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와의 '정교 유착' 의혹을 비롯해 불법 정치 자금 제공, 청탁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총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통일교 지도부가 거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정치권과 결탁해 교세를 확장하려 했다며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질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31일 한 총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징역 1년, 청탁금지법 위반·업무상 횡령 혐의에 징역 1년을 각각 선고했다.
앞서 김건희 특별검사팀(민중기 특별검사)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징역 5년, 나머지 범행에 징역 8년 등 총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다만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 온 한 총재는 이날 선고 이후에도 법정 구속되지 않았다. 한 총재의 구속집행정지 효력은 내달 2일까지다.
한 총재와 함께 기소된 통일교 관계자들에게도 줄줄이 실형이 내려졌다. 범행을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한 혐의를 받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징역 6개월, 한 총재를 가까이서 보좌한 정모 전 총재 비서실장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청탁금지법 위반· 횡령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윤 전 본부장의 배우자인 이모 전 통일교 재정국장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특검이 제기한 공소사실 가운데 한 총재와 통일교 간부들의 핵심 정교 유착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판단했다.
우선 한 총재와 정 전 실장이 윤 전 본부장과 공모해 지난 2022년 1월 당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의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현금 1억원의 불법 정치 자금을 전달한 혐의를 인정했다.
또 2022년 7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7500만원 상당의 고가 목걸이와 샤넬 가방을 건네며 교단 현안과 프로젝트 지원을 청탁한 혐의, 그해 4월 김 여사에게 전달한 샤넬 가방과 7월의 목걸이·가방 구매 대금을 교단 자금으로 충당해 보전받은 업무상 횡령 혐의 역시 모두 유죄가 내려졌다.
아울러 2022년 3월 한 총재 등이 통일교 단체 자금 1억3400만원을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등에게 이른바 '쪼개기 후원' 방식으로 기부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포괄일죄로 묶여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반면 재판부는 쪼개기 후원을 위해 교단 자금을 선교지원비 명목으로 허위 회계 처리해 5개 지구 계좌로 송금했던 업무상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해당 계좌들이 정상적인 자금이 입출금되는 계좌였던 만큼 일시 송금 사실만으로는 불법 영득 의사가 외부에 표현되지 않았다고 봤다.
일부 횡령·증거인멸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졌다. 한 총재 등이 2022년 10월 카지노 원정 도박 수사 정보를 입수한 뒤 증거 인멸을 지시한 혐의, 2022년 5~7월 네팔과 세네갈 등 해외 정치인들에게 선거 자금 명목으로 7억8700만원의 교단 자금을 전달해 횡령한 혐의, 교단 산하 기관 자금 유용과 천승기금(천정궁 등 성전 건축·선교 목적으로 신도들의 헌금을 모아 조성한 교단 자금) 횡령 혐의 등이 이에 해당한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 내내 피고인들을 엄중히 꾸짖었다. 우인성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은 통일교의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제20대 대선을 교세 확장의 중요한 기회로 삼았다"라며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후보를 지원하고, 정권 출범 후 국가적 지원과 정치적 영향력을 지속해서 확보하려 저지른 범행"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통일교 측의 청탁이 실제로 실현됐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이러한 결탁 시도 자체만으로 국가 정책의 공정한 집행과 민주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기대가 심각하게 침해됐다"며 "교인들에게 모금한 소중한 자금을 선교 목적이 아닌 정치 세력과의 결탁에 사용한 것은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꼬집었다.
한 총재에 대해서는 "통일교의 최정점에 있는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윤 전 본부장이 주도적으로 계획한 범행을 개략적으로 승인한 점, 개인적 사익보다는 교단 영향력 확장을 위해 범행한 점, 피해 금액을 전액 변제한 점 등은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판결 직후 통일교 측은 공식 입장문을 발표하고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혔다. 통일교 측은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와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면서도 "하지만 한 총재가 불법적 목적을 사전에 인식하고, 이를 지시하거나 승인했다는 법원의 판단은 결코 수긍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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