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홈플러스로 본 대형마트 유통시장 퇴출 위기

  •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


홈플러스는 파산선고를 며칠 앞두고 전격적으로 MBK파트너스(이하 MBK)와 김병주 회장이 연대보증을 결정하며 극적으로 기업회생 기한이 연장됐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이대로 파산하리라는 예측이 중론이었으나, 운영자금 2000억원을 투입한 MBK의 결정에 다시금 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필자는 파산을 앞둔 시점에서 MBK의 기업회생 연장 결정은 홈플러스 생존의 큰 전환점이라 생각한다.

지난 13일 홈플러스는 67개 점포의 매대에 상품을 채워 한 달 만에 재개장을 했다. 한우 50%, 삼겹살 40%, 당당후라이드 치킨 3490원 등 다양한 상품으로 구성한 ‘홈플 is BACK’의 재개장 행사는 지역 고객을 다시금 불러 모으며 회생에 불씨를 지폈다. 이번 재개장이 더욱 의미가 있는 건 모처럼 홈플러스 회생을 위해 홈플러스 경영진과 근로자, MBK, 정치권까지 화합해 한마음으로 참여했다는 점이다. 지역 소비자에게 잊어졌던 홈플러스의 존재를 환기시키기에 좋은 행사였다.

성대한 재개장 행사로 다시 영업을 시작했지만 안타깝게도 홈플러스의 회생 전망은 밝지 않은 게 사실이다. 유통업은 상품을 공급업체로부터 구매해 일정 부분 마진을 붙여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파격적인 할인 행사는 단기적인 고객과 매출 증가를 일으키지만, 높은 비용으로 인해 장기적인 수익성 측면에서 한계를 갖는다. 또한 최근 임대 점포의 계약이 하나둘 종료되고, 판매 상품 수와 영업공간 축소로 매장 운영 효율성은 떨어지고 있어, 고객 수 감소와 상품회전율 악화로 이익 확보는 더욱 요원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운영자금 2000억원이 소진되는 동안 매각을 하느냐 마느냐가 홈플러스 기업회생의 열쇠가 될 것이다.

연매출 6조원의 홈플러스가 무너지면서 업계에서는 대형마트의 미래는 불투명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때 국내 유통시장 약 20%의 구성비를 점유하며 주류 유통업태였던 대형마트는 2025년에는 매출 구성비가 9.8%까지 빠지면서 이커머스는 물론, 오프라인 유통에서도 편의점과 백화점에도 밀리면서 4위까지 내려앉았다. 대형마트가 이렇게까지 추락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대형마트 내부적인 문제와 외부 소비 환경에 대해 들여다보고자 한다.


첫 번째, 대형마트 성공의 핵심이었던 가격 경쟁력의 상실이다. 소비자의 구매활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가격이라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대형마트는 국내에 처음 도입됐을 때 할인점이라는 이름을 달고 고급스러운 점포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시장을 공략했다. 한동안 적수 없이 국내 시장을 호령한 대형마트에 온라인 쇼핑몰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유통업태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혁신적인 유통업태는 사이버 공간에서 상품을 진열해 판매하고 고객이 주문하면 택배를 이용해, 운영 경비를 최소화하여 상품 가격 경쟁력의 우위를 두는 전략으로 시장에 침투했다. 지대가 높은 도심에 대형점포를 건설하고 3만여 가지 상품의 재고를 확보해 사람의 손에 의해 판매하는 대형마트로서는 온라인 유통에 구조적으로 상품 가격을 경쟁하기가 어렵다. 이커머스가 성장하면서 택배 배송이 비교적 수월한 가공식품과 생활용품이 빠르게 온라인 유통으로 이동하게 됐다.

결국 대형마트의 최대 장점이었던 저렴한 가격이 무너지게 된 것이다. 반면 온라인 유통의 침공 속에서 창고형 할인점과 다이소는 나름의 전략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여 자신들의 입지를 공고히 지켜나가고 있다는 점은 가격 경쟁력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조명한다.

두 번째, 대형마트를 이용하던 주요 고객의 소비 패턴이 변화했다. 국민 소비에서 중요한 상품군은 식품이다. 식생활에 가장 밀접한 식품은 그 어떤 상품 카테고리보다 그 규모가 크며, 결국 장바구니 쇼핑을 장악하는 유통업태가 유통시장 전체를 리딩한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유통시장을 주도한 대형마트의 쇠퇴에 시장의 관심이 높은 이유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온 가족이 주말을 맞아 집 근처 대형마트로 쇼핑을 가서 푸드코트에서의 외식과 미용실, 세탁소 등 생활편의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일상이었다. 그러나 최근 경험소비에 대한 기준이 높아진 소비자들은 쇼핑을 중심으로 한 대형마트보다는 다양한 체험 공간으로 구성된 새로운 콘셉트의 백화점과 복합쇼핑몰, 지역축제 등으로 주말 일상의 무대를 옮겨 가고 있다. 장보기 쇼핑은 배송이 편리한 이커머스나 퇴근길 집 앞 슈퍼마켓이나 식자재마트로 이동하게 됐다.

2025년 국내 유통시장에서 이커머스 비중이 59%를 넘어서면서 상거래의 주류는 온라인 유통이 됐다. 한동안 국내 유통업체 1위였던 이마트는 이미 오래전 유통시장의 왕좌를 쿠팡에 내주었다. 위기의 대형마트가 살아남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신선식품 시장을 지켜야 한다. 대형마트가 가지고 있던 전체 시장에서 가공식품부터 생활용품, 패션까지 공산품 시장은 대부분 온라인 유통과 다이소, 차이나커머스에 빼앗긴 상태다. 지금 유일하게 남은 상품 카테고리는 신선식품이다. 과감히 비식품 매장을 정리하고 신선식품과 델리, HMR 중심의 식품전문점으로 리뉴얼해야 한다.

둘째, 빠른 배송과 즉시 배송의 점포 배송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 국내 소비자는 쿠팡의 로켓배송으로 인해 빠른 배송인 당일배송과 새벽배송에 익숙해져 있다. 최근에는 배달플랫폼 서비스가 안착되면서 고객 주문 후 한 시간 안에 배송되는 퀵커머스로 배송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유통발전법으로 인해 야간 영업 불가로 배송 서비스에 한계가 있지만 소비자 불편과 불공정 문제에 대한 최근의 논의들로 볼 때, 야간 영업 제한은 곧 해결이 되리라 생각한다. 유통시장 배송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빠른 배송뿐만 아니라 점포를 지역 거점 물류센터로 활용해 즉시 배송 도입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셋째, 비효율 점포와 공간 구조조정을 과감히 해야 한다. 국내 대형마트 점포는 일반적으로 3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1층은 식품, 2층은 비식품, 3층은 임대 테넌트 매장이다. 1층을 식품전문점으로 리뉴얼하면 남은 2층과 3층이 문제다. 이곳을 지역 상권에 맞춰 새로이 구성하고 지역 고객에게 제안해야 한다.

과거처럼 일률적인 브랜드 구성에서 벗어나 상권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전문형 브랜드 구성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오피스가에는 식사를 타깃으로 한 식당가를 도입하고, 어르신이 많은 지역은 병원을 고려하고, 아이들이 많은 신도시에는 카페와 놀이시설 등이 적합하다. 대형마트의 성장기와 함께 전국 대형마트는 400여 개까지 점포 수를 늘렸다. 당시에는 꾸준한 성장의 동력이 됐지만 이제 혁신의 속도를 늦추는 숙제가 되고 있다. 국토의 크기와 인구를 감안할 때 이미 과밀한 수준의 점포 수는 장기적으로 점포 간 자기잠식의 우려를 내포하므로, 과감한 구조조정과 통폐합이 필요하다.

이제 대형마트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대형마트의 과거 동력은 새롭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더 이상 날카로운 무기로 쓰이기 어려우며, 혁신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효율적인 운영과 함께 신선식품 소싱력과 전국 매장 물류거점이라는 대형마트만의 강점을 살린 새로운 전략 변화가 그 해답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