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러시아가 사실상 군사동맹 조약을 체결하기 약 1년 전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을 파병하는 문제를 협의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양국은 조약을 파병의 근거로 내세웠지만, 러시아의 파병 요청과 협상이 조약 체결보다 먼저 시작됐다는 것이다. 평양의 전사자 추모시설에는 북한군 전사자가 2288명으로 기록돼 있다는 내용도 확인됐다.
12일 산케이신문은 평양의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을 다녀온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2023년 7월 북한을 방문한 러시아군 군사대표단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파병을 요청했고, 이때부터 파병 협상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이 같은 협상 경위는 올해 4월 평양에 완공된 이 기념관의 전시 자료와 사진에서 확인됐다.
이후 북·러는 2024년 6월 유사시 상호 군사지원 의무를 담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 서명했다. 1996년 북·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 폐기로 단절된 군사동맹 관계를 28년 만에 사실상 복원한 것이다. 그러면서 북한은 2024년 10월부터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주에 1만명 규모의 병력을 보내 전투에 투입했다. 산케이 보도대로라면 파병 협상은 조약 서명보다 약 11개월, 실제 병력 투입보다 약 1년 3개월 앞서 시작된 셈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북·러 관계를 바꾼 계기가 됐다. 북·러는 옛 소련 시절부터 우호관계를 맺어왔으나 1990년 한·소 수교 이후 관계가 멀어졌고 1996년에는 상호원조조약마저 폐기됐다. 2000년 친선·선린·협조조약을 새로 맺었지만 자동 군사개입 조항은 되살리지 않았고, 북한의 핵 개발과 중국 의존도 심화 등을 배경으로 소원한 상태가 이어졌다. 이후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상황이 달라졌고, 북한은 미사일과 포탄을 공급하며 러시아를 지원했다. 산케이는 북한이 러시아의 병력 부족을 계기로 냉각됐던 양국 관계를 복원하고 군사동맹으로까지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기념관 전시 자료에 표기된 러·우 전쟁 북한군 전사자 수가 2288명으로 기록돼 있다고 전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9월 북한군 전사자를 약 2000명으로 추정한 바 있다. 기념관 옆 묘지에는 기념관에 기록된 전사자 가운데 ‘영웅’으로 추대된 전사자 300명의 묘비가 있으며, 나머지 전사자들의 유골함은 기념관 2~3층에 안치돼 있다. 묘비와 유골함에는 숨진 병사들의 이름과 생년월일, 사망 원인이 적혀 있으며,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은 병사가 과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산케이는 보도했다.
기념관에는 병사들이 우크라이나군의 포로가 되지 않겠다고 맹세한 문서도 전시돼 있다고 한다. 북한 소식통은 전사자의 "절반 이상이 자폭한 것으로 보인다"며 "드론 공격에 희생된 병사도 많다"고 산케이에 말했다.
산케이는 올해 8월 북한 미사일 부대가 러시아 서부에 추가로 파견됐다는 정보도 있다며 기념관에 기록된 숫자보다 전사자 수가 더 늘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북·러의 급격한 밀착으로 일본 주변 안보환경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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