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휴전 합의설이 제기된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정상화를 위한 이란과 오만의 합의가 이뤄지는 등 양국 간 긴장 완화 조짐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이 당분간 대이란 추가 군사작전보다 경제제재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파키스탄 등 중재국의 외교 노력까지 이어지면서 지난 6월 무산된 미·이란 양해각서(MOU)가 복원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러시아 국영 통신사 리아노보스티는 25일(현지시간) 파키스탄과 이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항행 보장을 포함한 휴전에 합의했으며 수일 내 공식 발표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미국과 이란 정부는 아직 해당 보도를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어 실제 휴전 합의가 성사됐다고 단정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그럼에도 휴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조짐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 이란과 오만은 이날 최근 분쟁으로 통행이 제한된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항행 재개를 위해 임시 공동 해상통로를 개설하고 기뢰 제거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단계적 프레임워크에 합의했다. 양국은 향후 영구 해상통로 구축과 정보 교환, 해상교통 관리 등 장기적인 해협 관리 방안에 대해서도 기술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또한 미국은 이란 전쟁 발발 후 본국으로 귀국시켰던 자국의 중동 지역 외교관들을 다시 현지로 파견할 계획이라고 로이터통신 및 뉴욕타임스(NYT) 등이 이날 보도했다. 이에 미국과 이란 간 협상 기대감이 높아지며 26일 아시아 장에서 국제 유가가 2% 가량 하락하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번 주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 및 중재국 파키스탄 대표단의 이란 방문 이후 나온 것이다. 앞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전날 이란의 경제적 고립을 목표로 하는 '경제적 고립 작전'을 발표하고,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에게까지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이미 미국 주도의 제재로 물가가 전년 대비 배 가까이 오르는 등 경제가 크게 악화된 가운데 새로운 제재로 인해 경제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내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아심 무니르 군 총사령관이 이끄는 파키스탄 대표단은 24일 이란을 방문하고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을 비롯한 이란 고위급 인사들과 회담했다. 모흐신 나크비 파키스탄 내무장관은 회담 이후 "상당한 진전"이 있었으며 매우 긍정적인 분위기에서 회담이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이란이 파키스탄 대표단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자국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존 랫클리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이날 CIA 국장으로서는 5년 만에 처음으로 비밀리에 러시아를 방문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외교적 해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랫클리프 국장의 방러 목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국의 전직 정보당국자는 이란 휴전과 관련해 러시아를 협상에 참여시키는 방안이나 러시아의 대이란 지원 문제 등이 논의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러시아는 이란의 주요 우방인 만큼 미국과 이란 간 충돌에 있어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다만 이란이 미국의 경제 제재 및 중재 외교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부 차관은 미국이 기존 MOU 합의에 따른 의무를 먼저 전면적으로 이행해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구체적으로 모든 전선에서의 전쟁 종식, 봉쇄 해제, 예멘 사태 해결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이 진행 중이라고 밝힌 해협 내 기뢰 제거 작전에 대해서도 이란은 선전용 거짓말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란 신문 알 웨파크의 모흐타르 하다드 편집국장 역시 이란과 오만의 호르무즈 해협 관리 합의와 관련해 "이것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의미하는 바는 아니다"라며 "미국이 이슬라마바드 MOU에 포함된 이란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란은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아랍 유력 매체 알자지라에 전했다.
한편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일부 동맹국에 당분간 이란을 상대로 새로운 군사 작전을 개시하지 않는 대신 경제 제재 중심의 방침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달했다고 이날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미국의 한 관리는 이 같은 경제제재 중심 정책이 최소한 11월 중간선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하다드 편집국장은 루비오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그는 중간선거가 그들(트럼프 행정부)에게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려 한다"며 "그들은 이 기간을 지난 후 다시 싸움을 시작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미국이 선거 기간을 무사히 넘긴 뒤 다시 대대적 전투에 나서려는 동안 이란이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란이 보기에 미국이 MOU 조건을 이행하지 않고 MOU로 복귀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이란은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와 이란이 각각 중간선거와 경제난이라는 약점을 안고 있는 가운데 11월 중간선거 전 추가적인 긴장 완화 조치가 나올지 주목된다. 다만 미국은 여전히 이란의 핵 개발 억제 및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 통항을, 이란은 미국의 MOU 복귀와 봉쇄 해제를 요구하고 있어 간극이 여전히 큰 만큼 현재의 외교적 움직임이 실제 휴전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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