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없는 신파일러] 은행마다 정의 제각각…대출 실적 비교 '깜깜'

  • 카드·대출 이력부터 소득 기준까지 제각각

  • 당국은 자율 강조…금융권 "통계 기준은 필요"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사진=연합뉴스]
은행마다 금융이력부족자, 이른바 ‘신파일러’를 분류하는 기준이 달라 대출 실적을 객관적으로 비교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공통된 집계 기준을 마련하지 않으면서 같은 신파일러 대출이라도 은행별 대상과 범위가 제각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은행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주요 은행의 신파일러 대출 건수는 최근 1년 새 대체로 증가했다.

KB국민은행의 신파일러 대출 건수는 지난해 6월 1만3718건에서 올해 6월 1만4182건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NH농협은행은 59만4385건에서 59만6053건으로 증가했다. 케이뱅크는 1만4339건에서 1만7208건으로, 토스뱅크는 7722건에서 1만691건으로 확대됐다.

문제는 은행마다 신파일러를 분류하는 기준이 다르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공통 기준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각 은행이 자체 기준에 따라 대상 고객을 정하고 실적을 집계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은 최근 2년간 신용카드 이용 이력이 없고 최근 3년간 신규 대출 이력이 없는 차주를 신파일러로 분류한다. 반면 케이뱅크는 최초로 발급받아 현재까지 해지하지 않은 신용카드 발급 기간이 1년 미만인 고객을 신파일러로 본다.

토스뱅크는 최근 1년간 카드·대출 이용 실적이 없거나 카드·대출을 처음 이용한 지 6개월 이내인 고객을 기준으로 삼는다. 우리은행은 소득 내역이 없는 청년층 가운데 신용도가 낮은 취약계층을 신파일러로 분류하고 있다.

은행별 기준 차이는 대출 건수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농협은행의 신파일러 대출 건수는 59만건을 넘지만 국민은행과 인터넷은행은 1만건 안팎에 그쳤다. 영업 규모와 고객 구성 차이도 있지만 각 은행이 신파일러 범위를 서로 다르게 설정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현재 수치만으로 어느 은행이 금융이력이 부족한 고객에게 대출을 더 적극적으로 공급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계 대상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는 대출 건수를 단순 비교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금융이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모두 취약계층에 해당하는 것도 아니다. 사회초년생이나 청년층뿐 아니라 소득과 자산이 충분하면서 최근 카드나 대출을 이용하지 않은 고객도 은행 기준에 따라 신파일러에 포함될 수 있다. 신파일러 대출 건수를 곧바로 금융취약계층 지원 성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금융권에서는 은행별 신용평가와 상품 운용까지 획일적으로 통일할 필요는 없지만 실적을 비교하기 위한 최소한의 공통 기준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카드·대출 이용 기간과 보유 신용정보, 연령·소득 등 기본 분류 항목은 일정 수준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공통 기준이 없으면 은행이 실적을 늘리기 쉬운 고객을 신파일러로 폭넓게 분류하거나 반대로 대상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잡을 가능성도 있다. 이때 대출 건수는 늘어도 실제 어떤 고객에게 자금이 공급됐는지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금융권은 그동안 금융당국에 신파일러의 공통 정의와 집계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세부 기준을 정하면 은행의 신용평가와 영업 자율성을 침해하거나 또 다른 관치로 비칠 수 있다는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마다 신파일러의 정의가 달라 현재 통계만으로는 지원 실적을 비교하기 어렵다”며 “신용평가와 상품 운용은 은행 자율에 맡기더라도 대외적으로 실적을 공개할 때는 최소한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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