번처럼 큰 폭의 원가 절감은 불가능하다는 게 협력사 측 주장이다. 아무리 수익성을 고려한다고 해도 과도한 원가 절감은 기본적으로 영업이익률이 낮은 협력사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차의 1차 협력사는 1494곳에 달한다. 이들의 경영이 악화하면 더 영세한 2, 3차 협력사도 영향받게 된다.

이에 협력사 입장을 총괄하는 금속노조는 현대차그룹 요구가 부당하다며 지적하고 나섰다. 금속노조 측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한 부당한 단가 인하 압박 등 위법 사실이 확인될 경우 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하라"며 "부품사 노동자의 일자리 보호 방안을 논의할 노사정 협의체를 즉각 구성하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이 협력사에 원가 절감을 강조하는 배경엔 경영 압박이 자리한다. 특히 미국 정부가 지난해 4월부터 부과하기 시작한 수입 자동차 관세 25%는 수익성을 옥죄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1분기에만 현대차 8600억원, 기아 7550억원 등 관세 비용으로만 총 1조6150억원을 냈다. 그만큼 관세가 영업이익을 깎아 먹었다는 뜻이다.

실제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늘면서도 영업이익은 줄었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매출 45조9389억원을 기록하며 3.4%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2조5147억원으로 같은 기간 30.8%의 감소 폭을 나타냈다. 기아 역시 매출 29조5019억원, 영업이익 2조2051억원으로 각각 5.3% 증가, 26.7% 감소했다.

더불어 중국 완성차의 저가 공세는 현대차그룹의 수익성을 더 압박한다. 테슬라에 BYD, 지커까지 중국산 완성차는 국내 시장에 진입하며 입지를 확대 중이다. 이들은 중국을 생산 거점으로 둬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적고, 그만큼 차량 가격을 낮출 수 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이들이 저가로 판매해 미국 관세 등 비용을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고, 오롯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가 절감을 단행하는 건 그만큼 경영 압박을 받고 있다는 의미"라며 "비용은 늘어나는데 그렇다고 가격을 올리면 매출마저 줄 수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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