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요한 시사평론가]
아날로그의 세계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세계의 변화는 놀랍다 못해 경이롭다. 아날로그의 세계가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과거 문동은의 흑백세상이었다면 디지털의 세계는 문동은이 전재준에게 “근데 재준아, 넌 모르잖아, 알록달록한 세상...”이라고 이야기 하듯 총천연 컬러로 완전히 바뀌었다. 문제는 이미 세상은 바뀌었는데, 바라보는 안경은 그대로라는 것이다.
요즘 한국에서 뜨거운 화제를 몰고 다니는 세 가지 ‘스팟’이 있다면 방탄소년단의 그래미 출품 거부,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던, 롤러코스터 타는 코스피, 그리고 자꾸 “왜?”라고 묻게 만드는 ‘유시민’이다. 전혀 다른 범주이자 독자적으로 존재감을 전유(專有)하며 나름 세상에 스스로 ‘의미화’하던 이 세 ‘스팟’이 디지털 시대의 다양한 ‘팩트’와 ‘해석’이라는 풍랑을 만나면서 어떤 ‘스팟’은 또 다시 부활하는가 하면 또 다른 ‘스팟’은 여전히 갈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또 다른 ‘스팟’은 침몰 직전에 있다. 어쩌랴~ 이것이 자연의 이치이거늘... 이 세 가지 ‘스팟’을 탐구, 분해해 본다.
첫 번째 스팟 – 전혀 다른 행보로 오히려 본질에 충실한 BTS
세상에서 가장 권위가 있다고 자부하고, 스스로 음악세계의 중심으로 자처하는 그래미는 철저하게 중심에서 이탈하게 될 것이다. 권위는 해체되고 결국 다른 ‘스팟’으로 재구성될 것이다. 이전에 불이익을 당했던 수많은 아티스트들은 침묵했으나 BTS는 액션(불출품)과 본업(공연)으로 독립을 선언했다. 별다른 행동을 한 것이 아니다. 자신들의 본업에 충실함으로써 그들의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는 것이 아닌, 음악 그 자체로 음악세계를 새로운 카테고리로 묶을 것이다. 그리고 ARMY를 비롯한 팬들은 바로 그 그래미 부처님 손바닥에 파멸의 송곳을 박아 넣을 것이다.
두 번째 스팟 – 자신이 누구인지 자꾸 잊어버리는,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코스피
단일종목 레버리지ETF(상장지수펀드)가 사고를 쳤다. 덕분에 지난 7월 28일과 29일, 역사상 처음으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가 발동되면서 이틀 사이에 코스피·코스닥 양 시장 시가총액 921조 원(!)이 증발했다. 921조 원이 상상도 안 되어 스스로 ‘뇌가 썩었나...?’라고 썩소를 날리고 있었는데, 31일에는 전날보다 1001.89포인트(17.91%)오른 6595.45로 장을 마감, 역대 최대 상승률과 상승폭을 동시에 기록하면서 턱이 빠지게 만들었다. 국회에서 의원들이 단일종목 레버리지ETF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전에 한 나라의 금융감독원장(이찬진)이라는 양반이 기자들 앞에서 “드러누워서 막았어야 했나 개인적으로 반성하는 상황”이라는 뻘 소리를 해 먹을 욕을 더 키웠다. 정치권은 당연히 “알면서 도입했냐?”라며 두들겨 팼다.
주가는 오를 수도, 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하루에 1000포인트가 오르내리는 것은 정말 비정상이다. 이에 대한 해석을 청와대의 정책실장 김용범이 일찌감치 3월에 미리 해석해 놨다. 7월 말에 이 난리가 날 것을 미리 알고 이야기 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는 자신의 페북이 이렇게 기록했다.
“코스피지수가 글로벌 증시 가운데 손꼽히는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문제는 그 상승의 동력을 시장 스스로 믿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이번 상승은 글로벌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리레이팅(재평가)”다. “한국 주식은 비싸진 것이 아니라 수십 년간 덧 씌워진 저평가의 굴레를 벗겨내고 있는 중이다.”
김용범의 말은 한국 주식시장이 이제야 정상화의 궤도로 돌아오고 있는데, 이는 글로벌 산업구조 변화 때문이며, 그 영향으로 주식시장은 상승하고 있는데 그 동력을 시장 스스로 믿지 못한다는 말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한국경제는 더 찰지게 앞서 나갈 수 있으나 과거의 인식에 붙잡힌 경제주체들의 스스로에 대한 변방인식과 주변화(周邊化·어떤 사회나 집단에 속해 있으면서도 그 속에 동화되지 못하고 겉돌게 되는 현상)로 스스로를 깎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 경제는 거대한 투자 사이클 위에 올라와 있는데, 그 중심에는 AI 데이터센터, 전력망 확장, 군비지출 증가, 에너지 운송 인프라가 있다. 솔직히 AI시대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큼 잘 만드는 곳이 어디 있는가? 전력망 투자에 있어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은 세계적으로 대체 불가능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에너지 운송 인프라? 여기 핵심인 액화천연가스(LNG)선 시장은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장악하고 있다. 군비지출 증가의 핵심인 방위산업에는 역시 우리나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이 그 존재감을 뿜뿜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경제주체들의 인식은 저 3류 국가 주변화 되어 있다는 개탄을 청와대 정책실장이 하고 있는 거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책실장을 물러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이미 세계 경제의 중심에, AI시대 그 중심에 안착했다. 그리고 또 한창 안착하고 있다. 문제는 경제라는 것은 늘 페달을 밟지 않으면 쓰러지는 자전거다. 고정형이 아닌 이동형이며 늘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이다. 지금처럼 미적대다간 진짜 인식 뿐 아니라 실제로도 주변부로 밀려난다. 저만치 강등당하고 해체 당한다.
세 번째 스팟 – 자꾸 왜? 라고 묻게 만드는 유시민
우리 한국사회에서 ‘유시민’을 언급할라 치면 각자 방어기제와 공격기제가 미리 작동한다. 그래서 차분하게 제대로 이야기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래도 그가 선을 넘었다고 생각하는 논객들이 유시민의 과거 발언을 꺼내서 그를 비판한다. 사실상 난도질 상태다. 유시민은 이후 또 등장해서 메신저를 공격한다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지금 상태를 보아서는 이런 과정은 여러 번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기 때문이고, 또 현재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8월 17일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단 전당대회 이야기는 접자. 그게 ‘유시민’이라는 논객을 비평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시민은 자꾸 왜? 라고 묻게 만든다. 무엇이든 의심하고 깊이 추론해서 사람들에게 만족할 만한 답변을 하는 성실한 태도는 매우 칭찬받을 만하다. 더군다나 유시민은 본질에 접근할 때 거침없이 단순하게 접근한다. 그것이 지금까지 유시민을 유시민답게 한 원천이었다. 윤석열 시대에 그를 국민 ‘신경안정제’라고 불렀던 이유는, 온갖 혼란하고 불안정한 시대를 명쾌하고 단순하게 정리해주었기 때문이다. 유시민이 플러스 알파되는 이유는 이러한 유시민의 단순화와 함께 그 시대가 윤석열의 시대이기 때문이었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언론에서 흐릿하게 연막을 치고, 시간이 지나면 또 속았다는 기분이 드는 국민들에게 상황을 논리 정연하게 설명해주고, 명징한 언어로 확실하게 이해되게 하는 유시민의 언설은 그 자체로 매우 귀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이재명 시대에 와서 그의 의심이 정확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특히 그의 A-B-C론이라든지 증축, 재건축, 재개발론이 무리한 해석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필자도 그 중 한 명이다.
신(神)은 80억 명의 지구인 얼굴이 다 다르게 만드셨다. 그리고 그 존재만이 가지는 독특한 특질과 개성을 보유하게 만드셨다. 아무리 일란성 쌍둥이라고 하더라도 1인 1특성은 신의 예술품으로서 인간의 존재가 귀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인간은 신의 지문(指紋)이다.
물론 이러한 인간을 국가라는 범주, 민족이란 범주로 나눌 수는 있다.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비슷한 특징으로 그루핑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것은 일반적인 사람의 인식 속의 그루핑일 뿐, 실제 적용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왜냐면 사람은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며, 시간과 시대가 달라짐에 따라 인간의 복잡성은 더 극대화 되고 있고 단순성은 거세되고 있다. 한 마디로 인간은 복잡하고 삶은 더 복잡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시민의 건축론과 가치론이 반발을 사는 이유는 간단하다. 말은 그럴싸하지만 현실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유시민이라는 논객이 빛을 발하던 시대는 극과 극의 대립, 선과 악의 투쟁, 항소이유서가 화제가 되는 시대였다. 윤석열 시대가 그 옛날 시대와 비슷한 결을 갖는다는 것이 매우 슬프지만, 이 역시 우리의 한 시대이기 때문에 받아들인다 치고, 윤석열 시대에 유시민의 가치가 발했던 것은 바로 복잡한 상황을 단순화 시켜도 말이 되는 시대였기 때문이다.
신은 공평한가? 유시민의 단순성이 먹히던 시대와 달리, 이제는 원래 인간이 가지던 그 복잡성과 미묘한 인간 삶의 장르가 제자리를 찾는 시대까지 ‘단순성’의 원리로 설명하는 것은 명백히 오버한 것이다. 잘못 짚은 것이다.
이 시대의 핫스팟들은 어떻게 바뀔까?
BTS는 더 진화할 것이다. 사실 더 진화했다. BTS는 무대에서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광대 본연의 모습을 통해서 충실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음악을 통해 위로하고 격려했으며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 사회적 메신저로서 불의를 규탄하고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혼자 움직이지 않고 그들의 뜻과 의지를 함께 수행하고자 하는 수억 명의 팬 ARMY와 함께 조금씩 진화해 왔다. BTS라는 핫스팟은 앞으로도 더 진화할 것이다. 어떻게 바뀔 것인지 매우 궁금할 지경이다.
코스피는 상당기간 부침을 겪을 것이다. 이미 지난 5월 10일,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한국의 코스피가 2026년 연말에 1만 포인트(강세장 시나리오 기준 최대 1만5000)를 찍을 것이라고 보고서를 통해 예측했고, 이로부터 열흘 뒤 일본의 노무라 증권 역시 1만~1만 1000포인트를 찍을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하지만 JP모건이나 노무라증권은 코스피의 급격한 상승 과정에서 레버리지 상품 급증 등으로 인한 높은 변동성과 외국인 매도 등 단기 조정장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 바도 있다. 그 상황이 얼추 맞아 들어가고 있다. 지금 상황은 매우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청와대 김용범 정책실장의 이야기와 같이 우리가 우리의 힘을 스스로 믿고 전진하게 된다면 한국 경제는 그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비약적 발전을 이루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부분에 있어 코스피도 나름의 역할을 할 것이다.
유시민은... 음... 모르겠다. 전적으로 그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겠으나 현재로서는 유시민의 기상상황은 ‘흐림’이다. 필자는 이 글의 부제를 ‘권위와 중심을 넘어 해체와 재구성으로’라고 붙였다. 사실 이 말은 억지로 갖다 붙인 느낌이 든다. 모든 권위와 모든 중심은 결국 해체되고 재구성되어 다른 권위와 중심이 자연발생적으로 생기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시간과 시대의 자식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으며 진리라고 부르는 ‘종교’마저도 그 시대의 인간이 어떻게 ‘의미화’ 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게 장강의 도도한 물결은 뒷 물결에 앞 물결은 떠밀려 나아가는 법이다. 유시민도 그렇게 될 것이다. 당신도, 나도...
필자 주요이력
- 前 정치컨설턴트
- 前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1회 선거아카데미 교수
- 現 정치평론가
- 現 경제민주화 네트워크 자문위원
- 現 최요한콘텐츠제작소 소장
저서
- 유권자를 사로잡는 현장정치 오마이선거 오마이전략 (매일컴 刊, 2014)
- 금융사기의 천국 대한민국 (공저·깨넷 刊, 2022)
- 진화하는 하나님, 새로운 기독교 (깨넷 刊,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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