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희의 B-컷] 소지섭·윤경호·서수민, 신뢰와 팀워크로 빚은 '김부장' 액션신들

한 작품에는 수많은 시선이 존재합니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이었지만 감독과 배우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느꼈던 감각은 모두 다를지도 모릅니다. '최송희의 B-컷'은 스크린에 담긴 'A-컷' 너머 생생한 현장이 담긴 이면의 기록을 주목합니다. 감독, 배우들의 인터뷰를 교차해 완성된 프레임보다 더 뜨거웠던 'B-컷'의 순간을 재구성합니다. <편집자 주>
김부장 메인 포스터 사진SBS
'김부장' 메인 포스터 [사진=SBS]

시청률 23%. 드라마 '김부장'이 남긴 성취의 중심에는 타격감 넘치는 액션이 있었다. 시청자들은 딸을 구하기 위해 사지로 뛰어든 아버지의 절박함이 주먹으로 터져 나오는 순간들에 열광했다. 하지만 화면 위에서 매끄럽게 흘러간 그 액션 뒤에는, 카메라 밖에서 벌어진 제작진과 배우들의 또 다른 사투가 있었다.

이승영 감독은 그 사투의 출발점을 배우 개인의 기량이 아니라 팀 전체의 태도에서 찾았다.

"저희 팀의 최대 강점은 각 분야가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계속해서 좋은 아이디어를 협력해 만들어나갔다는 점이라고 봐요. 어떤 드라마든 누군가 배우가 하드캐리할 수는 있지만, '김부장'이 그 이상을 얻게 된 이유를 생각해 보면 스태프들의 노력에서 알 수 없는 에너지가 나왔던 것 같아요. 배우들도 똑같이 느끼고 있었고요."(이승영 감독)

엘리베이터 신부터 사우나 액션까지. '김부장'을 대표하는 강렬한 액션은 이같은 제작진과 배우들의 '팀 워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감독은 화제가 됐던 엘리베이터 신과 사우나 액션 신을 언급,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공을 돌리기도 했다.

"엘리베이터 장면은 공동연출 감독님이 연출하신 부분인데, 배우들과 소통하면서 재미를 위해 아이디어를 내셔서 유쾌하고 재미있는 장면이 나왔어요. 목욕탕에서 악당의 시점으로 원테이크처럼 찍은 사우나 장면도 있어요. 그 장면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무술감독님이 데모 영상을 보여주셨는데, 야투경의 시선으로 한 테이크를 가는 아이디어가 있었어요. 액션을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와 어떻게 찍느냐가 맞아야 하잖아요.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고, 누가 아이디어를 내더라도 귀담아듣고 격려하는 저희 팀의 방식이 잘 드러난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이승영 감독)
SBS 드라마 김부장 스틸컷 사진SBS
SBS 드라마 '김부장' 스틸컷 [사진=SBS]

사우나 장면에서는 카메라마저 액션의 일부가 됐다. 이 감독은 제작진의 아이디어로 더욱더 실감나는 앵글과 카메라 워킹을 얻을 수 있었다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그 장면에서는 카메라 감독님이 악당 역할을 하신 거예요. 액션캠을 단 게 아니라 핸드헬드로 촬영하면서 맞는 역할을 하고, 쓰러지고, 옆으로 눕고, 다시 일어나서 마지막에 발차기를 맞는 순간까지 카메라 감독님이 다 연기하셨어요. 액션캠으로 하면 이질감이 있을 수 있는데 핸드헬드로 하니까 악당의 시점이 리얼하게 나온 것 같아요."(이승영 감독)

한 번의 시도로 완성되는 장면이 아니었다. 액션팀과 소지섭은 긴 시간 동안 해당 장면의 호흡을 맞추었고 명장면을 위해 몸을 던지기도 했다. 

"롱테이크의 어려운 액션이라 한 번에 OK가 나지 않았고 오래 찍었어요. 액션팀과 김부장을 맡은 소지섭 배우가 긴 테이크를 해내는 여러 요소가 맞아야 그런 장면이 나올 수 있었어요. 이런 열린 사고와 자세가 말로만 좋은 게 아니라 실제 결과로 나온 것 같아요."(이승영 감독)
SBS 드라마 김부장 스틸컷 사진SBS
SBS 드라마 '김부장' 스틸컷 [사진=SBS]

감독과 제작진이 판을 깔아두었다면 그 위에서 몸을 던지며 설득력을 부여하는 건 배우들의 몫이었다. '김부장' 역의 소지섭은 '액션'의 시작점을 밝히며 '감정'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제가 액션을 적지 않게 해왔잖아요. 드라마적으로 필요한 액션도 있지만 그런 건 짧게 흘러가는 걸 좋아하고, 진짜 필요한 액션은 그 전에 감정이 보이는 걸 좋아해요. 그래야 액션을 하는 이유가 명확해지거든요. 이번 드라마는 감정이 먼저 보이는 액션이 있었기 때문에 보시는 분들이 더 시원하고 통쾌하게 봐주신 것 같아요. 이유 없이 액션을 하는 건 좋아하지 않습니다."(소지섭)

정작 그를 가장 힘들게 한 건 화려한 무술 합이 아니라, 통제할 수 없는 날씨와 몸이었다.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건 민지가 냉동창고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걸어가는, 그 굴다리 쪽 장면이었어요. 진짜 추울 때 찍었고 비를 맞으면서 찍은 컷들도 많았어요. 몸이 너무 추워서 컨트롤이 안 되니까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트럭 신도 쉽지 않았어요. 차에 매달리는 장면이라 와이어를 하긴 했지만 그래도 위험했기 때문에 그게 가장 큰 한 축이었던 것 같습니다."(소지섭)
드라마 김부장 박진철 역의 배우 윤경호 사진SBS
드라마 '김부장' 박진철 역의 배우 윤경호 [사진=SBS]

소지섭이 추위와 와이어와 싸웠다면, 윤경호는 비좁은 컨테이너 안에서 상대 배우와 부딪혀야만 했다. 전문 스턴트 없이 배우끼리 타격을 주고받아야 했던 이 장면은 배우 간 '신뢰'로 완성됐다. 

"틈틈이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은 부족했지만 제가 예전부터 복싱 계열 타격기를 몇 년 정도 했던 경험이 있었어요. 그 훈련을 바탕으로 무술감독님과 메인 액션 신을 따로 맞춰봤습니다. 특히 남실장과 싸우는 컨테이너 트럭 액션은 둘 다 싸움의 전문가가 붙는 장면이니까, 다른 1대 다수 액션보다 디자인 난이도를 높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현장에서도 최대한 대역 없이 직접 해보려고 했고, 실제로 거의 직접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습니다."(윤경호)

"힘들다면 모두가 다 힘들었기 때문에 제가 특별히 힘들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다만 액션 전문 스턴트가 아니라 배우와 배우가 하는 액션이다 보니 더 주의해야 할 점이 많았어요. 무술감독님이 정말 신경을 많이 써주셨고, 상대 배우도 훈련을 많이 했습니다. 몸을 굉장히 잘 쓰는 친구라 서로를 믿고 했죠."(윤경호)

선배들이 육체의 한계와 타격의 공포를 묵묵히 견뎌내는 동안, 서수민은 전혀 다른 시선으로 같은 현장을 지나고 있었다.

"액션 신은 오히려 힘들지 않았어요. 괴롭히는 언니분들과 사전에 다 합의를 하고 연습도 했어요. 창고 신에서 비를 맞는 장면 같은 것도 오히려 재미있었습니다.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너무 재밌는데?' 하면서 촬영했던 기억이 있어요. 다음에도 액션 장르를 해보고 싶어요. 이번에 아빠랑 삼촌들의 액션이 너무 멋있어서 저도 액션 장르를 또 해보고 싶어졌어요."(서수민)

결국 '김부장'의 액션을 완성한 건 화려한 기술이 아닌, 서로에 대한 신뢰와 단단한 팀워크에 있었다. 혹독한 추위와 낯선 상대 앞에서도 감정을 먼저 쌓아 올린 배우들의 치열한 시간, 그리고 이를 유기적으로 엮어낸 감독의 설계가 맞물린 결과다. 저마다의 B-컷들이 엉겨 붙어 만들어진 '김부장'의 액션은 그렇게 오래도록 시청자들의 뇌리에 남을 명장면으로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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