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학생 수 감소가 예산 축소 이유 될 수 없어"…지방교육재정 안정화 한목소리

  • 교육감협의회, '지방교육재정 안정화 공개토론회' 개최…일방적 교부금 개편안 비판

  • 정근식 교육감 "미래세대 위한 투자"…고민정 의원 "재정 비전 숫자로 증명해야"

  • 시도교육감·학부모 한목소리 성토 "교부금 축소 시 교육 질 저하·사교육비 폭증 우려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는 29일 서울특별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지방교육재정 안정화를 위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서울시교육청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는 29일 서울특별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지방교육재정 안정화를 위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서울시교육청]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기획예산처 등 정부 당국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 개편을 서두르는 가운데, 교육계 전반에서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교육재정을 단순한 경제 논리나 비용 절감의 대상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 투자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는 29일 서울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지방교육재정 안정화를 위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국무조정실 주관 토론회 이후 재정당국이 내국세 연동 교부금 산정 방식을 경제성장률 및 학령인구 변화율에 맞추어 개편하려는 일방적 움직임에 대응하고, 사회적 공론화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날 행사에는 정근식 교육감을 비롯해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국 시·도교육감, 학계 전문가, 교원 및 학부모 단체 대표들이 대거 참석했다. 토론의 좌장은 나민주 충북대 교수가 맡아 열띤 논의를 이끌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교육재정은 미래세대를 위한 약속…재정 논리로만 결정해선 안 돼"
개회사를 맡은 정근식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장(서울시교육감)은 교육재정의 본질적 가치와 내국세 연동 원칙의 중요성을 강하게 피력했다.
 
정 교육감은 "교육은 한 아이의 삶을 변화시키고 지역의 미래를 만들며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라며 "지방교육재정 문제는 단순히 학생 수 감소에 따른 교부금 축소의 관점이 아니라, 앞으로 국가가 교육을 어디까지 책임지고 미래세대를 위해 얼마나 투자할 것인지의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육감은 기획예산처가 내국세 20.79% 연동 규정을 개정하려는 것에 대해 "이런 방식이면 내년도 교부금이 최소 10조 원 이상 줄어들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유아교육, 고등교육 등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에는 공감하지만, 시도교육청의 재정 기반을 허물어 새로운 투자를 확대하는 방식은 교육계 내부의 제로섬 게임에 불과하다"며 "큰 틀을 바꾸는 문제는 교육 현장을 배제한 채 재정 논리만으로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근식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장서울특별시교육감이 29일 열린「지방교육재정 안정화를 위한 공개토론회」 시작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교육청
정근식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장(서울특별시교육감이 29일 열린「지방교육재정 안정화를 위한 공개토론회」 시작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교육청]
 
고민정 의원 "숫자로 교육재정 필요성 증명해야…확고한 비전 제시 필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 의원은 축사를 통해 열악한 학교 현장의 실태를 꼬집으며 교육감들의 선제적 대응을 주문했다.
 
고 의원은 "아직도 쭈그려 앉는 화장실이 있고 40~50년 된 노후 학교 건물이 수두룩하다. 아파트는 재건축하면서 학교는 왜 안 되느냐"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교육재정이 남아돈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고 의원은 교부금의 실질적 구조적 한계도 명확히 설명했다. 그는 "언론과 경제계에서는 전체 교부금을 다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처럼 왜곡하지만, 실상은 56%가 인건비고 19.1%가 학교 전출금 등 필수 고정경비다. 실제 정책이나 시설 개선에 쓸 수 있는 가용 재원은 25% 남짓이며, 이마저도 무상급식비나 늘봄학교 등에 투입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단순히 예산이 깎이면 안 된다는 주장에 그치지 말고, 교육감들은 남은 교부금으로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투명성을 국민에게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시·도교육감들 "재정 감축 시 학교 현장 붕괴…지방소멸 가속화"
​​​​​​​본격적인 토론에서는 윤건영 충북교육감, 조용식 울산교육감, 권순기 경남교육감이 차례로 나서 시도교육청이 직면한 절박한 재정 위기와 교육 수요의 폭증 실태를 전했다.
 
윤건영 교육감은 "학생 수가 줄어도 학교와 학급, 조리·보건·상담 등 전문 인력의 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 교육감은 "과거와 달리 현재는 AI 기반 맞춤형 교육, 노후시설 개선, 급증하는 특수교육 확대 등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며 "향후 10년이 미래 교육을 위한 골든타임인데 경제적 잣대로만 예산을 줄이려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조용식 교육감은 교부금이 방만하게 운영된다는 비판에 억울함을 토로했다. 조 교육감은 "코로나19 당시 원격 수업을 위해 지원한 스마트기기나 재난지원금을 두고 현금 살포나 방만 운영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교육복지의 본질을 외면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드라이비트 철거 등 필수 안전망 구축이나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 개선에도 돈이 부족해 쩔쩔매고 있는 실정"이라며 "방만하게 쓴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곳에 지원하고도 예산이 모자란 것이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순기 교육감은 재정 축소가 국가 균형 발전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권 교육감은 "경남의 경우 전교생 60명 이하 소규모 학교 비율이 18%에 달한다. 예산이 줄면 이들 학교는 강제 통폐합 위기로 내몰리고, 이는 곧 지역 소멸 가속화로 직결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가 늘봄, 유보통합 등 새로운 책무는 확대하면서 재정은 삭감하려는 모순적 정책을 펴고 단행했다"며 "대한민국은 OECD 평균이 아니라 세계 3~4위 수준을 목표로 미래 교육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문가·학부모 "일본 실패 사례 반면교사 삼아야…공교육 붕괴와 사교육비 폭증"
전문가 그룹과 학교 현장 대표자들도 한목소리로 재정 감축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권순형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의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위원은 "일본은 1990년대 국가 재정 압박으로 국고보조금을 삭감하고 교육재정을 지방에 떠넘기는 '삼위일체 개혁'을 단행했다"며 "그 결과 대도시 중심의 세원 편중, 정규직 대신 기간제 교원 폭증, 농어촌 소규모 학교의 연쇄 폐교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고, 공교육의 질적 저하라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경고했다.
 
조재익 전 서울시교육청 기획조정실장은 "현행 의무 지출 구조상 예산의 80% 이상이 인건비와 학교 전출금 등 고정경비로, 비탄력적 구조를 띠고 있어 가용 재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조 전 실장은 "서울의 경우 준공 후 40년 이상 경과한 학교 건물 비율이 34.3%로 전국 최고 수준"이라며 "과밀·과소 학급 공존, 노후 시설 개선, 다문화 및 위기 학생 맞춤형 지원 등을 위해 막대한 추가 재원이 지속적으로 투입되어야 한다"고 데이터를 통해 설명했다.
 
이은정 한국초등교장협의회 대변인은 학교 현장의 고정비용 특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학생 수가 반으로 줄었다고 냉난방비와 전기요금이 절반이 되지 않는다"며 "예산 삭감은 곧 학생 체험활동비와 교구 구입비 축소는 물론, 노후 시설 보수 지연으로 이어져 학생들의 안전과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동석 한국교총 교권정책본부장은 "재정 감축은 소규모 학교 통폐합, 과밀학급 해소 지연, 보건·상담 등 비교과 교사 수급난, 교원 정원 감축으로 직결된다"며 "이는 고교학점제 등 국책사업의 무력화이자 국가 책임 교육을 포기하는 선언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여미애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운영위원장은 사교육비 증가의 심각성을 짚었다. 여 위원장은 "작년 학생 수가 8만 명 줄었음에도 사교육비는 무려 2조 1000억 원이나 증가했다"며 "교부금과 사교육비는 동일한 학생을 위해 쓰이는 얇은 주머니와 두꺼운 주머니다. 국가 재정이 축소되면 그 구멍은 고스란히 가계의 사교육비 부담으로 전가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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