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마켓은 밀리고, 애프터 ETF 거래는 무산되고…스텝 꼬이는 한국거래소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RX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RX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한국거래소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거래시간 연장 계획이 잇따라 삐걱대고 있다. 프리마켓 도입이 내년 말로 밀린 데 이어, 다음 달 출범하는 애프터마켓에서의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도 사실상 무산 위기다. 글로벌 거래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2027년 말까지 24시간 거래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당초 구상과는 상당히 다른 전개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10일) 한국거래소가 자산운용사 실무진을 소집해 애프터마켓 ETF 거래 참여 의사를 확인한 결과 자산운용사들 모두 불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는 올해 3월과 7월에 이어 8월에도 운용사들을 상대로 애프터마켓 ETF 거래 수요를 거듭 확인하며 추진 의지를 보여왔으나 결과적으로 무산되는 분위기다. 
 
거래소의 거래시간 연장계획
거래소의 거래시간 연장계획

애프터마켓 ETF 거래에 대한 우려는 지난달 28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대응 차원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사장단 회의에서 처음 가시화됐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로 시장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 애프터마켓 ETF 거래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업계에서 쏟아졌다. 반면 한국거래소는 대형 운용사가 참여 의사를 비칠 경우 다른 운용사들 역시 경쟁력 유지 차원에서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해왔다. 실제로 논의 초기에는 일부 운용사들이 참여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으나 시장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애프터마켓에서 거래되는 ETF에 대해 한국거래소가 실시간 추정 순자산가치(iNAV)를 제공하지 않기로 한 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ETF는 기초자산의 가치와 시장가격 사이의 괴리를 관리하는 것이 핵심인데, 정규장 종료 이후에는 기초자산 거래가 제한되는 만큼 적정 가격을 산출하기가 쉽지 않다. 거래소가 iNAV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유동성공급자(LP)가 자체적으로 적정가치를 산출해 호가를 제시해야 한다. 운용업계에선 유동성이 낮은 시간대에 ETF 가격과 실제 가치 사이의 괴리가 확대될 경우 투자자 보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한국거래소로서는 난처한 상황이다. 경쟁자인 넥스트레이드는 연내에 ETF 상품까지 거래 대상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9월 애프터마켓에서 ETF 거래가 불발되면 ETF 상품의 시간외거래 선점 기회를 놓칠 수 있는 상황이다.

악재는 이게 전부가 아니다. 한국거래소는 연초까지만 해도 올해 6월 29일부터 오전 7~8시 프리마켓, 오후 4시~8시 애프터마켓을 개설해 12시간 거래 체제를 도입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증권업계 노동조합의 반대와 업계 우려에 밀려 지난 3월에 도입 시기를 9월 14일로 미뤘고, 6월에는 프리마켓 개설 일정을 내년 말로 늦추기로 했다.

업계에선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올해 초 제시한 '2027년 말 24시간 거래체제 구축'이란 청사진이 실현 가능할지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프리마켓이 내년 말로 밀린 상황에서 당초 계획대로 2027년 말 24시간 거래체제를 완성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내걸고 시작한 거래시간 연장 계획이 정작 시장 참여자들의 준비와 합의를 충분히 끌어내지 못하면서 곳곳에서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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