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 기획시리즈 - 케이블TV의 갈림길, 지역방송의 미래①] IPTV·OTT에 밀린 케이블TV…지역에서 길 찾을까

  • 5년 새 방송매출 15% 감소, 영업이익은 77% 급감

  • 결합상품 경쟁에 시청 습관 변화까지…지역 밀착 서비스에서 활로 찾아야

사진  자체 그래픽
[ABC 기획시리즈 ― 케이블TV의 갈림길, 지역방송의 미래①]  IPTV·OTT에 밀린 케이블TV…지역에서 길 찾을까

한때 안방의 주인이던 케이블TV가 갈림길에 섰다. 유료방송 시장의 중심은 IPTV로 옮겨갔고, 시청자의 시간은 유튜브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분산되고 있다. 가입자가 줄어드는 가운데 수익 기반마저 약해지면서 기존 사업 방식으로는 버티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케이블TV의 위기를 일시적 불황보다 방송·통신·미디어 시장의 구조 변화에서 찾는다.

올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이하 ‘방미통위)가 공표한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에 따르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방송사업매출은 2020년 1조9,328억원에서 2025년 1조6,399억원으로 15.2% 줄었다. 같은 기간 비방송사업 손익까지 포함한 영업이익은 1,947억원에서 451억원으로 76.8% 감소했다. 방송 매출이 줄어드는 동안 사업자 전체의 이익 기반은 더욱 빠르게 약해진 셈이다.

방송사업만 떼어 놓고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정훈 청주대 교수가 12개 SO의 방송·비방송 부문을 분리해 분석한 결과, 방송 부문은 2025년 1,12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초고속인터넷 등 비방송사업의 이익이 방송 부문의 적자를 메우고 있을 뿐 방송사업의 독자적 경쟁력은 지속 하락하고 있다는 뜻이다.

황희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은 SO사업의 위기에 대해 "케이블 TV 가입자가 줄어드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며 "매출 감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심각하다"라고 진단했다.

현재의 수신료 수입으로는 콘텐츠 비용을 감당하기도 어렵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집계에 따르면 2024년 SO의 수신료 매출 대비 콘텐츠 사용료 지급 비율은 90.2%에 달했다. 수신료 수입만으로는 콘텐츠 대가를 지급하고 망 운영과 고객 관리 등에 필요한 비용까지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IPTV와의 경쟁에 OTT 확산까지…겹쳐진 구조적 위기
[홍종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홍종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홍종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케이블TV의 위기를 방송과 통신이 결합하는 과정에서 누적된 구조적 변화로 진단한다. 채널 공급을 중심으로 성장한 케이블SO가 인터넷·모바일과 방송을 함께 제공하는 통신사와 경쟁하면서 우위를 잃어 왔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IPTV 도입 이후 케이블SO 사업은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이어왔다"라며 "방송·통신 결합 서비스 확대는 구조적인 변화 과정이기 때문에 기존 케이블SO의 하락을 일시적인 현상으로만 볼 수는 없다"라고 진단했다.

유튜브와 OTT의 확산은 SO사업의 위기를 가속화했다. 홍 교수는 "SO는 IPTV와의 경쟁으로 이미 지속적인 하락 추세에 있었고, OTT와 유튜브의 확산이 위기를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청습관 변화도 SO 위기의 주요 요인다. 시청자가 정해진 편성표에 맞춰 채널을 고르던 시대에는 케이블TV의 강점이 있었지만, 원하는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찾아보는 시대가 찾아오면서 케이블TV의 강점이 사라진 것이다.  케이블TV는 IPTV와 가입자를 놓고 경쟁하는 동시에, 실시간 채널 중심의 시청 방식에서 벗어나는 이용자도 붙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사·재약정 때 흔들리는 가입자…경쟁 단위는 '가구 통신비'
황희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  출처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황희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

업계가 현장에서 체감하는 위협은 통신사의 결합상품이다. 황 회장은 "업계 전체의 해지 사유를 집계한 통계는 없다"면서도, "이사처럼 가입 상품을 다시 고르는 시점에 방송·인터넷·모바일을 묶은 통신사 상품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반복된다"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는 이제 TV 요금만 비교하지 않는다. 가족의 휴대전화 요금과 인터넷 이용료, 결합할인까지 따져 가구 전체의 통신비를 계산한다. 케이블 업계에도 알뜰폰이나 통신사 제휴를 활용한 결합상품이 있지만, 이를 통신사에 맞설 경쟁력으로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황 회장은 업계 내부의 대응 부족도 인정했다. 그는 "시장이나 규제환경의 변화만으로는 지김의 위기를 설명할 수는 없다"라며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장 변화에 충분히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점도 있다"라고 평가했다.

지역별로 나뉜 사업 기반과 사업자 간 규모 차이도 부담이다. 특히 규모가 작은 SO는 콘텐츠 구매 협상과 대규모 투자, 브랜드·마케팅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지역 기반 사업에 익숙했던 영업 방식이 전국 단위 통신사와의 경쟁에 충분히 적응했는지도 돌아봐야 할 대목이다.

황 회장은 주문형비디오(VOD), 방재·고령자 안심 서비스 등 새로운 시도가 있었지만 이를 대표 상품으로 키우는 데는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을 먼저 도입했느냐가 아니라 소비자의 생활과 미디어 이용방식이 바뀌는 속도에 맞춰 상품과 서비스를 계속 진화시켰느냐"라며 "이 부분은 업계도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입자 절반 가까이 8VSB…‘전통적 방송’ 수요는 남아 있다
위기 속에서도 주목할 시장은 있다. 셋톱박스 없이 디지털TV로 실시간 채널을 시청할 수 있는 8VSB 상품이다.

방미통위의 '2025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에 따르면 2024년 말 SO 가입자는 약 1,219만 단자다. 이 가운데 8VSB는 약 559만 단자로, 전체의 46%가량을 차지한다. 가입자 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케이블TV의 큰 축이다.

황 회장은 여기서 달라진 미디어 소비 방식에 대응할 가능성을 찾는다. 원하는 콘텐츠는 OTT와 모바일로 즐기되, 기본적인 실시간 방송은 저렴하게 보려는 수요가 있다는 것이다. 복잡한 서비스 이용에 부담을 느끼는 고령층 등에게는 방송 접근성을 유지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그는 "8VSB를 과거의 저가상품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OTT 시대에 다시 의미가 생긴 보편적 방송서비스라는 관점에서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라며 신선한 관점을 제시했다.

다만 가입자가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성장 가능성을 단정할 수는 없다. 합리적인 요금과 이용 편의성을 유지하면서 사업자가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는 수익 구조를 만드는 것이 과제다.
지역을 아는 힘…뉴스와 생활서비스를 사업으로 연결해야
 
[ABC 기획시리즈 ― 케이블TV의 갈림길, 지역방송의 미래①]  IPTV·OTT에 밀린 케이블TV…지역에서 길 찾을까
[ABC 기획시리즈 ― 케이블TV의 갈림길, 지역방송의 미래①]  IPTV·OTT에 밀린 케이블TV…지역에서 길 찾을까

케이블TV의 또 다른 자산은 지역이다. SO는 지역채널을 운영하면서 주민과 지방자치단체, 소상공인, 지역 공동체와 접점을 쌓아 왔다. 지역 취재망과 현장 대응 경험은 전국 단위 플랫폼과 차별화할 수 있는 기반이다.

홍 교수는 "케이블TV가 일반적인 채널·상품 경쟁만으로는 IPTV와 차별화하기 어렵다"라고 진단했다. 그가 강조한 것은 지역사회와 연결된 서비스다. 그는 "결국 지역 자치단체나 커뮤니티와 연계해 사업성을 지닌 지역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유일한 차별화 포인트"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 저절로 수익을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지역뉴스와 재난정보를 제공하는 데는 비용이 들지만, 공적 역할에 비례해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는 아니다. 지역성을 유지하면서도 이용자가 필요로 하고 비용을 지불할 만한 서비스를 찾아야 한다.

황 회장 역시 "지역별 고령화 정도와 주거 환경, 재난·안전 수요를 잘 아는 SO의 강점을 살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역뉴스에 생활정보와 지역 상권, 안전·돌봄 서비스를 연결해 주민의 일상에서 쓰임새를 넓혀야 한다는 취지다.

홍 교수는 향후 5년 케이블TV의 운명을 가를 지표로 가입자 이탈 속도를 얼마나 늦추고 기존 매출을 얼마나 지켜내느냐를 꼽았다. 새로운 사업을 찾는 동안 현재의 고객과 수익 기반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의미다.

케이블TV에는 여전히 1,000만 단자가 넘는 가입 기반과 지역 네트워크가 남아 있다. 그러나 남아 있는 가입자가 미래의 생존을 보장하지 못하고, 그마저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채널을 공급하는 사업에서 한발 더 나아가 주민이 필요로 하는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적 역할을 해야한다.

케이블TV의 다음 승부는 '지역을 얼마나 잘 아느냐'를 '지역에서 얼마나 필요한 존재냐'로 바꾸는 데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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