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박상철 회장 "감염병엔 국경 없어…백신은 한 국가 자산 아닌 세계 인구 지키는 것"

  • 국제백신연구소 한국후원회 회장 인터뷰

  • IVI, 콜레라백신 개발 기술이전 성과…52개국 2.4억 도스 공급

  • SFTS mRNA부터 마이크로니들·AI 항원 설계까지 韓 기업과 개발 박차

  • 기후변화·고령화 따른 위협 확산…"국제사회,백신개발·보급에 힘 모아야"

박상철 국제백신연구소 한국후원회장 인터뷰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박상철 국제백신연구소 한국후원회 회장이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국제사회가 백신 개발과 보급을 위해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1997년 10월 유엔개발계획(UNDP) 주도로 서울에 문을 연 '국제백신연구소(IVI)'는 대한민국에 본부를 둔 최초의 국제기구다. 개발도상국 어린이를 위한 백신 개발을 사명으로 하는 세계 유일의 국제기구로, 국내는 물론 스웨덴·인도·핀란드·중국 등 42개국과 세계보건기구(WHO)가 설립 협정에 가입해 있다.

IVI는 설립 이후 30여 년간 국내 기업들과 협력해 세계적인 백신 성과를 일궈왔다. 대표적으로 자체 개발한 경구용 콜레라 백신 기술을 2010년 국내 벤처기업 유바이오로직스에 이전했다. 이후 IVI의 파트너십을 통해 경구용 콜레라 백신을 52개국에 2억4000만 도스 이상 공급했다. 현재 세계에 유통되는 경구용 콜레라 백신 80% 이상이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함께 개발한 장티푸스 접합백신도 WHO 사전적격성 평가(PQ)를 통과해 상용화됐다.

이러한 사업을 뒷받침해 온 중심에는 국내외 후원자들의 모금 활동을 이끌어 온 IVI한국후원회가 있다. IVI가 세계적인 백신개발 국제기구로 발전하도록 범국민적 후원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노화·장수과학 연구의 권위자로 잘 알려진 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가 후원회장을 맡았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학교에 위치한 IVI에서 박상철 회장을 만나 최근 IVI 성과와 과제 그리고 백신이 지닌 가치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박 회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박상철 국제백신연구소 한국후원회 회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박상철 국제백신연구소 한국후원회 회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국제백신연구소(IVI)는 어떤 곳인가.

"IVI는 개발도상국, 특히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들을 위한 백신을 개발하고 보급한다. 연구실에서 백신을 만드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질병이 실제로 얼마나 발생하는지 조사하고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한다. 임상시험과 허가를 거쳐 제조업체에 기술을 이전하는 일도 한다. 개발도상국에서 실제 접종이 가능하도록 현지 연구자와 의료인력을 교육하고 냉장시설·전력·콜드체인 등 보급에 필요한 기반도 지원한다. 백신만 가져간다고 접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냉장고가 없으면 냉장고를 지원해야 하고 전기가 없으면 전력 기반도 마련한다."

-대표적인 성과는 무엇인지.

"콜레라 백신 개발이다. 콜레라는 주로 빈곤 지역에서 발생하지만 제약회사로서는 구매력이 낮고 시장 수익성이 떨어져 개발에 쉽게 나서기 어려운 질병이다. 과거 콜레라 백신은 주로 주사로 접종하는 방식이었다. 의사나 간호 인력이 필요하고 운송과 보관도 어려웠다. 이에 IVI는 세계 최초로 저가 경구용 콜레라 백신 개발과 상용화를 이끌었다. 해당 기술을 2010년 국내 기업 유바이오로직스에 이전했고 지난해 기준 52개국에 2억4000만 도스 이상 공급됐다. 국내 기업의 제조 역량과 IVI의 국제 임상·개발 역량이 결합한 사례로 지금은 한국이 경구용 콜레라 백신 공급의 중심이 됐다.

장티푸스 접합백신도 중요한 성과다. IVI가 개발을 이끌고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상용화에 참여하면서 영유아에게도 접종할 수 있는 장티푸스 백신이 개발됐다. 지난해에는 엠폭스 백신의 실사용 환경 효과성 평가, 새로운 콜레라 접합백신 제2상 임상시험,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백신 초기 임상연구, 주혈흡충증 백신 연구, 폐렴간균 백신 후보 개발 등이 진행됐다."

-현재 어떤 백신 개발을 진행하고 있나.

"차세대 백신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서울대·에스티팜과는 SFTS mRNA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쿼드메디슨과는 홍역·풍진 및 코로나19 백신에 적용할 마이크로니들 패치 기술을 개발 중이다. 쿼드메디슨·LG화학·한림대 강남성심병원과 공동 개발한 B형간염 마이크로니들 백신은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크레오에스지·포스텍과는 인공지능(AI) 기반 단백질 설계를 활용해 로타바이러스와 뎅기바이러스의 합성 항원을 최적화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후보물질과 제조기술을 확보하고 일부 비임상시험을 수행하는 것이 목표다."

-기후변화와 인구 변화로 감염병 지형이 바뀌는 상황에서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는지.

"감염병은 대체로 열대지방에서 나오는데 기후가 바뀌면 모기나 진드기 같은 매개체의 서식 지역도 달라진다. 기존에는 없던 지역에서 새로운 감염병이 나타날 수 있고 어떤 질병이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는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인구 구성도 변하고 있다. 고령자, 만성질환자, 면역저하자가 늘어나면서 같은 감염병에 걸려도 중증으로 발전할 위험이 커졌다. 도시화와 국제 이동이 확대되면서 한 지역의 감염병이 빠르게 전 세계로 퍼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IVI의 기본 사명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저개발국가의 가난한 아이들을 감염병에 걸리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다. 다만 신종·재출현 감염병과 팬데믹 대비 분야로 연구 범위가 넓어졌다. 최근 에볼라, 뎅기열, 리프트밸리열, 엠폭스, SFTS 같은 질병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현지 연구기관과 함께 엠폭스 백신의 실사용 효과성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프리젠 바이오로직스와는 리프트밸리열 mRNA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폐렴간균, A군 연쇄상구균, 주혈흡충증처럼 백신 개발이 부족한 질병과 항균제 내성 문제를 줄이기 위한 백신도 연구하고 있다. 전 세계 어디서든 바이러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곧바로 생산과 임상 대응으로 전환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백신의 가치'는 무엇인가. 글로벌 협업의 중요성에 대해 말해 달라.

"콜레라, 장티푸스, 주혈흡충증처럼 중저소득국에서 큰 피해를 일으키지만 상업성이 낮은 질병은 민간 기업의 노력만으로 백신 개발과 보급을 이어가기 어렵다. 그래서 정부와 국제기구, 연구기관, 기업, 재단이 각자 역할을 나누고 장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IVI는 이러한 협력을 바탕으로 백신 발굴과 개발뿐 아니라 전임상·임상시험, 제조기술 이전, 규제 대응, 백신 유용성 평가와 보급까지 전 주기를 지원하고 있다. 또 필요한 국가에서 생산·공급하고 실제 접종으로 이어지도록 현지 연구·제조 역량과 보건 시스템을 함께 강화하고 있다.

감염병은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한 지역의 감염병 위협은 결국 세계 전체의 보건 안보와 연결되기 때문에 백신은 어느 한 국가만의 자산이 될 수 없다. 전 세계 모든 인구가 예방 가능한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동등하게 보호받아야 한다. 한 나라의 아이를 살리는 일이 결국 전 세계를 안전하게 만드는 일이다. 국제사회가 백신의 개발과 보급에 함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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