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증시, 글로벌 기술주 변동장세 속 대안 투자처로 부상

  • 반도체주 급락에 분산투자 수요 확대…유럽 ETF 5개월 만에 자금 순유입

  • 기업 2분기 이익 22% 증가 전망…중동 긴장 완화·호실적에 투자 매력 부각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술주의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유럽 증시가 대안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치솟았던 유가가 진정되고 유럽 기업들의 실적도 예상보다 탄탄하게 나오면서 기술주와 인공지능(AI) 관련주에 집중됐던 투자 자금이 유럽으로 이동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금융분석업체 팩트셋은 스톡스유럽600 기업들의 올해 2분기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장이 회복하던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마리나 자볼록 모건스탠리 유럽 주식 전략가는 이번 실적 시즌을 "두드러진 실적 시즌"이라고 평가하며 "거의 모든 업종에서 매우 긍정적인 실적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호실적에 힘입어 유럽 증시도 강세다. 스톡스유럽600은 최근 잇달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독일 DAX와 영국 FTSE100, 프랑스 CAC40, 스페인 IBEX 등 주요 지수도 최고치를 새로 썼다.

자금 유입도 재개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 주식 상장지수펀드(ETF)는 지난 7월 미국·이란 전쟁이 시작된 2월 말 이후 처음으로 월간 순유입을 기록했다. 블랙록의 유럽 주식 상품에도 같은 기간 44억달러(약 6조2500억원)가 들어왔다.

특히 지난달 글로벌 반도체주가 급락하면서 기술주와 AI주 변동성에 덜 좌우되는 유럽 증시의 분산투자 매력이 부각됐다. 자볼록 전략가는 유럽 기업들의 호실적이 최근 유럽 주식에 대한 "분산투자 수요를 더욱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은행주는 유럽 증시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BNP파리바의 2분기 이익은 약 33% 증가했고 UBS는 17%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스톡스 유럽 은행지수는 21% 넘게 올라 스톡스유럽600 상승률 11.5%를 크게 웃돌았다. ASML과 인피니언 등 반도체 관련 기업들도 올해 매출 전망을 상향했다.

중동 정세가 진정될 조짐을 보이는 점도 투자심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럽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졌지만, 최근 양국이 분쟁 종식을 모색하면서 유가는 배럴당 90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베아타 맨테이 씨티 유럽 주식 전략 책임자는 중동 긴장이 완화되면서 유럽이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최악의 상황은 피한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투자자들이 유럽을 다시 선호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유럽 증시가 이른바 '반(反) AI 투자'로 부각되면서 AI주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분산하려는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유럽 증시로의 자금 이동이 뚜렷한 추세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관측이다. 유럽 주식으로 들어오는 자금은 아직 올해 초 기록한 최고 수준에 못 미치고 있으며 투자도 은행 등 일부 업종에 집중돼 있다.

에마뉘엘 마콩가 바클레이스 유럽 주식 전략가는 7월 초까지만 해도 유럽으로 향한 자금은 유럽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미국에서 빠져나온 자금의 성격이 강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실적 발표가 이어지면서 "단순한 분산투자를 넘어 시장 상승을 뒷받침할 펀더멘털이 확인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다시 유럽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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