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 따른 성과급이 소비로 이어지면서 이천·화성·청주 등 반도체 수혜지역의 소비가 비노출 지역보다 최대 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누적 소비 증가액은 1조1000억원에 달했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 올해 말에는 1조70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내년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지급 규모가 올해보다 약 5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반도체발 소비 파급효과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은행은 반도체 성과급 확대에 따른 소비 효과로 내년 GDP 수준이 0.08~0.12%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내년 경제성장률을 0.06~0.09%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한은 조사국 조사총괄팀은 31일 발표한 '반도체 수혜지역의 소비는 어떻게 될까: 지역 미시데이터로 살펴본 파급효과' 이슈노트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시군구별 카드 결제액 등 지역 미시데이터를 활용해 반도체 종사자 거주 비중이 높은 이천·화성·청주 등 '반도체 고노출 지역'의 소비 변화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에 따른 소비 파급효과로, 다른 IT 기업의 임금 상승이나 자산효과 등은 포함하지 않았다.
분석 결과 2025년 1월 이후 반도체 고노출 지역의 월별 소비는 비노출 지역보다 최대 4%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누적 소비 증가액은 약 1조1000억원이다. 지금과 같은 소비 패턴이 이어질 경우 올해 말에는 약 1조700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연평균 소비 증가액은 약 8000억원으로 지난해 민간소비 증가액의 2% 수준이다.
성과급이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비율을 나타내는 소비 파급률은 세후 성과급 대비 2025년 27%, 2026년 21%로 추정됐다. 반도체 호황이 없었을 경우와 비교하면 소비 증가로 인해 GDP 수준은 2025년 0.01%, 2026년 0.03%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내년에는 소비 파급효과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2027년 성과급 지급 규모가 올해보다 약 5배 늘어날 것으로 보고, 소비 파급률에 따라 GDP 수준을 0.08~0.12% 높이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내년 성장률을 0.06~0.09%포인트 높이는 수준이다. 다만 이 같은 효과는 별도의 추가 상향분이 아니라 이미 8월 경제전망에 반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소비 파급효과를 키울 핵심 변수로는 고용 확대가 꼽혔다. 과거 조선·철강·자동차·화학 등 산업 호황 사례를 보면 임금총액 증가가 기존 종사자의 임금 상승보다 고용 확대에 기인할수록 소비 파급효과가 컸기 때문이다.
이재호 한은 조사총괄팀 차장은 "반도체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해서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있고 그에 따라 고용도 같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도 올해 하반기 반도체 일자리가 전년 동기 대비 5.1%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창현 한은 조사총괄팀장은 "호황기 2~3년 이후부터 임금총액에서 고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확대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메가프로젝트와 반도체클러스터로 투자가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투자로 인한 고용 증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 품목의 확산 여부도 향후 파급효과를 좌우할 변수다. 현재까지 반도체 수혜지역의 소비 증가는 자동차·백화점 등 고가 재량재에 집중돼 늘어난 지출이 국내 다른 가계의 소득으로 환류돼 다시 소비로 이어지는 '소비→소득→소비' 선순환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한은은 앞으로 소비가 서비스 등 다양한 품목으로 확산되면 선순환 효과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과거 자동차·화학 호황기 울산에서도 임금 상승 이후 시차를 두고 서비스 소비가 빠르게 확대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이 같은 소비 확산은 결국 수요측 물가 상방 압력을 줄 가능성도 있다.
한은은 반도체 호황의 성과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려면 소재·부품·장비를 포함한 국내 산업생태계를 강화하고, 늘어난 소득이 소비와 실물경제로 원활하게 환류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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