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관계자들은 서버 마비라는 원초적 기술 결함도 문제지만, 마감을 연장하면서 각 대학의 '경쟁률 발표'를 선제적으로 차단하지 못한 행정적 실책이 논란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사후 구제책이 가동 중이나 국가적 중대사인 입시 시스템의 취약성이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대행사의 책임론과 전면적인 구조 쇄신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14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입시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5시 50분경 원서접수 대행사인 '유웨이어플라이'의 서버가 접속 폭주로 완전히 마비됐다. 당초 오후 6시 마감 예정이던 대다수 대학의 원서접수가 중단되자, 교육부와 대교협은 긴급 협의를 거쳐 접수 마감 시간을 오후 7시까지 1시간 일괄 연장하고 결제는 7시 10분경까지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유웨이어플라이 측은 사태 수습을 위해 14일 오전 9시부터 16일 오후 6시까지 홈페이지 내 별도 메뉴를 통해 서버 장애로 접수하지 못한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경희대, 중앙대 등 56개 대학에 대한 개별 구제 신청을 받는다.
일괄 연장이 낳은 '빈집털기' 의혹…수험생 커뮤니티 공정성 시비
이번 사태의 핵심 쟁점은 '일괄 연장된 1시간'으로 인해 발생한 정보 비대칭과 역차별 논란이다. 마감 시간을 엄수해 지원을 완료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논란의 요지는 일부 대학이 당초 마감 시간인 오후 6시 직후 최종 경쟁률을 발표했을 경우, 이를 확인한 학생들이 연장된 1시간을 이용해 경쟁률이 낮은 이른바 '빵구 난' 학과로 지원을 변경하는 불공정한 '빈집털이'가 가능했다는 점이다.
정상적으로 원서를 접수한 수험생들은 선택의 기회가 종료된 반면, 시스템 장애를 겪거나 마감 직전까지 접수를 미룬 수험생들에게 오히려 합격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추가적인 정보와 시간이 제공됐다는 점에서 명백한 공정성 훼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행정적 한계가 부른 '리스크 헤징'…실제 정보 역전 가능성은 낮아
하지만 대학 입시 행정의 실무적 관점에서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학부모들의 우려처럼 대규모 '눈치작전'이 성립하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반론도 존재한다.입시 행정상 수험생이 오후 6시까지 원서 작성을 마치고 저장해 두면, 실제 결제는 오후 6시 20분경까지 허용하는 행정적 데드타임(Dead-time)이 존재한다. 따라서 대학들이 정확히 오후 6시에 누락 없는 최종 경쟁률을 실시간으로 집계해 발표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며, 실제 최종 집계와 발표는 통상 오후 6시 30분에서 8시 사이에나 이루어진다. 데이터 정합성 측면에서 볼 때 오후 7시 연장 시한 내에 확정된 정보를 바탕으로 완벽한 유불리를 따지기는 매우 어려웠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교육 당국이 개별 로그 기록을 확인해 선별 구제하는 대신 전례 없는 '1시간 일괄 연장'을 택한 것은 대규모 소송과 입시 마비를 막기 위한 '리스크 헤징(Risk Hedging)' 차원의 고육지책이었다. 마감 직전 10분간의 수만 건의 로그를 실시간으로 대조해 구제 여부를 판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서버 마비 시 접속 시도조차 기록되지 않은 수험생이 존재할 수 있어 일괄 연장만이 미지원자를 원천 차단하는 유일한 수단이었다는 분석이다.
"경쟁률 업로드 차단 없는 반쪽 대처가 논란 키워“
입시 관계자들은 일괄 연장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교육 당국의 디테일 없는 후속 조치가 불필요한 논란을 증폭시켰다고 비판한다. 입시 관계자 A씨는 이번 사태의 진짜 패착은 연장 결정 자체가 아니라 '정보 통제 실패'에 있다고 지적했다.A씨는 "비상 대응 매뉴얼에 따라 마감 시간을 1시간 연장했다면, 그 즉시 각 대학들이 최종 경쟁률이나 실시간 경쟁률을 업로드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차단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일부 대학은 경쟁률을 올리고 일부는 안 올리는 중구난방의 상황이 방치되면서, 연장된 시간 동안 대학의 경쟁률 추이를 보고 원서를 쓴 학생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며 "경쟁률 업로드만 선제적으로 막았어도 지금처럼 형평성 시비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56개 대학 개별 구제 돌입…반복된 오류에 대행사 쇄신 요구 거세
일괄 연장 조치에도 피해를 입은 수험생들을 위해 14일 오전 9시부터 개별 구제 절차가 진행 중이다. 구제 신청 대상은 가톨릭대, 경희대, 국민대, 서울과기대, 중앙대 등 56개 대학이다.구제 신청은 서버 장애 발생 시간인 11일 오후 5시 50분부터 6시 사이에 원서 작성(전형/모집단위 선택) 로그가 명확히 남아 있거나, 결제를 시도한 로그 기록이 증명된 경우에 한해 엄격하게 심사된다. 서버 장애로 부득이하게 타 대학에 접수한 뒤 원래 희망 대학으로 변경을 원하는 경우에도 동일한 로그 검증을 거쳐야 한다.
온라인 수험생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가 입시 대행 기관의 시스템 안정성과 관리 감독 체계 전반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입시 관계자 B씨는 "입시에서 시스템의 안정성은 곧 공정성을 담보하는 전제 조건"이라며 "교육부와 대교협은 연장 시간 내의 비정상적인 지원 패턴에 대한 철저한 사후 검증을 실시하고, 해당 업체에 대한 엄중한 책임 추궁과 시스템 전면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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